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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박스, 성냥으로 모닥불을 피우다
2022 아트플러그 연수 기획전 <Match Box Edition 1. 2인조 X / 2022.8.23.~ 9.30.>
진나래 (시각예술 작가)
2022년 8월 23일부터 9월 30일까지 ‘아트플러그 연수’에서 열린 <Match Box Edition 1. 2인조 X>는 연수문화재단 예술창작공간인 ‘아트플러그 연수’의 2021년도, 2022년도의 입주작가 5인과 외부 초청작가를 매칭한 기획전시이다. 입주작가로는 2021년 파일럿 입주작가 윤미류, 전장연, 2022년 입주작가 정정호, 윤결, 갈유라가 참여하였고, 초청작가로 각각 수연, 김한나, 이수빈, 김화용, 강은구 작가가 참여하였다. 전시를 기획한 독립큐레이터 조주리는 ‘입주자 주도의 기획과 비평 수행, 기관 바깥의 작가들과의 협업 제작을 생성해내는 과정1)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매치박스’라는 표제를 제안하였다고 한다. 매치(match)라는 단어는 성냥이라는 잠재적 화기, 또는 ‘도화선’을 의미할 수도 있고, 두 사람 간의 경합이 이루어지는 ‘경기’가 될 수도 있으며, ‘어울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 조주리, Match Box Edition 1. 2인조 X 전시연계 브로슈어 중 “Match Box 기획의 글”(인천: 연수문화재단, 2022, p.4)
연수아트플러그 기획전시 전시장 전경
(사진 제공: 연수문화재단)
메인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작업은 윤결X김화용의 <짠물 아래 화석>이다. 작업도 작업이지만, 작업 읽기에 들어가기 전에 이들의 설치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작업 설치를 위해 쓰인 테이블 및 구조물이다. 이 구조물은 단순히 작업의 보조적인 요소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설치된 다른 작업들과 더불어, 작가들이 추구하는 작업과 삶에 대한 태도를 여실히 드러내는 하나의 설치 작품이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 테이블 및 구조물은 ‘공공예술 프로젝트 <<제로의 예술>>(공동기획: 강민형, 김화용, 전유진)의 내부 워크숍 결과물로 공개한 <비거니즘 전시 매뉴얼>(연구: 김화용/남선우/박태인/여혜진/이규동/이목화)의 항목을 적용해 제작’한 것으로, 이규동이 ‘하나의 나무판에서 버려지는 부분이 없도록 재단하여 디자인되었으며, 모듈 형태로 고안하여 재사용이 용이하’도록 디자인하였다.
윤결X김화용의 작품 <화성에도 짠물이 흐른다>
(사진 제공: 연수문화재단)
다음으로 보이는 촙촙챙(갈유라X강은구)의 인터렉티브 사운드 설치 작업 <우주성가, 라라 라라라 라라 라라>와 영상 작업 <스페이스 플라스틱 뮤직비디오>는 지구의 관람객으로 하여금 우주라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접하도록 하거나, 적어도 궁금케 한다. 테이블 구조물 위에 놓인, 코코넛 껍데기같은 소재로 만들어져 구멍 세 개로 눈과 입이 표현된 머리 부분과 유리병으로 된 몸통 부분이 결합된, 귀여우면서도 원시적인 인형 오브제들은 고분에서 출토되는 ‘흙 인형’인 ‘토용(土俑)’을 모티브로 한 ‘성용(星俑)’이라 한다. 성용은 우주와 지구를 잇는 교신자이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우주성가는 ‘미래의 우주먼지가 되기 위한 노래’2)라는 것이다. 이 성용들은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가면 소리를 내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고유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결국 성용은 물론, 관람객 한명 한명의 움직임과 존재가 우주와 연결되는 매개가 되는 셈이다.
