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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을 내딛는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 사업
김성호(경인일보 기자)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이 추진하는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 사업’이 첫발을 내디뎠다.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 사업은 1981년 인천직할시 출범 이후 40년 동안의 인천 문화와 예술 분야의 변화·발전상을 집대성하는 사업이다. 40년사 편찬은 2024년 출간을 목표로 3년 동안 진행될 계획이다. 재단은 올해 목표를 전문가와 예술계를 중심으로 하는 편찬위원회와 기획단을 꾸리고, 관련 세미나를 통해 추진방안을 확정하고 연표 작성을 위한 자료조사까지 마치는 방안을 세워두고 있다.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과 관련 지난 2월 16일 오후 2시 한국근대문학관 3층 다목적실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는 40년사 편찬이라는 방대하면서도 막연한 작업의 얼개와 방향을 가늠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인천문화예술 40년사 정책토론회(한국근대문학관, 2022년 2월 16일)
이날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는 ‘인천문화예술 40년사 편찬을 위한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먼저 발제를 진행했다. 이후 김락기 인천문화재단 경영본부장의 진행으로 공주형 미술평론가(한신대 교수), 윤진현 연극평론가, 염복규 서울시립대 교수, 김현석 생태공간연구소 공동대표, 송은영 연세대 국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장유정 단국대 교수 등이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다.
김창수 교수는 발제에서 ▲편찬 배경과 목표 ▲개념과 범위 ▲편찬 기조 ▲서술 방법론 ▲우리 시대의 문화 가치 ▲편찬 기구와 역할 ▲추진 일정 등 40년사 편찬에 필요한 사항을 분석 정리해 발표했다. 이날 40년사 편찬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김 교수는 “인천문화예술사 편찬을 통해 지난 역사를 정리하고 성찰함으로써 인천 문화의 현재를 점검하고 문화도시의 미래를 투시하는 안목을 깊게 하기 위함”이라며 “역사는 누적된 시간의 켜이며, 의미의 적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흘러간 것’이 아니라 현재 안에 내재하거나 공존하고 있어 현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역사의 성찰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이어진 세미나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공주형 평론가는 문화사를 서술하는 방법에 있어 예술 장르별 서술 대상과 시대구분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개별 장르의 특수성을 살피면서도 보편성의 틀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미나 등이 초반에 마련되어야 한다”며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특수성 안에서 이러한 것들이 또 한 번 점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지역에서 진행된 기존 구술 채록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활용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인천 지역에서 구술과 채록 관련된 사업들이 굉장히 다각적으로 진행됐다. 다만 그 성과들이 공유되고 활용되는 데는 제한적이었다”면서 “기존 구술·채록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고 추후 보완할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윤진현 평론가는 편찬위원회 구성은 서두르지 말아야 하며, 편찬위 구성에 앞서 광범위한 자료 수집과 세밀한 연표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편찬위원회가 해야 하는 일은 ‘인천의 예술이 어땠으면 좋겠는가’에 대한 미래 가치를 기준점으로 놓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토론을 거치다 보면 합의 과정에서 의견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기간 3년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해서 집필위원들이나 편찬위원들이 참고해야 할 자료를 공유하고 수집된 자료에 대한 가치를 합의하는 과정이 앞으로 편찬위원회에서 2~3년 동안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사팀을 구축해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을 계속 수집해서 축적하고 세미나 과정에서 추가로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찾는 작업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다 사업기간 3년 안에 집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염복규 교수는 인천과 서울·경기 등 주변 도시와의 관계성을 고려한 역사 서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천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별 같은 존재가 아니다. ‘경인권’이라는 공간개념이나 서울과의 관계성 등 이런 것들이 인천의 어떤 부분을 규정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인천의 ‘로컬리티’라는 게 그런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인천문화예술 40년사가 서술될 때 충분히 고려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공동대표는 ‘통사(通史)’ 기술과 대중성 사이에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통사나 역사서를 만들 경우 지역에서는 중·고등학교 이상이나 그 수준의 대중성을 표방하고 있는데, 성공한 사례가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 통사와 대중성을 모두 잡으려고 하면 모두 망가져 버릴 수 있어서 두 가지는 어느 정도 거리 두기를 하면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중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아니면 전문적인 통사나 역사 서술의 방향을 따를 것인가 비중을 잘 조절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통합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송은영 연구원은 역사서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대중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딱딱하고 건조한, 어떤 시비도 피해갈 수 있을 만큼의 사실만을 집적한 관에서 펴낸 기존 역사서에서 벗어났으면 한다”면서 “대중 교양서처럼 만들 수는 없어도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읽을 만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에 사는 사람이 가장 먼저 이 책을 읽겠지만 인천 바깥에 있거나 인천에 관해 관심을 가진 사람 또는 앞으로 인천으로 이주할 사람, 그리고 잠시 인천에 놀러 왔다 가는 사람도 읽을 수 있는 책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유정 교수는 ‘인천’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기준이나 분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단순한 40년 동안의 서술이 아니라, 전체 시대 구분에 근거해 일부로서의 40년을 기술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인천 출신 음악인을 살펴본다면 인천에서 태어나 다른 곳에서 성장한 사람이 있고 다른 곳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에서 성장한 사람이 있다. 또 그들의 활동 공간, 인천을 대상으로 한 노래나 텍스트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많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1981년부터 40년사를 기술할 예정인데, 인천 전반의 문화예술사까지 기술할 계획이라면 그 부분을 고려해 40년사를 기술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성호(金成浩, Kim Sung Ho)
경인일보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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