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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문화도시
고윤정 (부산 영도문화도시센터장)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란 무엇인가
먼저 법정 문화도시 지정 사업 이야기를 꺼내본다. 「문화도시 추진 가이드 라인1)」에는 문화를 통한 지역 발전 사이에 ‘지속 가능한’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문화를 통한 도시 발전과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의 차이는 뭘까.
* 1) 문화체육관광부, 2018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문화정책 실행 중간지원 기관들(영국 예술위원회, 일본 요코하마시 예술문화진흥재단 등)이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와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중장기 발전 방안을 수립했고, 미국 비영리기관 아트2030은 SDGs를 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문화정책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1차적인 책임은 SDGs에 있다. 2000년에 발표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las ; MDGs)에 문화의 중요성이 언급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2013년 항저우 회의에서 이후에는 문화를 반드시 지속가능발전목표에 포함하자는 항저우 선언이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SDGs에서 문화가 중점적으로 다뤄지지는 못했다. 그렇다 보니 SDGs와 문화와 연관성을 모색하기 힘들고 국내 지역별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도 문화를 다루는 주제로는 문화유산 보호나 예술적 창조행위에 국한되어 있는 현실이다.
2013 항저우 선언 관련 내용(출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홈페이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출처: UN 지속가능발전목표 홈페이지 바로가기)
지속가능발전목표와 문화의 관계
문화 분야와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간 협력도 원활하지 않다. SDGs에서 환경과 경제를 주로 다루고는 있지만 문화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터키 세페리히사르 씨앗 교환 축제(http://seferihisar.bel.tr)는 지속가능한 농업(목표 2) 달성을 독려하고, 나일 프로젝트(http://nileproject.org/)는 전 세계 음악가들이 나일강의 생태계를 음악으로 전하며 물과 위생(목표 6)의 중요성을 알린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함도 SDGs와 문화를 쉽게 연결하지 못하게 한다. ‘지속가능성’은 현재의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미래세대의 욕구를 저해하지 않는 발전(브룬트란트 보고서)이다. 그런데 이것이 지속가능성에 적합한지는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용산에 국립극장을 세우는 것과 복합문화공간을 세우는 쪽, 세운상가 재개발 정비와 골목문화를 보존하는 쪽 모두 지속가능성을 이유로 든다. 그렇다. 지속가능성은 명확하지 않다. 정치적이며,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참여하고 질문해 가는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
문화도시사업의 성과: 시민이 문화도시의 주체로 등장하다
문화도시의 중요한 성과는 여기에 있다. 문화도시가 사회혁신 사업이냐는 비판도 있지만 시민을 주요 문화주체로 등장시킨 점은 분명 획기적이다. 시민들이 처음에는 이해관계로 참여하더라도 ‘함께 잘 사는 것’에 대한 질문과 토론의 장을 경험하고 실천해 가면서 ‘시민으로의 삶’, 즉 자신만의 SDGs를 만들어 간다.
문화도시 시민 참여 과정(사진 제공: 영도문화도시센터)
다만 문화예술계에서는 SDGs 이행을 위해 문화가 주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SDGs가 17개 목표 중 하나로 문화를 선정하진 않았지만 169개 세부 목표를 보면 문화 분야의 중요성이 꽤 언급된다. 2004년에 UN 193개 회원국 중 140개 회원국의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기구가 참가해 설립된 UCLG(세계지방정부연합)는 ‘문화의제(Culture 21 : Agenda 21 for Culture)’를 채택하면서 4번, 8번, 11번, 12번을 주요 문화 협력 분야로 꼽았다.
4번은 문화 다양성과 예술교육, 8번은 생산 활동에서 창조성과 혁신, 11번은 세계 문화와 자연유산의 보호, 12번은 지속가능한 관광에서 역할을 강조한다. 필자는 여기에 예술의 사회적 역할인 건강증진 3번, 사회통합과 포용성을 강조한 10번을 주력 목표로 추가 해보면 어떨까 싶다. (3, 4, 8, 10, 11, 12)
특히, 문화 다양성은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유네스코는 오래전부터 SDGs 과제 이행 하나로 문화 다양성 협약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2010년 문화 다양성 협약에 가입했고, 2017년에는 위원국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부처나 지자체에서 문화 다양성은 하나의 ‘사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예산이 아주 적다.
SDGs의 슬로건은 ‘단 한 명도 소외시키지 않겠다’이다.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배제되는 것 외에 ‘문화적(심리적)’ 배제에 문화예술 분야는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집단 이기주의, 혐오, 빈곤의 내재화 등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인식과 환경을 바꾸는 노력이 문화 다양성을 증진하는 역할이다.
아트 2030의 주요 목표(출처: 아트2030 홈페이지 바로가기)
위기를 기회로 –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이행을 위한 문화적 실천방안 찾아가기
아카이브 이야기도 해본다. 요즘 ‘로컬 붐’을 타고 수도권에서 유행한 문화 스트리트 전략 카피 캣이 지역에 횡횡하다. 한편으로 쇠퇴한 지역 매력을 새롭게 부각하는 효과도 있지만 어쩔 때는 지역을 소비나 투기 대상으로 삼는 것 같아 불쾌하다.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의 있는 그대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문화적 방법은 뭘까. 작년 7월 대구 남구의회에선 재개발 정책 방향성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는데 대구 문화기획자들이 시민과 예술가 관점에서 남구를 기록한 결과물을 공유하며 재개발을 이야기했다. 해외에서는 영국 리버풀이 경관을 해치고 세계문화 유산으로 가치를 훼손했다는 판단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모두 잘 알고 있듯, 우리는 이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위기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 불평등은 심화하고, 기후 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문화는 본질적인 가치이고, 예술은 본질적인 행위이다. 유행처럼 지속가능한 발전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모든 정책에서, 모든 비전에서 각자의 삶에서 SDGs 이행 과제를 선정하고 실천해 가야 한다. 앞으로 다양한 기관과 공간에서 문화와 SDGs 협력과 실천방안에 대한 논의가 확산하길 바란다.
고윤정 (高允庭, KO YUN JUNG)
문화다양성, 문화나눔, 장애예술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UN SDGs의 문화적 실천을 주 전략으로 삼은 부산문화재단 2030을 책임 집필했다. 현재는 부산 영도구 문화도시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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