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자 에세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돌아보는 소극장의 지금
신포동의 새로운 문화공간 <신포아트홀>
유영승 (극단 십년후/ 신포아트홀 운영담당 실무자)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2019년 말부터 2023 계묘년을 맞이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엔데믹을 맞이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하지만 아직 우리의 현실을 보고 있자면 이젠 정말 끝나는 건가 희망적인 생각도 잠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우리 귀에 속삭이는 이 바이러스는 정말 질척거리다 못해 많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지침이 오래되면 무뎌짐이 찾아온다. 팬데믹 초기에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는 건 여간 고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평소에 하지 않던 것을 평소에 하고 있으려니 생기는 문제였다. 그러나 이젠 그만큼 불편하지 않을뿐더러 추운 날에는 보온효과도 있더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코로나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익숙함을 넘어 무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한 공간에 모여 식사도 하고 공연이나 영화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접어들지는 않았을지언정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위드 코로나가 왔는지도 모르겠다. 지침의 단계를 넘어서고 무뎌짐의 단계가 찾아온 것이다.
그럼에도 무디어지지 않는 것 또한 존재한다. 코로나의 유행은 불가피하게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는 것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제한은 관객들이 공연장에 오지 못함으로서 자연스레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공연을 업으로 하는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예술인들은 자연스레 생계에도 지장이 왔다. 물론 코로나 시기에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금이 있었고 당장 죽고 사는 갈림길에서 죽는 길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관객을 다시 맞이하고 공연을 재개해서 코로나 이전과 완전한 정상화가 되지는 않았다. 그 시기는 그런 시기였다.
지금은 그 시기는 지나갔다. 공연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아니어도 관객을 맞이하고 인원 수 제한도 없어졌으며 공연도 다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완전한 정상화라 말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공연은 그 특성상 실제 공연이 이뤄지기 전, 준비와 연습이라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 기간은 보통 적게는 한 달에서 두 달, 길게는 서너 달 이상을 모여 준비한다. 이 기간에 코로나에 걸리면 차라리 다행?이라 하겠지만 공연 바로 전, 혹은 공연 중 코로나에 걸리기라도 하면 공연 자체가 취소되거나 백번 양보해도 공연이 미뤄지면서 이마저도 관객과의 약속을 깨는 신뢰의 손실, 금전적 손실, 그리고 그 공연은 코로나로 인해 공연을 취소한 공연, 혹은 그 극장은 코로나 감염자가 나온 곳이란 사회적 낙인효과도 불가피하게 된다.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운 겨울은 지났지만 봄은 오지 않은 것이다.
신포아트홀 극장 무대와 객석
(사진 출처: 극단 십년후)
상생과 경쟁 사이 그 어딘가의 오묘함
각 시·도에는 흔히 말해 나라에서 설립·운영하는 문화센터들이 있다. 인천의 경우 남동소래아트홀, 문학시어터, 부평아트센터, 송도트라이보울, 수봉문화회관, 인천문화예술회관, 학산 소극장, 등 문화예술 공간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문화예술 공간은 인천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이를 공공에 기여하는 것이 그 목적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공공기관들은 공적 이익 추구를 그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대관 비용이 일반 극장에 비해 저렴하게 운영된다.
신포아트홀을 개관하고 운영하다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은 공연장 대관을 필요로 하는 예술인들에게 신포아트홀과 같은 소극장이 0순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문화센터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대관이 가능하고 신포아트홀과 같은 사설 소극장은 공간과 시설 그리고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만으로도 적정 수준 이하의 금액으로는 유지하기가 힘들다. 이런 점에서 대관이 필요한 예술인들은 대관 비용, 시설 및 장비의 질, 최대한 많은 관객 수용의 측면에서도 당연히 공공의 문화센터를 우선순위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신포아트홀에서 대관 공연을 했던 단체 중 원하는 시기에 모든 문화센터의 스케줄이 꽉 차서 이곳 신포아트홀을 대관했다는 일도 있었다. 이런 사례에서 비추어 보면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그리고 공연에 대한 지원도 중요한 만큼 공간, 즉 소극장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포아트홀 개관 공연 <원이랑 선이>
(사진 출처: 극단 십년후)
대학로거리공연축제
(사진 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의 경우 인천과 마찬가지로 각 지역에 설립한 문화센터들이 있다. 다만 서울과 인천의 차이는 서울에는 대학로라고 하는 우리나라 연극의 중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센터는 설립 목적 취지에 맞게 운영되면서 대학로는 대학로대로 시민들에게 연극 공연을, 즉 공공재인 문화센터와 사설의 소극장이 시민들에게 문화예술 향유에 이바지함을 공통의 목적 아래 상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포 문화의거리
(사진 제공: 극단 십년후)
신포아트홀 입구
(사진 제공: 극단 십년후)
앞의 사례를 토대로 우리 인천도 문화센터와 소극장이 공통의 목적을 향해 상생의 길을 걷고, 나아가 그 이상의 것들 이를테면 다양한 예술인들이 모여 꿈꾸는 곳, 그 예술인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예술을 할 수 있는 곳, 그리고 그런 예술인들과 공연들을 보기 위해 인천 시민들이 모이고 그것을 토대로 각지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
신포아트홀이 그런 인천을 위해 작지만 큰 한걸음이 될 수 있다는 확신과 희망을 가지면서 필자를 비롯해 인천의 문화예술인들이 각자의 길을 걷지만 하나의 같은 목적지를 향해 지금도 뜨거운 땀을 흘리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성명: 유영승(劉永昇, Yu Young Seung)
약력: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졸업
연극 <웃으며 안녕> 배우
연극 <리투아니아> 배우
연극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앨리스> 연출
이외 다수 작품 참여
현재 극단 <십년후> 소속, <신포아트홀> 극장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