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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 2022년 6월호 기획 – 새정부의 문화정책에 관하여]

문화예술의 가치 확장과 문화정책 융합

임학순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Ⅰ. 문화정책의 가치와 실용이 총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2022.5)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서 문화정책 분야의 철학은 무엇일까? “문화”, “예술”, “문화정책” 등의 용어가 국정철학, 국정목표에는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 문화정책 철학과 이념을 포착하기는 어렵다. 문화정책에 관한 사항은 주로 “약속”과 국정과제 차원에서 제시되어 있다. 문화정책 분야의 철학과 이념에 대한 단서는 국정목표 3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와 관련한 “약속 11 : 문화공영으로 행복한 국민, 품격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에서 부분적으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문화정책을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품격”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과 “품격”은 국정과제 전체와 연결된 것이기 때문에, 문화정책 분야로 한정하기 어렵다. 새롭게 등장한 문화정책 키워드 “문화공영” 용어 또한 그 개념과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앞으로 “약속 11”이 정책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행복”, “품격”의 연계 체계를 실천 가능한 수준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국정목표 3.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바로가기)

한편 앞으로 윤석열 정부는 문화정책을 “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넘어 국정과제 전체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문화정책에 관한 이론적, 실천적 논의에서는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문화적 측면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 측면, 경제적 측면, 환경적 측면 등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것은 문화정책을 인간과 사회문제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국정과제 56 :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에서 “사회적 관계회복 지원센터” 사업을 제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기반시설의 디지털, 친환경, 무장애 전환” 사업 또한 문화기반시설의 환경책임성(environmental responsibility)이슈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서는 문화정책의 사회적 가치, 경제적 가치에 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윤석열 정부는 문화정책과 전체 국정과제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문화정책을 활용하여 동시대의 인간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은 기후변화 문제, 탄소중립 실현 문제, 초고령사회의 노인문제, 4차산업혁명시대의 인간문제, 사회통합 문제, 저출산시대의 육아돌봄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s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문화정책의 관계에 대한 논의 또한 문화정책을 총체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성을 더해주고 있다.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56번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바로가기)

Ⅱ. 문화예술의 가치 확장과 문화정책 융합체계 구축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보고서는 문화정책 과제로 “일상의 보편적 문화복지”, “예술인 지원”, “예술산업과 K-컬쳐산업”, “디지털미디어”, “문화유산의 디지털 전환과 문화자산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제들은 최근 문화정책 현장의 요구와 흐름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문화정책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책영역과 사업들의 경계를 열어놓고, 정책사업들의 소통, 공유, 협업, 혁신 등 창조적 융합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화정책 과제들은 기존의 개별 사업 차원의 정책체계로는 효과적으로 수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예술산업정책의 경우, 예술 장르의 융합, 예술산업과 콘텐츠산업의 융합, 예술과 기술과 미디어 플랫폼의 융합, 예술과 문화관광의 융합, 예술과 마케팅의 융합, 예술과 데이터산업의 융합 등 예술산업의 융복합 생태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생활권 기반 문화정책의 경우, 생활문화정책, 예술인정책, 문화다양성정책, 문화예술교육정책, 시민문화정책, 문화복지정책, 예술정책, 문화공간정책 등 다양한 유형의 문화정책사업들이 주민 관점에서 상호 연계될 필요가 있다.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57번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바로가기)

문화정책 융합이란 문화정책 생태계를 구성하는 행위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촉진하여 문화와 예술의 가치창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융합 수요는 문화예술 현장의 융합 트렌드와 수요자 중심의 문화정책 요구에 바탕을 두고 제기되고 있다. 문화예술 현장의 경우, 예술과 예술의 경계 완화, 예술과 산업의 융합, 예술과 기술과 미디어의 융합, 수요자의 주체적 참여문화, 예술과 사회문제의 연계 강화, 예술과 지역사회의 연계 강화 등 예술융합 수요가 커지고 있다. 문화정책의 경우, 정책융합 논의는 공급자 중심의 문화정책, 개별 정책사업들의 팽창주의, 정부 주도의 문화정책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문화정책 융합체계는 수요자 중심의 문화정책, 참여적 문화정책,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는 문화정책, 정책 현장과 맥락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문화정책, 파트너십과 협력적 거버넌스 기반의 문화정책, 정책 소통과 조정이 활발한 열린 문화정책 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정책 융합은 문화정책 내에서의 융합과 문화정책 밖과의 융합을 모두 포괄한다. 문화정책 내 융합이란 개별 문화정책 사업들의 연계와 협력을 의미한다. 예술정책과 콘텐츠산업정책의 연결, 예술정책과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연결, 생활문화정책과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연결, 문화유산정책과 콘텐츠산업정책의 연결 등 개별 문화정책의 영역과 사업들을 융합적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문화정책은 개별 문화정책의 확산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많았으며, 문화정책 사업들의 연계와 융합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지역문화 정책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중앙에서 내려오는 개별 문화정책 사업들의 분파적 비효율의 문제를 경험해오고 있다.

한편 문화정책 밖과의 융합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 예술과 사회의 융합, 예술과 경제의 융합, 예술과 환경의 융합 등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융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새로운 예술 형식의 창작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예술의 유통과 소비, 예술의 가치 확장 등 예술의 가치 창조체계 전반에 걸쳐있다.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은 이러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예술과 사회의 융합은 문화예술의 특성과 가치를 활용하여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예술영역과 사회문제 영역이 소통하고, 공유하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예술과 경제의 융합은 예술의 경제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예술을 예술산업, 창조산업, 지역경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예술과 환경의 융합은 예술을 통해 지구의 환경문제를 성찰하고, 환경 실천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제 문화정책은 기후변화 위기 시대에 환경책임성을 중요한 정책 이념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화정책 융합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측면을 중요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예술가의 역할 모델을 기존의 예술창작자 관점에서 벗어나 연구자, 협력자, 촉진자 관점으로 확대하여 예술가 정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화정책은 예술가들이 정책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술가들은 지역문화의 주체로서, 그리고 전문가로 문화정책을 성찰적으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미래 문화정책 계획을 구상하는 촉진자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융합형 문화정책이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영역의 전문인력들과의 지식 공유, 커뮤니티 활동, 공동연구 개발 등 소통과 혁신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전문가와 디지털 기술 전문가, 문화예술 전문가와 환경 전문가, 문화예술 전문가와 사회복지 전문가, 문화예술 전문가와 의학 전문가 등 전문가들의 지식 네트워크 체계가 정립될 필요가 있다. 보다 유연하고,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셋째, 문화정책 사업들의 연결, 협력, 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융합형 정책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수요자 중심, 문제 중심의 정책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화정책 이해관계자들이 소통, 공유, 협의, 조정할 수 있는 참여적 문화정책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임학순

임학순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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