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시민과 가까운 문화재단을 위해 인천 지역문화재단 협력해야
박규호 (인천투데이 기자)
올해 1월 인천 남동구의 남동문화재단이 ‘모두의 일상이 문화로 생동하는 새로운 남동’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2004년 설립한 인천문화재단부터 부평구문화재단, 서구문화재단, 연수문화재단, 중구문화재단, 올해 설립한 남동문화재단까지 인천 내 문화재단은 모두 6개가 생겼다.
기초문화재단이 설립되는 이유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장법’, ‘지방자치단체 출자 출연기관 운영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등 문화재단의 법적 위상이 향상되는 데 맞춰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본질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문화재단에 시민이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인한다고 본다. 경제적 여건이 과거보다 조금 더 좋아지자 시민은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지역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초문화재단이 필요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인천문화예술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기초문화재단이 점차 생기면서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생활문화센터와 기초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센터 등이 중복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또, 기초문화재단이 없는 강화군, 옹진군, 계양구, 미추홀구, 동구 주민은 기초문화재단 지원 없이 인천문화재단 지원만 받을 수 있다는 차별 문제도 불거졌다. 시민·예술가·문화인활동 지원영역도 중복도 될 수 있다.
이에 기초문화재단과 광역문화재단이 역할을 정립하고 협력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천 예술·문화인으로부터 나온다. 문화재단이 시민 요구에 호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할 정립과 협력 방안을 만드는 일은 갈 길이 멀다. 인천 내 기초문화재단 중 부평문화재단을 제외한 기초문화재단은 설립된 역사가 짧아 운영 방향이나 시민을 만나는 것에 대한 현장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문화재단 중 가장 오래된 경기문화재단 역시 아직 광역·기초문화재단의 역할을 정립하는 중이다. 기초문화재단이 가장 많은 서울도 광역문화재단과 기초문화재단이 서로 역할을 정립하는 과정 중에 있다. 아직 완벽히 기초·광역문화재단이 역할을 정립하거나 협력 방안을 완성한 지방자치단체는 없다는 것이다.
인천은 부평구가 기초문화재단을 비교적 일찍 설립하면서 기초문화재단의 역사가 길지만 ▲서구 2017년 ▲연수구 2019년 ▲중구 2022년 ▲남동구 2023년 등 부평구를 제외한 기초문화재단 설립 연도가 비교적 최근이라 광역·기초문화재단 역할과 협력 방안 등의 논의를 이제 막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완벽히 역할을 정립하거나 협력 방안을 완성하자는 것은 아니다.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이 시민을 만나면서 도전하는 것처럼 인천도 도전해보자는 것이다. 기초문화재단과 광역문화재단이 역할을 정립하고 협력할 때 시민과 문화재단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먼저, 기초문화재단의 역할 정립이 우선이다. 문화재단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지역주민과 예술인들이 협업하는 방식, 시설 운영을 중심으로 하는 방식, 도서관 운영으로 시민들은 만나는 방식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기초문화재단이 어떤 방식으로 시민들을 만날지 기초문화재단이 있는 지역에 맞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
인천문화재단은 이를 바탕으로 다시 광역문화재단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시민을 만나는 역할은 접근성이 높은 기초문화재단에 맡겨야 한다. 인천문화재단은 인천 지역 문화정책을 고민하고, 기초문화재단이 예산·현실상 어려워하는 정책이나 지원을 담당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인천 내 지역문화재단이 더 자주 빈번히 만나야 한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미 모든 사업을 기초문화재단과 협력하고 협의체를 한 달에 한 번 진행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예산 지원 등으로 기초문화재단과 광역문화재단 협력을 유도하고 있고, 기초문화재단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형식으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은 분기에 한 번 정도 실무 협력 회의를 진행하고 올해 인천 지역 내 문화재단 대표자회의 신설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표자 회의, 정책 실무자 회의 비롯해 문화재단 구성원이 자주 만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인천문화재단이다. 인천문화재단은 기초문화재단이 없는 군·구를 포함해 협의체를 만들고 자주 소통해야 한다. 자주 만나야 가까워지고, 문화재단이 시민에게 가까워질 수 있다.
박규호 (朴奎鎬, park kyu ho)
인천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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