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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맑음, 아이도 어른도 동심의 세계로 BUKIF!

2023 부평키즈페스티벌 ‘가족네컷’

조연희 (인천시민기자)

청량감이 감도는 푸르른 5월, 부평아트센터 야외광장 일대에서 가정의 달 기획축제 ‘2023 부평키즈페스티벌’(부키프·BUKIF)이 열렸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팬데믹의 긴 터널 끝에 만나는 축제라 한 달 전부터 기대했건만, 행복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부러웠던 걸까. 날씨 요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화창했던 날씨는 행사가 예정되어 있던 5월 5일을 전후로 비바람을 동반했는데, 외부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한 주 미룬 5월 13일, 어린이날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제2의 어린이날을 선물했다.

아이들의 웃음꽃으로 활짝 피어난 부키프

아이들의 웃음꽃으로 활짝 피어난 부키프
ⓒ조연희

부평아트센터 야외광장 일대는 축제의 장이 되었고, 푸르른 하늘 아래 그보다 더 푸르른 아이들의 미소가 방긋 피어났다. 이번 부키프 행사는 ‘가족네컷’을 주제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엄마, 아빠도 어른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행사장 곳곳에 숨겨진 동그란 딱지를 찾으면 선물을 증정하는 ‘추억의 문방구’가 그중 하나였는데, 어린 시절 드나들었던 추억의 학교 앞 문구점이 떠올라 심장이 간질간질했다.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남겨 준 ‘부키네 문방구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남겨 준 ‘부키네 문방구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남겨 준 ‘부키네 문방구
ⓒ조연희

부평생활문화센터 공감168 건물 뒤편에 마련한 피크닉존에서는 돗자리를 깔고 온 가족이 함께 꾸미는 ‘부키네 집으로 놀러와’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함께 색칠하며 종이집을 꾸미던 아이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엄마, 아빠만이 덩그러니 남아 예술의 혼을 불태우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따금 종이집 창문과 대문으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행복한 미소가 절로 피어나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아이들은 아기자기한 소품과 맛있는 먹거리로 가득했던 플리 마켓에 마음이 사로잡혔는지도 모르겠다.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만든 창작물과 인기 캐릭터가 그려진 장난감, 수제로 만든 먹음직스러운 간식으로 풍성하게 꾸민 부스 곳곳은 꼬마들의 눈길을 끌기 그만이었다.

알록달록 세상에 하나뿐인 부키네 집으로 놀러 와요!
알록달록 세상에 하나뿐인 부키네 집으로 놀러 와요!

알록달록 세상에 하나뿐인 부키네 집으로 놀러 와요!
ⓒ조연희

한편, 신나는 축제에 재미를 더하는 공연이 빠질 수 없다. 다양한 서커스 장르의 기술과 폭넓은 연기로 스트릿 서커스를 선보이는 40년 차 베테랑 연기자 다이스케가 일본에 이어 한국도 접수하기 위해 부키의 극장에 올랐다. 외발자전거를 타고 곡예를 하는 그의 모습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짜릿했는데, 이 순간 언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대 위를 종횡무진 누비며 펼치는 배꼽 빠지는 요절복통 퍼포먼스를 신나게 관람하고, 빵빵 터지는 웃음과 열렬한 호응으로 화답하는 걸로 충분했다.

요절복통 웃음이 빵빵! 부키의 무대는 즐거운 그 자체였다
요절복통 웃음이 빵빵! 부키의 무대는 즐거운 그 자체였다

요절복통 웃음이 빵빵! 부키의 무대는 즐거운 그 자체였다
ⓒ조연희

끼쟁이 아이들이 펼치는 즉흥 댄스 경연대회가 바통을 받아 열기를 이어갔다. 전문 MC의 유쾌한 진행으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나온 엄마, 아빠의 댄스 타임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무대였다.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엄마, 아빠도 꿈 많은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민망함은 잠시일 뿐, 쭈뼛거리던 몸짓은 어느새 음악에 맞추어 리듬을 타고 그간 꼭꼭 숨겨 놓았던 댄스 본능으로 무대를 압도했다.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난 부키의 무대에서 아이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아빠들의 자존심이 걸린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졌다. 이름하여 ‘챔피언을 이겨라!’ 토너먼트 형식으로 팔씨름 대결을 펼쳐 마지막 챔피언과 승부를 겨루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어느 때보다 진지한 아빠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화도시 부평의 지속가능한 친환경 행사

문화도시 부평의 지속가능한 친환경 행사
ⓒ조연희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행사의 형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 한다면 쓰레기 없는 행사일 것이다. 문화도시 부평 역시 조금씩 변화를 실천해 왔는데, 마스크가 해제된 이후 처음 선보이는 부키프에서 쓰레기통을 과감하게 없애 버렸다. 가지고 온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자고 참여자들을 독려했고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직접 도시락을 싸 온 가족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눈에 띄었다.

문화도시부평 알리기의 일환으로 운영본부에서 진행한 공식 SNS 팔로우 이벤트 선물 역시 지속 가능한 환경을 생각한 물품으로 구성했다. NO 플라스틱 약속 캠페인도 함께였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편리한 일회용품을 완전히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어려서부터 습관을 들인다면 2045 탄소중립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쓰레기통 없는 행사는 앞으로 접하게 될 행사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했다.

부키프의 주인공은 ‘가족’이었다

부키프의 주인공은 ‘가족’이었다
ⓒ조연희

즐거움이 묻어나는 멋진 네 컷의 하루를 남겨 준 부키프. 날씨 악화로 피치 못하게 날짜를 미뤄야 했지만, 어린이날 행사를 꼭 5월 5일에 해야 한다는 법칙을 과감하게 깬 행사라 오히려 더 좋았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자꾸만 그 사실을 잊게 된다. ‘어른들은 몰라요’ 노래를 열창하던 아이는 어느새 가사에 등장하는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마음속에는 어린 시절의 동심과 천진함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웃음이 넘치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이들의 마음이 더욱 단단해지고, 가족의 사랑을 가득 느낀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조연희

조연희 (趙娟熙, Cho Yeun Hee)

인천시민기자. 프리랜서 작가로 인천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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