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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의 신생 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
3.5m×7.5m 컨테이너를 닮은 공간과 예술, 그리고 비평
: 아트스페이스 카고 기획자 유세훈, 양수진 인터뷰
홍봄 (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코스모스 룸 전시 이미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아트스페이스 기획자 양수진(좌), 유세훈(우)
(사진: 홍봄 기자)
‘덜컹, 삐그덕’ 손잡이를 꼭 쥔 손과 함께 몸이 좌우로 움직인다. 영종대교를 지나는 전철 안, 청라부터 저 멀리 송도까지 인천의 해안선이 차창을 가득 채운다. 선으로 점으로 멀어지는 바다를 보며 생각한다. ‘아, 여행가는 것 같다!’ 때 마침 들려오는 역내 방송은 설렘에 감흥을 더한다. “이 열차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거쳐 2터미널로 가는 열차입니다.” 목적지인 ‘아트스페이스 카고(Cargo)’에 닿기 전, 이미 양 손 가득 여행 가방을 들고 선 기분이다.
아트스페이스 카고는 인천 영종도에 새로 생긴 비영리 문화공간이다. 영어로 수화물을 뜻하는 공간의 이름 ‘카고 (cargo)’는 공항과 공항화물청사(Airport Cargo Terminal)가 위치한 영종도의 특성으로부터 출발했다. 보관되고 배달되는 화물처럼 좋은 예술과 비평을 장르를 가리지 않아 저장하고, 또 새로운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영종도의 첫 신생 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목표다.
3.5m와 7.5m.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이 공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출신 문화기획자 유세훈, 양수진씨가 2022년 3월에 설립했다. 신진 기획자와 비평가, 예술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아트스페이스 카고에서 만난 2000년생 동갑내기 두 기획자는 이 공간의 시작을 ‘지역 문화 불균형 해소’라는 단어로 풀어냈다.
아트스페이스 카고
기획자 유세훈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아트스페이스 카고
기획자 양수진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유 대표는 “부모님이 공항에서 일하시면서 어린 시절을 이곳 영종도에서 보냈어요. 여긴 공연장도 미술관도 뭐 하나 없어서 친구들과 날 잡고 서울로 나가야 했죠. 한국에서 유일한 국립 예술기관 한예종에 진학해서 수업을 듣고, 직접 공연도 제작하면서 어느 순간 느끼게 됐어요. ‘내가 부족함을 느꼈던 건 살았던 공간인데 왜 서울에서 계속 작업을 하고 있지?’하고요. 이런 의문점에서 내가 살았던 동네에서 뭔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공간을 시작했어요.”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두 기획자는 이곳에 살면서 서울에 나가야만 볼 수 있었던 양질의 예술 작품들을 직접 공급하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 복지를 위해서 노력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특히 서울출신 양 대표에게는 인천 영종도에서 공간을 함께 만들자는 유 대표의 제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양 대표는 “서울은 전시 공간이 상당히 많고 쉽게 지하철을 타고 30분 이내 거리에서 전시 공간을 찾을 수가 있어요. 그런 게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면 좀 어떨지 저도 도전 정신을 느껴 같이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 포스터
(22.3.15. ~ 05.06)
[한자연] “철거 불가능의 풍경”
(22.03.15. ~ 03.25)
코스모스룸 “푹 자요! Sleep with me :)”
(22.03.29. ~ 04.08)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엄지은 “머리 풀고 온 놈”
전시회 포스터
(22.04.19. ~ 04.29)
손희민 “마이크로 진화 조각
– 베타 테스트”
(22.05.03. ~ 05.13)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양질의 미술과 비평을 여기서 보관도 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실어 나르겠다.’는 카고의 지향점은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아트스페이스 카고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는 회화, 시노그라피, 조형, 영상 등으로 서로 장르가 다른 한자연, Cosmosroom, 엄지은, 손희민 작가의 작품을 10일 간격 릴레이식으로 선보인다.