2) 갈유라, 강은구, Match Box Edition 1. 2인조 X 전시연계 브로슈어 중 “우주성가, 라라 라라라 라라 라라”(인천: 연수문화재단, 2022, p.14)
갈유라×강유라의 작품 <우주성가, 라라 라라라 라라 라라>
(사진 제공: 연수문화재단)
다음으로 전시장의 오른쪽 안 코너에 놓인 전장연X김한나의 <성격차이>라는 제목의 작업은 형태와 물성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다. 아마도 ‘성격’을 형태와 물성으로 치환하여 표현한 작업은 아닐까 싶다. 회화와 조각의 속성을 넘나드는 감각적 구조물들이 전시장의 벽면과 바닥에 설치되어 있고, 중간 중간 파운데이션 쿠션들이 끼워져 있다. 작가들은 작가와 작가 간의 성격차이, 즉 이들의 표현에 따르면 ‘태와 감각의 차이’를 동료 사이의 묘한 매력으로 이해하며, 이 차이는 서로의 작업을 추동하며 감각의 생경함을 통해 새로운 것을 산출해내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조형성에 관심을 가지며 각자의 다른 감각을 비교·대조하면서 작품을 선택하고 전시하였다. 화장으로 낯빛을 감출 수 없다는 표현에서 출발했다는 파운데이션 쿠션의 활용은, 오히려 설치 작품들의 차이와 마찰을 상쇄시키기 위한 완충 쿠션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한나×전장연의 작품 <성격차이>
(사진 제공: 연수문화재단)
전시장의 왼쪽 안 코너에 위치한 정정호X이수빈의 작업 <우리의 토템>은 진정한 반려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해주는 작업이었다. 커플, 즉 반려 혹은 동반자인 정정호와 이수빈에게는 또 하나의 반려자가 있는데, 이는 고양이이다. 반려동물을 다루는 많은 작업이 있지만, 대부분은 반려동물의 초상화나 조각을 제작하거나 반려동물용품을 제작하는 것에 그치곤 한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은 다르다. 고양이를 토템으로 기리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들의 작품에서 고양이는 토템 이상이다. 일상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일종의 ‘공기’이자 ‘자녀’이자 ‘절친’이자 ‘동거인’, 그야말로 삶의 동반자인 반려이다. 고양이 장난감은 증식하여 샹들리에가 되어 있고 나뭇가지는 고양이 발로 변하였으며, 고양이 털의 무게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의 시간을 엿보게 해준다.
정정호X이수빈의 작품 <우리의 토템>
(사진 제공: 연수문화재단)
마지막으로 윤미류X수연의 <평행하는 메타포>는 회화작업이다. 이들은 모두 사적인 관계에서 발견하는 사건, 감정에서 시작해 그림을 그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려지는 그림은 매우 상이하다. 윤미류는 특정 대상의 인물화를 그리되 공간과 사물, 제스처 따위를 연출하여 어떤 인물에 대한 해석된 감각을 전하고자 한다. 그러나 수연은 대상으로부터 매우 함축된 최소한의 형태, 즉 추상화된 형태를 찾아내고자 한다. 이들의 ‘차이’는 어쩌면 오래 전부터 미술계 내에서 이어져 온, 그리고 동시대에서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추상을 둘러싼 어떤 차이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윤미류<Snowstorm> 1, 캔버스에 유채, 181×227cm(2021)
윤미류<Orange Girl> 1, 캔버스에 유채, 40.9×31.8cm(× 2pcs)(2021)
(왼쪽)수연<Intersection>, 캔버스에 아크릴, 60.6×60.6cm(2019)
(오른쪽)수연<Our Souls at Night>, 캔버스에 아크릴, 116.8×91cm(2019)
(사진 제공: 연수문화재단)
으레 레지던시 결과전과 같은 정례적 성격을 가지는 전시는 아무리 외부 개방을 한다 하여도 그 프로그램적 성격상 폐쇄적이고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조주리 독립 큐레이터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저에 두고, 외부에서 새로운 파트너들을 초청해서 레지던시 작가들과 초청 작가들가의 선의의 경쟁 또는 따뜻한 교류가 이루어지게 하였다. 작가들이 대개 서로 섞이기 어려운 성격을 가진다고 볼 때, 작가들을 매칭하는 방식의 전시는 자칫 형식적인 전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레지던시 전시에서의 외부 작가 매칭이란 다른 이야기이며, 또한 이번 전시에 초대된 다섯 작가들의 ‘대담한’ 걸음은 입주 작가와의 섬세하고 배려 깊은 조정을 통해 서로를 돋보이게 해준 것 같다. 교류를 통해 일어난 불씨가 서로를 땔감으로 하여 만들어낸 일종의 따뜻한 모닥불같은 전시랄까? 따뜻한 불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 주변으로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연다. 매치박스에서 만들어낸 불씨는 그런 불씨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작가들의 포트폴리오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연수문화재단)
진나래 (b.1983)
조각을 전공하고 사회학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다원적 방식으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진실과 허구 사이 존재에 주목하며 타자와의 관계 맺기에 대한 관심이 인간 너머로까지 이어져 2019년부터는 (비)인간 법안제안 워크숍을 진행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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