조부모님의 감성 여정

‘설렘으로 음악과 연극을 만나다’

장미선 (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

모든 것들이 급변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 나를 돌아볼 고즈넉한 시간, 뭉게구름 피어나는 가을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마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 특히 영유아기의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정은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이 힘들기만 할 것입니다. 부모로서 내 아이를 직접 양육하면 가장 좋겠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부모가 직접 양육하기 어려우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럴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은 바로 부모의 부모님이신 조부모님이실 것입니다. 하지만 조부모님의 걱정은 자신들이 자녀를 키웠던 그 시절과 지금은 아이 키우는 방법도 내용도 마음가짐도 너무 달라 “내(우리)가 돌봐줄게”란 말이 쉽지 않다고 하십니다.

이러한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지원해 드리고자 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에서는 지난 5월 16일부터 8주간, 1)「할빠·할마의 2)마주육아(1기)」 조부모 동아리를 선보였습니다. 증가하는 맞벌이 부부와 다양한 가족 구조 등으로 인해 조부모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그분들께 손자녀와의 소통 방법과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조부모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고 지지해 드려야 한다는 간절함이 사업 곳곳에 반영되었으며 관내 공·사립유치원 조부모 20명이 참여하셨습니다.
1) 부모가 모두 일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손자녀를 돌보는 역할을 맡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지칭하는 신조어입니다. (출처:국어사전)
2) 조부모가 노년에 손자녀 육아를 긍정적으로 마주 보고, 의미 있게 맞이한다는 뜻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삶 마주하기, 육아 마주서기, 여생 마주보기’를 주제로 진행된 조부모 동아리는 그림책 테라피, 원예테라피, 연극과 음악 테라피,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하였으며, 그 가운데 연극과 음악테라피는 인천문화재단 유아 문화예술교육 협력 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

©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

본원은 2020년부터 인천문화재단 협약을 맺고 유아 및 학부모를 위한 문화 공연 추천과 공연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번 협업사업은 2021년과 2022년에 진행된 학(조)부모 연수 협력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유아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조부모에게 알리고, 함께 시도해 볼 수 있는 예술 놀이를 제안하여 손자녀 양육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협력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조부모의 삶에 음악이 스며들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미국의 아동 문학가인 셸 실버스틴(Shel Silverstein)이 1964년에 쓴 그림책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스테디셀러입니다. 이 작품은 큰 나무와 어린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무는 소년이 노인이 될 때까지 변함없이 그를 돌봐주며 모든 것을 헌신적으로 내어줍니다. 나무에 열린 달콤한 열매, 시원한 그늘, 심지어 먼 곳으로 떠나는 소년이 탈 나룻배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굵은 기둥까지 아낌없이 내어줍니다. 비록 남은 것은 없지만 나무는 행복함을 느낍니다. 소년이 노인이 되어 돌아왔을 때, 나무는 자신의 가장 아랫부분인 밑동에 앉아 편안히 쉬라며 그를 초대합니다. 마치 자식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부모의 모습처럼 그려집니다.

조부모 동아리 4회차인 6월 13일,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를 활용하여 음악 테라피를 진행하였습니다. 강사님은 음악 치유를 위해 조부모님들에게 친숙한 리듬 악기인 캐스터네츠와 트라이앵글, 청량한 소리가 돋보이는 윈드 차임, 고요하면서 정갈한 음색을 가진 톤 차임까지 다양한 음색의 악기를 활용하였습니다.

손바닥 위에 캐스터네츠를 올려두고 짝짝 소리를 내며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만져보는 악기라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시던 할아버지, ‘챠르르~’ 바람 소리를 연상시키는 악기 소리를 들으니 마음의 위로와 평온함을 가지시게 되었다는 할머니. 이 음악 테라피는 참가자들에게 감동과 힐링을 선사하였습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

©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

잠시 후,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림책의 내레이션과 함께 악기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조부모 연주자와 지휘자는 몸짓, 손동작, 눈짓 등으로 교감하며, 서툴지만 아름답고 감동적인 하모니를 만들어 냈습니다. 박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지휘자의 몸짓에 집중하는 조부모님의 모습은 무척 경이로웠습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는 아니었지만, 조부모님은 이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음악 안에 담아내고 표현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잘 살아왔다고, 비록 남은 게 없을지라도 마지막에는 참으로 빛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조부모의 삶에 음악이 스며들다

7월 11일, 조부모 동아리 마지막 8회차에는 연극 테라피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천문화재단에서 추천한 참여형 연극 <즉흥극>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즉흥극이 펼쳐지기 전, 배우들은 조부모님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부모님들은 손주를 돌보며 웃을 일도 많았지만, 때론 지치기도 하셨을 텐데 함박웃음으로 즉흥극(놀이)에 참여하며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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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

이어서, 자신들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빠와의 행복했던 놀이시간,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던 뒷동산, 어린 시절에 너무 좋아하던 만화 캐릭터 이야기 등 추억을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전히 친구들과 수다 떠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손녀를 돌보느라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는 할머니, 일본의 여러 섬을 여행하는 게 꿈이었지만 손자를 돌보느라 아직도 이루지 못했다는 할아버지 등 조부모님의 현재 이야기가 배우들의 진지한 연극 공연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신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하나뿐인 연극으로 만들어지자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조부모님들의 모습에 가슴이 시큰해졌습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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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

누군가 인생은 예술이라고 했습니다. 무대 위에서 조부모님의 감동을 나누는 순간, 그들의 삶이 바로 예술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음악처럼 잔잔하게, 때로는 연극처럼 활기차게 말입니다.

살면서 부모가 되는 것은 삶의 큰 변화이자 행복입니다. 그러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것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이 더 큰 행복일 것입니다. 조부모는 아이의 삶을 지지해 주는 두 번째 부모이기도 합니다. 조부모 동아리에서의 음악과 연극 테라피는 당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의 지평을 넓히는 데 귀중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조부모님의 참여와 용기에 응원과 박수를 드립니다.

장미선

장미선 (張美仙, CHANG MI SEON)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은 유치원 교사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얼마 전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지금은 인천광역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에서 교육연구사로 근무하며, 유아단체체험과 가족체험, 학(조)부모 연수와 동아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진흥원을 찾는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며 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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