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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 3.0은 2022년에 ‘문화도시’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2022년 8월호 기획특집은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를 주제로, 지역의 문화예술현장의 활동기록을 남기기 위해
무엇을 모으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 편집자 주 –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

아카이브와 스토리텔링

박승영 (동인천역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코디네이터)

한복 자투리 천으로 만든 보자기인 조각보는 화려한 색감이나 질감은 아니지만 단아하고 수수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동인천 추억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하나하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견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꿰고 나니 조각보처럼 제법 멋진 모자이크가 되었습니다.
양키시장, 애관극장, 대한서림, 동인천역 남광장, 인천백화점은 60~70년대 인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한 곳일 겁니다. 이 시대 사람들에게 동인천은 무언가 애틋한 장소인 듯합니다. 이곳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만감이 교차하는 곳. 장소가 주는 특별함이 있는 곳. 바로 ‘동인천’입니다.

저는 작년 한 해 동인천역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아카이빙(Archiving) 업무를 담당하며,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인천 시민을 대상으로 동인천에서 찍은 추억 사진을 모집하고, 인터뷰를 통해 에피소드를 발굴했습니다. 다양한 분들에게서 발굴한 추억 사진과 에피소드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 센터 홍보 매체에 소개되었고, 연말 성과보고회 때 가벽 전시를 통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를 기획하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 아카이빙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용신상회 이교자 선생님을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우측이 이교자 선생님)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 아카이빙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용신상회 이교자
선생님을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우측이 이교자 선생님)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 아카이빙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백서은 시인을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좌측이 백서은 시인)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 아카이빙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백서은 시인을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좌측이 백서은 시인)

(사진 제공: 박승영)

저희 센터는 ‘동인천역 2030 역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명으로 알 수 있듯이 2030년을 바라보고 원도심(동인천)을 회복시키겠다는 의지와 함께, 2030 세대가 동인천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동인천을 다시 한번 부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동인천 부흥을 기치로, 행정과 주민 사이에 가교역할을 하는 중간지원조직인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과연 아카이빙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사실 아카이빙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 저는 아카이빙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아카이빙의 사전적 의미는 ‘기록과 보관’입니다.

센터의 아카이빙파트는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소식지를 제작하며, 홍보 매체를 운영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이외에도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사업 진행 과정을 기록하고 소식지를 발행하는 등의 업무는 센터 아카이빙 파트 주요업무로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진 사회에서 주민은 물론, 외부 사람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발신하려면 더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했고, ‘동인천’이라는 장소에는 충분히 그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인천은 구 인천시청(현 중구청)의 동쪽에 있다고 해서 동인천이라고 불렸습니다. 좁게는 동인천역을 중심으로 기차역과 관련 시설이 있는 중구 인현동 일부 지역을 동인천으로 봅니다. 동인천 바로 옆 동네인 중구는 개항장과 차이나타운, 신포시장 등 즐길 거리와 먹거리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동인천은 조금 밋밋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동인천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데에는 동인천이 가진 고유한 의미와 가치 때문일 것입니다.

동인천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의미와 변하지 않는 가치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선 동인천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을 확인하고자 「송현동: 인천의 마음 고향」과 「동인천 잊다 있다」와 같은 도서를 추천해 준 동구화도진문화원부터 동인천 관련 자료가 있을 만한 여러 기관을 방문했습니다.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 아카이빙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 「보는 것을 사랑한다」윤기형 감독님을 인터뷰하는 모습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 아카이빙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
「보는 것을 사랑한다」윤기형 감독님을
인터뷰하는 모습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 아카이빙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인천시립박물관 유동현 관장님을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좌측이 유동현 관장)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 아카이빙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인천시립박물관
유동현 관장님을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좌측이 유동현 관장)

(사진 제공: 박승영)

자료를 읽으면 읽을수록 동인천은 무척 흥미로운 곳이었습니다. 그 시절 번화가의 척도라 할 수 있는 극장이 한때는 19개에 이를 정도로 동인천은 시네마 천국이기도 했습니다. 동인천은 지금의 모습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번화한 곳이었습니다. 책 「동인천 잊다 있다」의 표현처럼 무대 중앙에서 활약하는 ‘스타 플레이어’로서의 동인천의 모습을 기억하신다면, 이 세월의 변화가 더 남다르게 와 닿을 것입니다. 그래서 종종 주민들에게 ‘그 시절’ 동인천에서의 추억이 어땠는지 묻고 다녔습니다. “동인천은 어떤 곳이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분들 대부분 신이 나서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아카이빙은 기록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카이빙이란 ‘스토리텔링’이자 ‘스토리텔링을 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소에 이야기가 덮이면 이야기에 힘이 생기고 전달력이 생깁니다. 장소에 서려 있어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힘 말입니다. 결국, 이런 공감대가 모여 문화를 형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추억 사진’과 ‘이야기’와 같은 직관적 가치에 집중하게 된 것에는 이론적 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습니다. 동인천에 대해 배경을 근거로 설명하려 해도 알고 있는 지식이 부족하여 오로지 직관에 의존해 사람들의 관심 사항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기획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설픈 전략이었지만 다행히 많은 분들이 센터와 동인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지난 한 해 쭉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동인천의 추억을 찾습니다’는 동인천에서의 추억 사진과 옛이야기를 공유해주신 중앙시장 ‘용신상회’의 이교자 선생님을 비롯하여, 인천시립박물관 유동현 관장님까지, 총 열한 분의 소중한 추억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참여와 협조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박승영

박승영 (朴承英, PARK SEUNG YOUNG) 동인천역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코디네이터

줄곧 전업주부로 지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한해 전에 일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이제 사회생활 3년차로, 작년 2월부터 동인천역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아카이빙’ 업무를 담당해왔습니다. 올해는 아카이빙 외에도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중 ‘자율주택정비사업’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도시재생의 한 축으로 원주민들의 물리적인 주거환경개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추상적인 개념이 강한 아카이빙과는 달리 하드웨어적인 정비사업 업무는 어렵기도하고, 전혀 다른 성격의 일이라 적응하는데 애먹기도 했지만, 동인천 변화의 바람에 일조하고자 재밌고 즐겁게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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