이날은 엄지은 작가의 <머리 풀고 온 놈>을 만날 수 있었다. 영종도는 매립 이전 네 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었다. 현재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자리는 과거 삼목도와 영종도 사이의 간척지에 있다. 이곳에서 바람과 파도에 관한 세 개의 영상을 상영한다는 공간성이 태풍과 바다, 해일의 이미지들을 사무치게 한다. 작품에 지역성을 담아달라는 것은 기획자들의 주문이기도 했다.
엄지은 작품 <줍는 배 3>
사진 ⓒ윤호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엄지은 작품 전시 모습
사진 ⓒ윤호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코스모스룸 전시이미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한자연 전시이미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양 대표는 “저희가 작가들한테 제시했던 게 이 공간을 단순히 전시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공간이 놓여 있는 위치 지리적인 위치도 괜찮고, 아니면 이 공간 아예 개인적인 공간을 바꿔도 되고. 이 공간의 공간성이 변화하는데 집중해서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어떤 지역성에 맞춘 영상 작업물을 갖고 오시게 됐고, 전시장의 전체적인 배치도 해안선처럼 이렇게 모래를 깔아놓고 바다를 이렇게 형상화하는 걸 만들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오는 5월 13일까지는 테스트 플라이트 네 번째 전시인 손희민 작가의 <마이크로 진화 조각-베타 테스트>가 진행된다. 이 전시에서는 키틴으로 구성된 미생물에 집중한다. 키틴을 구성 성분으로 하는 대표 미생물에는 갑각류 유생이나 요각류 등이 있다. 작가는 생물의 구조학적 강도 및 재질의 특성을 조각적 차원에서 변환하여 창작한다. 5월 21일 예정된 인천영상위원회 별별씨네마 이란희 <휴가>와 6∼7월의 개관전부터 연말 <오원배전>까지 매달 특별한 전시들이 카고를 채우고 시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존재 이유는 예술의 장르나 매체를 가리지 않고, 그것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관람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관람객들이 카고를 찾을까? 이 궁금증은 카고에 머무는 짧은 시간동안 문을 두드린 관객들로부터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태권도복을 입고 과자를 꼭 쥔 9세 아이들부터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의 청소년까지. 카고는 기획자들도 예상치 못한 모양새로 이미 지역주민들에게 스며있었다.
유 대표는 “조금 자랑 아닌 자랑이지만 이 공간을 기획하면서 두산아트센터라든가 리움 미술관이라든가 이런 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님들,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서 보는 작가님들과 컨택을 하고 모셔왔어요. 그래서 당연히 20~30대의 전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많이 찾아오겠지 라고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하지만 카고를 찾는 사람들은 20∼30대 뿐만 아니라 학원을 가던 아이들, 옆 부동산에서 커피 한 잔 하시던 어르신들, 외국인도 있었어요. 지나가던 동네주민들이 들어오기도 하고요. 서울 전시 공간에서 흔히 보는 관람객들과 완전히 달랐어요.”라고 덧붙였다.
공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역성을 깨닫게 된 두 기획자는 이에 맞춰 기획의도를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 전시 공간에서 그림 등을 거는 전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아동 청소년을 위한 미술 전시까지 기획했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생겨서 너무 좋고 반갑다고 말해주는 주민들 때문이다.
아트스페이스 카고가 앞으로 진행할 레퍼토리 전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신인 기획자와 예술가를 1대 1로 매칭하는 기획 전시다. 비평가와 기획자가 미술계 내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고, 이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매칭 기획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서울에 나가야 볼 수 있는 전시, 중견 작가들의 전시를 연간 한 번씩 겨울 시즌에 열 계획이다.
양 대표는 “서울에 있던 사람들이 영종도로 넘어와서 볼 수 있는 전시회를 한번 해보려고 해요. 이번 전시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작가를 알고 계신 어떤 분들이 인스타그램이나 그런 걸로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저녁에 와서 볼 수 있냐고, 자기 이 전시를 꼭 봐야겠다고. 역으로 수출하는 느낌으로 찾아오게끔 한번 만들고 싶은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시작인 지역 문화예술 불균형 해소를 이루고 싶다는 두 기획자의 최종 바람이다.
