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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 3.0은 2022년에 ‘문화도시’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2022년 8월호 기획특집은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를 주제로, 지역의 문화예술현장의 활동기록을 남기기 위해
무엇을 모으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 편집자 주 –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는 광활하게 진동할 수 있을까

채은영 (임시공간 대표)

몇 년 전부터 문화도시,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공공미술, 문화기획 영역에서 구술사, 기록 작업을 중심으로 아카이브 프로젝트와 아카이브 전시가 많아졌다. 다만, 현대 미술에서 연구조사 중심의 창작과 기획이 중요한 경우, 아카이빙과 아카이브 전시 방법론이 2000년대 국내외 비엔날레와 공공 미술관, 비영리공간에서 다양하게 시도되어 왔기에 지역에서 이런 움직임이 다른 의미로 낯설기도 하다. 지역문화예술에서 아카이브가 핫아이템이 된 배경에는 제도의 변화가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지역문화진흥의 기본 원칙을 지역 문화의 고유한 원형의 우선적 보전’으로 지역문화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지침에서 ‘지역문화정보’에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무형의 문화적 활동에 관한 정보’로 명시한다. ‘지역문화정보시스템’은 지역문화정보를 통합관리하고 공동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보기술을 적용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 정보시스템 및 네트워크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여러 지자체에선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의해 지방기록원을 설립하고, 인천도 인천기록원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인천학연구원 인천학아카이브 (출처: 인천학연구원)

인천학연구원 인천학아카이브 (출처: 인천학연구원)

지역성이나 장소성에서 시작하는 연구나 기획을 할 때, 인천의 문화예술을 집대성하거나 장르별 안내서가 될 만한 시작점도 부족하고, 그나마 참고가 될 자료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숨겨져 있다. 인천시사나 인천데이터포털 등은 행정 중심 자료이거나 인천학연구원의 인천학아카이브1), 인천연구원과 시립박물관 자료 등은 역사적 기록, 정책, 생활사 등이 중심이다. 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연감, 기초문화재단의 지역 문화자원 실태 등은 조사 기준과 과정에 따라 내용과 데이터의 차이가 많다. 지역 문화예술과 관련된 비평과 연구자료도 오래전 자료이거나 폐간되었고, 공공 지원사업의 경우 해당 내용,결과나 관련 자료를 알 수 없고, 매번 비슷한 주제와 인력으로 공회전 중이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지역 관련 작업들의 참고 자료를 찾기란 불가능하고 스페이스 빔에 지역 자료가 가장 많지만 자료의 분류, 보존, 활용을 온전히 민간 공간이 부담하기엔 한계가 있다. 결국 실물 자료, 온라인 홈페이지와 SNS 등 개인의 엄청난 발품과 손품을 요구한다. 이렇게 하면서 지역에 대한 애정을 쌓으라는 건지도…
1) 인천학연구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스페이스 빔 자료 (필자 제공)

스페이스 빔 자료 (필자 제공)

행정과 역사 기록 분야는 상대적으로 기본 방향과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 반면, 여전히 문화예술 아카이브는 각자 경험에 따라 각양각색이고 같은 단어를 말하지만 다른 의미와 맥락으로 사용한다. 솔직히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가 창작자(작가)와 매개자(생활문화, 문화예술교육, 문화기획 등)에 비해 현장과 제도 비평과 연구-기획 인력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는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더군다나 아카이브 전문 인력을 기대한다는 건 너무나 먼 일이다. 또한 개인이나 민간 단체나 공간은 물리적으로 자료를 모으는 일을 할 수 있지만, 그걸 지역문화예술의 공공재로서 아카이브로 만들고 활용하는 부분은 공공 영역의 몫이다. 그런 가운데 인천문화재단에서 인천 문화예술 인터뷰 기록사업(2021), 인천아트아카이브(2020-2021)2), 인천문화예술연감 조사체계 구축과 발간 용역(2022)과 인천문화예술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중장기 계획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에서 지역 미술 연구와 소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지역 미술을 가늠할 전시, 연구, 출판 등이 뭔가 실체없이 분주하다. 2022년 상반기에 《인천문화예술40년사 편찬》를 위한 토론과 콜로키움으로 지역 문화예술의 연구와 기록을 위한 공론의 장이 있었다.
2) 인천아트아카이브 2020년은 지역 중진원로 작가, 2021년은 소집단과 전공간을 중심으로 연구했으며 . 2020년 결과는 자료집과 웹사이트에 공개 중이다.

