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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소통을 여는 책방

연수구 첫 독립서점 ‘열다책방’ 김은철 대표 인터뷰

허유현 (연수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온갖 식당들이 즐비해 있는 동춘동의 먹자골목을 걷다 보면 작고 귀여운 입간판이 눈에 띈다.
큐레이션서점, 독립서점, ‘열다, 책방’
이런 먹자골목에 그것도 건물 3층에 비밀스럽게 책방이 있다니, 동네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그동안 동네 책방의 출현을 내심 기다렸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연수구 첫 독립서점에 대한 반가움과 놀라움, 궁금함, 기대감 등이 동시에 교차한다.

열다책방으로 안내하는 입간판

열다책방으로 안내하는 입간판
(사진 출처: ⓒ허유현)

열린서재

열린서재
(사진 출처: ⓒ허유현)

“열심히 읽다 보면 다 읽을 날이 있겠지요”의 ‘열’과 ‘다’를 따서 이름 지었다는 ‘열다책방’은 2022년 4월 오픈했다. 문을 연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새내기 책방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는 꽤나 알려진 곳이다.

“송도에 있는 건설회사에 입사하면서 인천에 처음 살게 되었고, 그렇게 연수구와 연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서점을 해야지 생각했을 때 연수구를 선택한 건, 제가 10년 넘게 살던 곳이기도 했고 아직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곳에서 내가 한번 첫 주자로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열다책방의 김은철 대표는 직장을 다니는 중에도 송도에서 독서 모임을 직접 운영할 정도로 책과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달랐다. 그러한 애정과 열정은, 책방 오픈 전에는 바리스타와 북큐레이터 자격증 취득으로까지 이어졌고, 책방 오픈 후에는 책 큐레이팅, 프로그램 기획, 홍보물 제작, 북클럽 진행 등을 직접 해내며 계속되고 있다. 서가 곳곳에 자리한 책방지기만의 감성이 엿보이는 손글씨 메모 속에서도 책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센스, 위트 등이 돋보인다.

책방지기만의 감성이 엿보이는 손글씨 메모
책방지기만의 감성이 엿보이는 손글씨 메모

책방지기만의 감성이 엿보이는 손글씨 메모
(사진 출처: ⓒ허유현)

현재 열다책방 서가에는 독립출판물, 문학, 비문학 등 약 1,600권이 비치되어 있다. 책방지기의 그때그때 관심사가 조금씩 바뀌면서 서가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진다.
“독립출판물, 문학, 비문학 3가지로 책을 분류합니다. 비율은 20%, 40%, 40%로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비문학 비율을 좀 더 높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문학이 문학보다 덜 팔리는 분야예요. 비문학 책은 정말 보는 사람만 보거든요.”
눈에 보이는 수익을 좇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추구하는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책방지기 나름의 철학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열다책방에서는 오픈부터 지금까지 매달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글쓰기 모임이나 동네 독립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기도 하고, 혼자 읽기에는 엄두가 안 나는 책을 함께 읽고 온라인으로 인증하는 <벽돌책 깨기>, 아침을 독서로 보람차게 시작하도록 해주는 <모닝 초서 모임>, 책과 사람들의 수다가 함께하는 <책맥DAY> 등 책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지식과 생각을 나누고 있다.

“평소에 관심 있게 본 주제들을 서로 접목하고 발전시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뭔가 일을 하나 시작하면 연결되는 지점들이 생기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또 다른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제가 의도하지 않아도 퍼즐 조각이 하나하나 맞춰지듯이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점점 영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청소년이나 실버 세대, 다문화가정 등 지역의 더욱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김은철 대표. 나와 너, 우리 모두가 책을 통해 내면이 깊어져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기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열다책방 서가

열다책방 서가
(사진 출처: ⓒ허유현)

독립출판작가 서가

독립출판작가 서가
(사진 출처: ⓒ허유현)

몇 년 전부터 ‘종이책의 위기’가 시작되었다고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런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전국에 수많은 독립서점이 생겨나고 있고, 몇 년 사이 인천에도 특색있는 독립서점이 많이 생겼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열다책방’은 아마도 ‘종이 속 활자’로서의 책을 만나는 공간을 넘어서는 곳일 것이다.
“소소하게는 저의 생각과 사유가 묻어나는 공간입니다. 제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레 함께 성장해나갈 공간이지요. 여기서 조금 더 확장하면, ‘열다책방’을 찾는 분들이 책을 통해 자신을 직면하고 자신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또 그렇게 자신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혼자서 찾기는 어려우니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찾아 나가면 조금 더 잘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은 우리 삶의 각 단계마다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 책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또한 책을 통해 서로에게 스며드는 순간 우리 일상은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

연수구 유일의 독립서점인 ‘열다책방’. 서로에게 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책을 매개로 모여 활발하게 소통하고 고민하며 각자의 내면을 채워나가는 공간, 다양한 지식과 생각들이 오가고 또 그런 것들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 문화예술을 소재로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공간, 더 나아가 지역 커뮤니티의 핵심으로서 존재만으로도 주민들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하는 공간이 되어가기를 기대해본다.

【 열다책방 공간소개 】

주소: 인천 연수구 앵고개로 264번길 30-3 영창빌딩 3층

대표자: 김은철

공간 키워드: #인천독립서점 #연수구독립서점 #큐레이션서점 #동네책방 #책과의새로운만남 #독서모임 #훈남책방지기

운영프로그램: 나를 열어주는 깊은 글쓰기, 우리동네 독립작가, 벽돌책깨기, 모닝초서모임 등 ※ 월별 상이

운영시설: 네이버 예약 가능
– 세미나실: 최대 10명 이용 가능(프로젝터, 스피커 등 보유)
– 열린서재: 테이블, 독서대 제공

열다책방
– 이메일: unlock_books@naver.com
– Tel: 032-816-7169
– SNS: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블로그 바로가기

Open: 11~19시(화~토) ⋆수, 금 21시까지

허유현

허유현(許維賢, Yu Hyun Heo)

연수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차장. 문화예술, 그중에서도 특히 책과 음악에 관심이 많다.
coolhyh@ysf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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