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날아라, 문화도시부평

문화도시부평과 함께 하는 황유경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과의 만남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황유경

황유경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 약력
연극 연출가를 꿈꾸다 예술경영을 공부하였고, 20년 이상 예술경영가로 활동하고 있다. 축제를 즐기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 축제가 다가오면 하루에 4시간도 못 자면서도 축제를 준비했다. 여러 축제를 기획하고, 예술인복지재단 탄생에 영향을 미친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이후 내가 사는 동네에서 재미있는 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동네에서 열심히 일하다 그 인연으로 2013년 인천에 왔다. 인천이 너무 매력적이라 인천 사람과 다른 동네 사람이 모두 어울려 그 매력을 찾아가는데 작은 역할을 하고 싶다.

삶은 우연의 연속? 아니 필연의 연속!

연극연출가를 꿈꾸다 예술경영가로 변신하여 이제는 20년 경력을 쌓았다는 황유경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은 그의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이 꼭지의 단골 질문이 되어버린 ‘어쩌다 인천?’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어떻게 인천에 오게 되어 어엿한 인천사람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연극을 시작한 것은 대학에서였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세실극장에서 상연했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 공연을 보고 매력을 느꼈지만 관련 학과로 진학하지 못했다. 무대에 대한 매력이 너무 컸기 때문에 대학 시절 본격적으로 연극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준비하던 연극은 시대의 아픔과 함께 하느라, 또 준비가 덜되어 번번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덜컥 연극보다 더 매력적인 일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예술경영이었다. 무대를 만드는 일에 빠졌던 소녀는 그 무대보다 더 넓은 영역에서 무대를 지원하는 일에 매력을 느끼고 만 것이다.

처음 시작은 과천마당극제에서 세계의 마당극을 시민과 만나게 하는 일이었다. 이후 다양한 축제 기획을 하였고, 그다음엔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전문춤꾼의 활동과 직업전환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 좀 더 삶에서 가까운 곳에서 이상을 실천하고 싶어졌다. 동네인 성북구에서 활동하며 예술가들과 작은 행사를 만들고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마을방송국을 만들기도 하였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사는 동네를 더 행복하고 문화적인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한 걸음 더 삶 속에 발을 딛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인천 미추홀구로 와주기를 제안받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인천에서의 생활이 마냥 좋기만 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모든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삶이 그렇듯 공무원의 업무에는 예술경영이라는 본질보다 다른 행정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부평구가 음악도시 사업을 진행하는 중에 기획경영본부장으로 부평구문화재단에 오게 되었고 그때부터 진짜 인천에서 예술경영 전문가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음악도시 사업 이후에 부평구가 문화도시 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시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으로 오게 되었다. 마치 예정된 운명이었던 것처럼, 그의 삶의 모든 부분이 자연스럽게 인천으로 이끌어진 것이다.

“결국 문화도시사업 목표는 시민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죠.”

인천에서 가장 먼저 문화도시로 선정된 부평인 만큼, 그 저력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황 센터장은 우선 ‘음악’을 꼽았다. 이 매개는 다름 아닌 캠프마켓의 역사이다. 처음 부평에 와서 진행했던 지역특성화 사업으로서 음악도시는 바로 이 캠프마켓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중음악에 뿌리를 둔 것이었다. 그로부터 현재의 문화도시까지 자연스럽게 사업이 연결된 것이다. 따라서 문화도시부평의 뿌리에는 음악이라는 역사가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부평은 본래 공업도시였다. 그런데 이러한 공업도시의 이미지와 서브컬쳐가 조화롭게 결합된 것이 바로 현재의 부평문화가 가진 매력 포인트라고 말한다. 작지만 자연스럽게 형성된 서브컬쳐 씨앗을 잘 키워가는 것이 문화도시에 있어서도 중요한 항목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기간에 진행했던 ‘언더시티 프로젝트’를 한 사례로 들었다.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과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부평 지하상가에서 진행된 행사는 ‘청년들의 도시 부평’이라는 지향점을 잘 드러냈다. 결국 문화라는 것은 삶이 축적된 것이고, 문화사업의 본질은 삶의 방향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 행사에는 해외 서브컬처 페스티벌 디렉터와 버추얼 아트 콜렉티브, 인디게임 개발자, 그리고 서브컬처 미디어와 브랜드 디렉터들이 참여하여 서브컬쳐가 가진 의미와 역할에 대해 진전된 시각을 공유하였다.

