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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술’의 가려진 역사, 느리게 쓰기
임시공간 『人千美述인천미술 : 공간의 공간』을 중심으로
현시원 (시청각 랩 대표, 큐레이터)
2023년 현재 국내외 수많은 미술 기관들은 너도나도 아카이브를 미술이라는 전쟁터의 도구로 사용한다. 너무 많은 아카이브가 있다. 하지만 또 그 반대로 가시화되지 않은 너무 많은 주체들이 있다. 그런 가운데 놀라운 책 두 권이 나왔다. 『人千美述인천미술 : 공간의 공간』(2021-2022), 『人千美述인천미술 : 사건의 사건』(2021-2022)이 그것이다. 두 책은 한순간에 뚝딱 나온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많은 연구자, 필자, 인터뷰 참여자들의 노고가 보인다. 책 곳곳에는 임시공간 대표 채은영이 쓴 연구의 불완전성, ‘인천미술’을 논하는 것이 지닌 다면성을 괄호 치며 성찰하는 문장들을 볼 수 있다. 이는 시립미술관이 없는 ‘지역’인 인천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스스로(들)의 연구가 인천의 대표 얼굴과 표석을 세우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책상(종이)이 아닌 현장(공간)에서 파생된 연구의 방법론을 보여준다. 이들은 무려 670여 개에 이르는 인천의 전시 공간과 사건이 담긴 기록으로서의 신문 기사와 인터뷰 등을 지속했다.
두 권의 책을 통해 물질화된 연구는 ‘새로운 현장 연구’라고 명명될 수 있을 유의미한 지침들을 만들어낸다. 먼저 이 연구는 인천 미술 연구인 동시에 아카이브를 경유해 생산되는 미술 ‘현장 ’연구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건이 일어난 후의 후속형 연구가 아니라 원자료를 뒤지고 찾아가 현장을 두드려 발견하는 1차 문헌 만들기로서의 연구인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지도, 연표, 공간 목록 등 연구 결과인 아카이브의 다성적 형식을 볼 수 있다. 즉 이들이 진행한 인천미술 연구는 특정 대상들을 기념하거나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제대로 목격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러한 현장 기반 연구와 아카이브-형식화는 인천미술이라는 지역의 미술을 명명하고 현실을 직조하기 위한 문제의식을 점검하는 데 유효한 기술인 것이다.
공간, 사건, 기록
『人千美述인천미술 : 공간의 공간』(2021-2022)에는 인천에 기반했던 전시 공간들이 목록화되어 있다. 그 누구도 충분히 조사하고 총목록화하지 않았던 이 공간들은 임시공간의 연구원들에 의해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왜 중요한가? 그것은 스스로 돋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를 주장하기 위해 필요하다. 연구자들이 정한 ‘몇 가지 약속’에 의해 진행된 연구를 ‘변화하는 지도 추적 연구’라 불러보자. 임시공간 대표 채은영이 썼듯 “임시공간 시작과 해온 지역미술과 큐레이토리얼 방법론”(공간의 공간, 7쪽)에 관한 연구는 기존 미술사 방법론으로는 불가능한 현재의 인천 미술을 바라보는 동시대적 틀을 형성해낸다. 연구원 박이슬이 밝히는 (연구 과정의) ‘몇 가지 약속’ 중 이들이 시대별 지도를 대문자 알파벳이 아닌 소문자로 적는다는 점도(공간의 공간, 19쪽) 의미심장하다. “대표성”이 아니라 “시공간 속의 자취와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시기마다 다른 지도의 모양을 보면서 1946년도에 있었던 파로마다방의 ‘제물포사진동지회’, 국내 최초 공립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이 생긴 같은 해 4월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느린 연구실’이라는 방법론
人千美述인천미술 : 공간의 공간』(2021-2022)에서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들이 공유하는 연구 조사의 방법론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선언이자 지향점으로서 ‘느린 아카이브 연구실’이라는 말(채은영, 8쪽) 안에 핵심적으로 들어있다. 쿠팡, 배달의 민족 등 일사천리의 ‘속도 서비스’가 만연화된 대한민국의 상황 속에서 ‘느리다는 것’은 하나의 윤리적 태도이자 윤리의 정치다. 빠르게 돌아가는 서울 중심의 대한민국을 향해, 인천미술 공간에 관한 이 연구는 ‘느린 아카이브 연구’를 선택한다. 느리다는 것은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각성 아닐까. 그러한 각성 안팎에서 피어난 존재 방식의 결정인 것이다.