양 대표는 “결국 최종적인 목표가 저희 처음, 시작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영종도라고 하면 ‘섬인가?’하는 느낌이 들지만, 영종도가 인천이라고 하면 ‘수도권이지’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영종도가 행정상으로는 수도권이고 바로 서울 옆에 붙어 있는 거지만 저희가 첫 전시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연말까지 운영하고, 또 내년에도 잘 운영해서 정말로 이 지역에서 문화예술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 남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얘기했다.
인터뷰 진행/글 홍봄(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 아트스페이스 카고 공간소개 】
○ 주소: 인천 중구 흰바위로 35, 1층 아트스페이스 카고 / 공항철도 운서역 약 5분 거리
○ 대표자: 유세훈, 양수진
○ 공간소개
– 아트스페이스 카고(Cargo)는 인천 영종도의 비영리 신생공간입니다. 문화예술기획자 유세훈, 양수진이 2022년 3월에 설립했으며, 신진 기획자와 비평가, 예술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선보입니다. 영어로 수화물을 뜻하는 공간의 이름 “카고 (cargo)”는 공항과 공항화물청사가(Airport Cargo Terminal) 위치한 영종도의 특성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보관되고 배달되는 화물처럼, 좋은 예술과 비평을 장르를 가리지 않아 저장하고, 또 새로운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영종도의 첫 신생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목표입니다.
○ 공간 전시 이력
* 2022.03.15.~2022.05.13.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 2022.03.15.~2022.03.25. 한자연 <철거 불가능의 풍경>
– 2022.03.29.~2022.04.08. 코스모스룸(김경인, 고민주) <푹 자요! Sleep with me :)>
– 2022.04.19.~2022.04.29. 엄지은 <머리 풀고 온 놈>*진행중
– 2022.05.03.~2022.05.13. 손희민 <마이크로 진화 조각 – 베타테스트> *예정
– 2022.05.21. 인천영상위원회 별별씨네마 이란희 “휴가” *예정
– 2022.06~2022.07 개관전 *예정
– 2022.09~2022.10 정경빈 *예정
– 2022.10 어린이 미술교육 프로그램 <캠프 카고 x 카카오같이가치> *예정
– 2022.11~2022.12 오원배전 *예정
* 아트스페이스카고
email: artspacecargo@gmail.com
유선전화: 032-751-2019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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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유세훈 |
대표 양수진 |
artmarkdown@gmail.com | cargo.cheetah@gmail.com |
유세훈
– SEHUN YU / 柳世勳
– 2000 년 출생 / 인천 출신
– 현 문화예술기획자, 아트스페이스 카고 디렉터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경영과 재학
– E-mail : artmarkdown@gmail.com
○ 주요 활동경력
– 아트스페이스 카고,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2022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낭독 뮤지컬 “라스 올라스”, 2021
– 제4회 페미니즘 연극제, “사라져, 사라지지 마”, 2021
– 서울문화재단, 극작가 동인 <괄호> 오디오북, 2020(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 체인지업상 수상작)
– 남한산성아트홀, “3인이 할 수 있을까?!”, 2020
– 현대무용 꾼 프로젝트, 2020
양수진
– SUJIN YANG / 梁修盡
– 2000 년 출생 / 서울 출신
– 현 문화예술기획자, 아트스페이스 카고 큐레이터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경영과 졸업예정
– E-mail : argo.cheetah@gmail.com
○ 주요 활동경력
– 아트스페이스 카고,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2022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낭독 뮤지컬 “라스 올라스”, 2021
–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교육 전시 “공상 수업”, 2021
– ㈜뉴튠 론칭 프로모션 기획, 2021
– 융합예술센터 유튜브 콘텐츠 <0의 모험>, 2020
– 서울문화재단, 극작가 동인 <괄호> 오디오북, 2020(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 체인지업상 수상작)
– 아르코 대본공모 선정작, 낭독 뮤지컬 “드림레코더”,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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