언더시티 프로젝트 사진
언더시티 프로젝트 사진

언더 시티 프로젝트 사진 (사진 제공: 부평구문화재단)

그 실질적인 무대가 된 곳은 바로 부평역 지하상가였다. 부평역 지하상가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인천 내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에도 대학 시절, 친구와 함께 처음 부평역 지하상가를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어마어마한 규모와 최신 패션 물품으로 가득 찬 상점들에 놀랐기 때문이다. 그 시절 부평역 지하상가는 서울 촌년이었던 필자에게는 명동이나 홍대에 버금가는 패션 중심지였던 것이다.

‘언더시티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언더 시티’의 공간인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펼쳐진 프로젝트이다. 15개의 공실을 활용하여 팝업전시를 진행했다. 국내외 서브 컬처 아티스트의 아트워크 전시 및 굿즈 판매를 통해 시민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문화행사라는 목적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문화란 곧 시민의 삶’이라는 생각에 기반한다. 황 센터장은 문화도시사업의 중심은 결국 시민이고, 그 목표는 ‘시민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에 있음을 역설한다. 행사의 화려함보다 시민들의 참여와 공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리더십이 부평구문화도시센터를 이끌고 있음에 든든한 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더시티 프로젝트 사진
언더시티 프로젝트 사진
언더시티 프로젝트 사진
언더시티 프로젝트 사진

언더시티 프로젝트 사진 (사진 제공: 부평구문화재단)

“무엇보다 시민이 이끄는 문화도시를 만들어야죠.”

문득 문화도시부평을 만들어가는 아젠다가 궁금해졌다. 제2차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었을 때 부평구가 ‘삶의 소리로부터 내 안의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부평’이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그 구체적인 실천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했을까?

황 센터장은 ‘시민, 연대, 창조’라는 3개의 가치가 그 중심에 있다고 말한다. 먼저 시민은 문화도시의 주체이자 실질적으로 그것을 이끄는 핵심이다. 그래서 현재 부평구문화도시센터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바로 ‘시민회’라고 한다. 이것은 도시의 문제를 단지 민원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도시의 문제를 내가 해결한다.’를 비전으로 접근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문화도시의 전체 거버넌스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민회라고 강조하였다.

2021년에는 좀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지역에 관심을 가져 보자는 목표 하에 <문화두레시민회>를 모집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화도시의 여러 활동에 참여한 분들에게 시민회에 들 것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 약 600여 명의 사람들이 시민회에 소속되었다. 2021년이 이렇게 사람을 찾아내는 작업이었다면, 2022년은 실질적으로 이들이 역할을 찾아가도록 돕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여러 프로젝트에 시민들이 직접 심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추진하면서 시민회의 구성원들이 결국 지역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회를 통해 시민에서 연대, 그리고 창조라는 아젠다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문화두레 시민회 사진
문화두레 시민회 사진

문화두레 시민회 사진 (사진 제공: 부평구문화재단)

이러한 활동들이 잘 자리 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또한 공간이다. <부평별곳>은 바로 공간을 찾아내는 작업과 연결되어 있다. 부평 안에 있는 개성적인 공간을 발굴하고 그곳에서 문화예술 커뮤니티 프로그램 기획 운영을 지원하는 <부평별곳>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와 함께 부평구문화도시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공간과 관련된 또 다른 매력적인 사업이 바로 굴포천을 예술천으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인 <2022 굴포 그린 라운지(가제)>이다.