‘느린’ 방식 덕분에 가능해진 연구의 방향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느린 연구’를 표방하는 연구 방법론이 가져온 것은 인천미술 연구가 지닌 목적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성의 재고(재설정)이다. 국공립 연구기관에서 진행되는 여러 연구들이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등 기본적으로 ‘성장’ ‘발전’ 모델을 표방한다면 『人千美述인천미술 : 공간의 공간』의 연구 목표는 이곳이 쓰고 버려지는 무대가 되기보다는 ‘중첩된 지도’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첩성은 세 개의 축을 교차하며 인천에 존재했던 개인들의 미시사를 그물처럼 길어낸다. 개항(1883) 시기부터 2021년까지의 인천 전시 공간(1), 인천 미술에서 있었던 주요 사건의 연대기(2), 그리고 도시의 물리적 공간의 변화(행정 구역 변화 및 실제 간척으로 인한 변화)라는(3) 세 축은 전시공간사, 미술사, 도시행정사를 넘나들며 연구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연구 과정의 약속들을 보여준다. 이 약속의 결과물은 ‘(불)가능한 지도와 공간(들)’이라는 이름으로 목록과 지도, 인천미술 전시공간 연표로 구현되어 있다.
이 느리다는 것과 함께 이들이 만든 ‘연구실’이라는 것 공간성 또한 중요하다. 이들은 전시 공간, 인천이라는 국공립미술관이 없는 국내 유일 광역 도시, 또 임시공간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간을 품고 있다. 개항 도시 인천, 디아스포라 도시 인천이 있듯 문제를 해결하고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료를 두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연구실이 있기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다양한 필자들을 인천미술이라는 새로 짤 지도의 공간으로 초대할 수 있었다. 책 『공간의 공간』 2부 ‘人千美述인천미술’에 실린 다섯 명의 필자들이 주목하는 지역 미술의 경험은 구체성은 각기 다른 시점과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징조들을 짚어낸다. “다공체로서의 플랫폼”(정현), “인천시립미술관을 치면 인천시립박물관으로 바로 가기가 나온다는 사실”(정지은), 인천 남구에서 빌라 한 동을 임대해 실험적인 레지던시로 운영되었던 그린빌라(김보리), 인천 지역 미술 시장(우사라), 송도 더 제니스 128호에서 진행된 전시(민경) 등을 논하는 목소리들은 각각 다른 현실의 목격을 기반으로, 인천 미술이 만들어낼 역사의 다음 페이지를 쓰고 있다. 아카이브에 기반한 아니, 없는 아카이브를 새롭게 직조하는 임시공간의 작업은 존재하지만 가시화되지 않았던 것들에 관한 새롭게 쓰기이며, 함께 쓰기인 것이다.
현시원
시청각 랩 대표, 큐레이터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전시 도면에 관한 박사 논문을 썼다. 근래 아카이브에 대한 작업으로는 아르코예술극장 40주년 개관 기념 프로젝트 “밤의 플랫폼”(2021)를 책임기획했고 국제도서전 아카이브 전시 “뉴월드 커밍”(2021)을 기획했다.
The malic acid also helps bind toxic metals like aluminum in the body buy priligy Alterations in neural plasticity in critical limbic and reward circuits, mediated by increasing postsynaptic AMPA to NMDA throughput, may represent a convergent mechanism for therapeutics of severe mood disorders Schloesser et al, 2008; Figure 1, pathways e, 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