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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20주년을 준비하는 인천문화재단의 변화와 발전에 부쳐

송성완 (예술의전당 근무, 인천문화재단 9기 이사)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에서 열리는 한국이민사 120주년 기념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한지로 접은 비행기>를 관람했다. 수탈의 고초와 나라 잃는 아픔을 낳았고 한민족 이민의 시작점이기도 한 개항지 터에서 만나는 전시라 더욱 뜻깊었다. 다시 들러 찬찬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전시 마지막 주에 찾은 터라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주변을 돌아보니 이외에도 상주 작가들의 전시와 공연이 12월 중순까지 진행 중이었고 일정표에도 계획들이 빼곡했다. 같은 날 바로 옆에 자리한 한국근대문학관도 본관과 기획전시관에서 방문객 맞이로 분주해 덩달아 들뜨는 기분이었다. 이외에도 인천문화재단은 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쳥년문화창작소, 트라이보울을 운영하고 있고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과 우리미술관까지 관리하고 있어 활동 영역이 무척 넓다.

아트플랫폼 기획 한국이민사 120주년 기념특별전 (사진 제공 – 인천문화재단 아트플랫폼)

아트플랫폼 기획 한국이민사 120주년 기념특별전
(사진 제공: 인천문화재단 아트플랫폼)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사진 제공 –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100편의 소설, 100편의 마음』
(사진 제공: 인천문화재단)

1997년에 일찌감치 문을 연 경기문화재단에 이어 2004년 3월에 문을 연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수도권 광역문화재단의 세 축을 완성한 것이 인천문화재단이다. 인천만의 정체성을 살리는 각종 지원 정책과 함께 과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사업도 넘겨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에는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 문예진흥지원사업 지원평가 3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으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인천문화재단의 활동은 크게 ▲ 인천 내 창작예술인을 위한 지원 ▲ 시민참여 문화활동과 교육 ▲ 지역문화 개발과 연구로 구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문학, 시각, 음악, 연극 등 10개 문화예술 분야의 창작활동 공모와 인천 예술인 및 단체에 최대 2천만 원을 지원하는 활동이 대표적인 예술인 지원사업이다. 복권기금을 사용해 문화소외층에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누리카드 관리, 시민 문화 활동 공모와 인천시 위탁의 생활문화동아리 지원, 찾아가는 교육 활동 등이 시민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들이다. 인천 역사를 소재로 한 조사 연구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인천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 모색과 남북 접경지역의 문화자산에 대한 학술조사와 이를 활용한 평화 아카이브 구축은 다른 지역의 문화재단과 차별화되는 인천만의 개성을 담아낸 사업이다. 다양한 활동만큼이나 발행하는 자료도 방대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귀한 기록과 정보들이 항상 넘쳐나는 곳이 또한 인천문화재단이다. 단행본 도서를 비롯해 거의 격월로 발행하는 문화정책동향이나 각종 지원사업의 결과보고, 사회문화 연구 조사보고서와 시민교육자료집까지 공개된 것들만도 모두 쫓아가기도 쉽지가 않다.

필자는 2020년 11월, 2년 임기의 비상임 이사로 취임하며 인천문화재단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회의를 위해 인천을 찾는 횟수가 늘었고 덩달아 소관 시설 방문 기회도 늘었다. 재단의 주요 사업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재단 종사자들의 부지런함이었다. 전년도 여름에 이듬해 사업과 예산 계획을 수립해 확정하고, 1차 추경에 따른 계획의 수정 보완도 연말까지 해결했다. 매년 350억원의 예산을 목적에 맞게 집행하기 위해 기획사업을 직접 추진하고 외부에 맡기는 사업은 사업자 선정과 결과보고까지 꼼꼼하게 처리했다. 사업장이 3개 구에 산개해 있고 104명이라는 적은 정원에 현원은 그에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보여주는 일처리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같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로 유사한 업무를 주관하고 관리해 본 터라,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만큼 귀감이 되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활동이 위축되었던 지난 2년간, 온라인 문화예술활동 지원과 미술작품 구입, 크라우드 펀딩 지원이나 예술인 생계 지원 등으로 수고가 많았음도 결산자료를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문화재단 9기 이사진