부평별곳 미래문고

부평별곳 미래문고

부평별곳 카페 콩서트

부평별곳 카페 콩서트

(사진 제공: 부평구문화재단)

그 시작은 2021에 진행했던 <굴포 빛누리> 프로젝트이다. 갈산유수지에 있는 기후변화체험관 옆의 공간을 빛의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지역민들이 생태환경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이곳이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작은 시도가 의도치 않게 사진명소로 홍보된 것이다. 2022년에는 굴포천의 생태환경을 비롯해 문화적 도시재생 개념의 생활환경을 주제로 시민과 함께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황 센터장은 부평구문화도시센터는 연대에 있어서도 능동적이라고 자랑한다. 부평 내부 기관과의 연대만큼 외부 기관과의 연대에 있어서도 선구적이었다. 제1차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부천시와의 연대가 대표적이다. <문화 1호선>이라는 이름으로 부평구는 1호선으로 연결된 부천시와 영등포구와 긴밀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는 세 도시가 주축이지만 향후에는 수원시와도 연대를 확산해갈 계획이라고 한다.

굴포천 예술천 굴포빛누리 조명 점등식
굴포천 예술천 굴포빛누리 조명 점등식

굴포천 예술천 굴포빛누리 조명 점등식(사진 제공: 부평구문화재단)

“음악이 흐르는 굴포천으로 오세요.”

그러나 역시 문화도시의 꽃은 ‘문화’ 그 자체를 얼마나 잘 발굴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점에서 황 센터장에게 모든 사람에게 홍보하고 싶은 부평의 문화적 자랑거리를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황 센터장은 곧 시작될 <뮤직 플로우 사운즈>를 그 첫 번째로 손꼽았다.

잘 알려진 대로 부평구 문화도시의 출발점은 음악도시 사업이었다. <뮤직 플로우 사운즈>는 음악도시 사업의 연장으로 기획된 것이다. 2022년 6월에 시작되는 이 사업은 문화의 거리(6월)를 시작으로 삼산분수공원 야외무대(7월)에서 ‘내 집 앞 문화향유’라는 목표를 내세워 공연을 추진하며 ‘부평 전역에 다양한 음악이 흐른다.’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신진예술가 발굴과 지역문화의 향유라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해 추진되고 있다.

2021 뮤직 플로어 사운즈 사진
2021 뮤직 플로어 사운즈 사진

2021 뮤직 플로어 사운즈 사진(사진 제공: 부평구문화재단)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부평 내외부의 소통이라고 한다. 지역 뮤지션의 활동 기회를 창출하는 것과 함께 외부에 부평을 알리는 창구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참여하고 싶은 무대로 부평을 알리는 작업인 것이다. 그 자체로 부평이라는 도시를 음악과 연결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부평의 특성화 전략 가운데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올해로 26회를 맞이하는 <부평풍물대축제>와 문화도시부평의 <뮤직 플로우 사운즈>가 결합한 개막공연(10월)이 3년 만에 열리는 부평대로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다. 부평사람들이 ‘놀던 대로’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날아라, 문화도시부평

인터뷰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러 문화도시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황 센터장의 눈빛이었다. 그는 ‘어쩌다 인천’에 발을 딛게 되었지만, 결국 ‘인천사람’ 더 나아가 ‘부평사람’이 된 것은 그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인천이라는 도시의 매력과 함께 인천사람들의 생동감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이토록 매력적인 도시를 어떻게 문화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것을 위해 현장에서 노력하는 인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넓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문화도시 사업은 많은 예산을 통해 지역문화를 부흥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예산이라는 것은 지역의 자생력을 이끌어내는 마중물의 역할이지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실질적으로 지역의 문화적 동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문화도시부평의 힘은 다시 ‘사람’ 그 자체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연대 속에 있는 황 센터장이 든든한 이유가 거기에 있으리라.

사실 모든 사업에 있어서 첫해는 조직을 구성하는 단계이다. 문화도시사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본부가 새로 생길 정도의 규모를 가진 사업이다. 따라서 첫해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는 데만 해도 힘이 많이 소진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만한 성과들을 길어냈다는 것은, 이 사업을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제 부평구문화도시센터는 법정 문화도시 2년을 맞이한다. 진짜 도약을 시작할 때다.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서 인천 내의 예비 문화도시들의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있는 문화도시부평의 비상(飛上)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황유경 센터장의 다부진 눈빛과 함께 부평이 만들어내는 즐겁고 유쾌한 문화 동력이 지역사회에 내에 더 깊이 뿌리내리고, 그 파동이 더 멀리 퍼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류수연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 현재 인천문화재단 이사이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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