인천아트아카이브 홈페이지 (출처: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아카이브 홈페이지 (출처: 인천문화재단)

여러 고민과 실천의 시작이 가진 의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움과 질문이 남는다. 역사학적 혹은 기록학적 연구와 기록과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특수성이 가진 연구와 기록이 잘 연결되지 않는다. 아카이브 논의는 동시대 문화예술 맥락과 현장보단 과거 지향적이라 특정 대상과 주제만 대표화되고, 참여 구성원들도 아카이브에 대한 이해나 경험보단 각자 개인과 단체의 경험과 내용을 강조하거나 기존 지역성과 역사성을 강화하거나 반복하는 주제와 형식으로 빠지기도 한다. 물질적 아카이브와 디지털 아카이브, 저장소로서의 아카이브와 의미있는 자료로소의 아카이브의 구분이나 아카이브의 기준, 구축과 활용 방법론까지 가기엔 논의가 겉돈다. 이런 상황에서도 손동유는 아카이브로서 내용, 구조, 맥락이 중요하고, 기록으로서 진본성, 신뢰성, 무결성, 이용 가능성과 편의성, 지속가능한 보존관리 등을 이야기했다.3) 동무비평 삼사에서 필자 늦여름은 《인천문화예술40년사 편찬》에 대해 지역에서 관습적으로 지역문화예술을 상찬하는 편찬에서 다양한 지역 문화예술이 기록으로 확장된 시간성과 장소성으로 펼쳐진 자산으로서 기반을 위해 다면적 특수성과 확장적 관계성을 강조한다. 4)
3) 손동유, 만인만색의 아카이브! 잊지말아야 할것!, 2021 인천문화포럼이 남긴 대화(들), 2021, 인천문화재단
4) 늦여름, 인천문화예술40년사, 관행적 기념 편찬과 실천적 기록화 사이에서, 동무비평삼사, 21호 바로가기(2022년 7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공공예술도서관 (출처: theartro 홈페이지 바로가기)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공공예술도서관 (출처: theartro 홈페이지 바로가기)

무엇보다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구축과 활용 부분이다. 공공 기록이나 역사적 기록의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에 관한 복합적 상상과 실천은 가능할 것인가.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의 정의에서부터 다양한 가능성과 반복하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도나 해러웨이의 《트러블과 함께 머물기》에서 다종 이야기하기(multispecies storytelling)의 실천으로서 실뜨기에서 용기를 얻는다. 미술의 예를 들자면, 기존 지역 미술사(Art History)의 부재와 결핍을 반복하기 보단, 작고 다양한 활동과 기록들의 패턴을 주고받고 실패하면서도 어떤 모양을 결과를 내는 과정으로서(history of art) 계속 엮고 함께-기억하고 다시-읽고 다시-회복하는 아카이브라면 어떨까. 공공적 접근성을 위한 문화예술저장소로서 2014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공공예술도서관의 공공예술아카이브처럼 작지만 의미있는 아카이브들이 인천 전체에 골고루 자리 잡길 바란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의 지역 관련 작업, 활동들, 인천문화재단의 지역 관련 창작기획 지원 결과물, 평화관련 문화예술 아카이브, 노동미술이나 디아스포라 아카이브 등 작지만 촘촘하게 담론, 방법론, 인력 등을 쌓아 나갈 실천적 과정이 필요하다. 지역 미술사 연구가 부족하다면서 기존 연구 내용을 반복하거나 소장품 논의에만 집중하기 보단, 스페이스 빔처럼 민간 공간의 많은 자료들, 없어진 공간이나 단체의 자료들, 공공 프로젝트나 행사 등의 자료들 등 주제와 대상에서 지역 문화예술의 자산으로서 아카이브를 연구하고 구축하며 방법론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베타테스트 중인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인 서울미술아카이브5)는 정보시스템을 기반과 아카이브 체계의 마련, 전시와 교육 및 공공 프로그램으로의 연결은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의 디지털 구축과 활용에서 참고할 만하다.
5) 서울미술아카이브 바로가기

서울미술아카이브 컬렉션 시각화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미술아카이브 컬렉션 시각화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의 대상, 주체, 생산, 활용에서 위에서 언급한 문제와 함께 공론장에 나와야 할 문제는 저작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에 관한 관심으로 디지털 아카이브에도 많은 공공 지원이나 활동이 있으면서 지식재산권, 초상권 등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권과 예술창작의 권리를 보호하는 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공공 기금이 마중물이 된 많은 연구, 창작, 기획 사업에서 최소한의 기초 자료등도 공유되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 얼마 전, 모 지역의 프로젝트를 위해 답사를 진행하려다 해당 지역 레지던시에 혹시 입주 작가들이 지역에 관해 조사한 기초 자료라도 공유가능한지 물어봤는데,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어 확인하고 연락해주겠다 했고 결국 받지 못했다. 누군가가 노력해 조사하고 그것이 작업이나 프로젝트, 전시로 창작되는 부분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만큼, 모두를 위한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를 위해 공유와 공동의 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비슷한 과정을 반복하기도 하며 지역성과 장소성이 균질화되기 쉽고,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공공재로서 문화예술의 가치와 의미가 납작해질 수 있지 않을까.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가 광활하게 진동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채은영

채은영 蔡恩榮 eunyoung chae

도시에서 자본과 제도 사이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가진 시각예술의 상상과 실천에 관심이 많은 인터-로컬 큐레이터. 2016년부터 개항장 문화지구에 트랜스-로컬리티와 생태-정치를 주제로 전시, 연구, 프로젝트를 하는 비영리공간 ‘임시공간’을 운영한다.
임시공간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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