인천문화재단 9기 이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2022.8.26. 인천문화재단 총100회차 이사회를 마치고)
(사진 제공: 인천문화재단)

이러한 여러 가지 성취에도 불구하고 인천문화재단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발원하는 듯하다. 첫째로 자체 기획 행사와 공모, 연구 사업을 진행하기에도 부족한 인력 규모, 둘째로 지원사업 선정에 있어서 예술가 및 예술단체들의 민원과 불만이다. 지원 대상 선정에 있어 신청자 간 이견은 지역 내 정서적 갈등도 함께 작용할 수 있어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인천문화재단은 기금과 보조금이라는 경제적 자원을 지역에 배분하는 역할을 주요사업으로 수행하고 있어, 주도적으로 새로운 활동이나 사업을 발굴하여 발전시키기보다 시기나 정권별로 정책적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는 것도 사업 지속성 확보에 장애가 되는 것 같다. 또한, 주요 이해관계자가 지원을 받는 예술가이다 보니 일반 시민을 향한 홍보와 마케팅 활동은 오히려 공연장이나 민간 조직에 비해 활발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들은 여타의 문화재단도 공유하고 있는 만큼 함께 개선점을 찾는다면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마냥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인천문화재단은 국내 주요 문화재단 사이에서 나름대로 특성화 전략에 성공하며 우수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인천의 정체성에 맞는 지원정책을 발굴하여 펼쳐왔다고 평가받는다. 광역문화재단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까지 문화재단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문화예술 시설 신축이 확산되는 요즘, 오랜 운영 노하우와 튼튼한 지역 신뢰를 확보한 인천문화재단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2024년이면 재단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지난 성과와 미래 비전을 소통하는 행사가 필요하다. 그 자리에서는 역사를 담은 20년사와 함께 시각적으로 변화를 체감하게 해줄 CI의 개편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재단의 장기 비전과 함께 3년에서 5년 사이의 중단기 운영전략과 주요 의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하부 실행과제와 수립한 목표도 시민과 공유되어야 한다. 인천문화재단의 앞으로의 미래가 예술가와 시민에게는 효용감과 효능감을, 내부 직원에게는 신뢰와 소명의식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 마련한 인천문화재단 혁신안과 2020년 수립한 중장기 발전방안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자칫 내부 제도 정비와 개선에 치중하면 주 서비스 대상인 예술가와 시민을 간과하기 쉽다. 조직의 효과성은 설립목적 구현에 달린 만큼 정책사업 수행과의 균형을 잘 조율해야 할 것이다. 곧 예정된 재단의 ESG 경영선언처럼 한발씩 나아가는 지금의 노력을 이어간다면, 거창하게만 들리는 미래나 비전이라는 단어도 실천과 결실이라는 열매를 맺을 것이 분명하다.

2022년 12월 8일에 발표한 인천문화재단 새로운 CI

2022년 12월 8일에 발표한 인천문화재단 새로운 CI
(자료 출처: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 인천문화재단 CI 소개 내용 중에서)

이번에 개발된 인천문화재단의 심볼 마크에는 ‘문화예술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 인천’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인천의 ‘ㅇ’안에 인천문화재단의 한글 초성 ‘ㅇㅊㅁㅎㅈㄷ’을 넣어서 표현하였으며, 초성 사이의 4가지 색깔은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초성 간에 선의 연결은 ‘시민’과 ‘예술가’를 연결하는 ‘소통’이라는 의미와 함께, ‘문화예술의 도시 인천’의 ‘하늘’과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연상시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송성완

글 / 송성완 (宋成完, Sungwan Steve Song)

현 예술의전당 근무(2003년~)
(공연예술본부장, 음악사업부장, 홍보마케팅부장 등 역임, 현재 미래전략추진단 전문위원)
현 부천아트센터 이사 (2022~)
현 한양대 관현악과 겸임교수 (2022~)
전 인천문화재단 이사 (2020~2022)
전 정화예술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2019~2021)
성균관대 경영학부 학사 졸업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졸업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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