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예술가와 관객 모두가 만족하는 공연장
고동희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는 모두 968개의 공연장이 있다. 이 가운데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설립한 공공 공연장이 505개로 전체 공연장의 절반이 조금 넘는 52.2%이고 민간 공연장은 463개, 47.8%로 나타났다. 이들 공연장을 실제로 운영하는 주체별로 보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이 452개(46.7%)이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이 516개(53.3%)로 53개 공공 공연장은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경우 공연장은 모두 36개로 이 가운데 공공 공연장이 27개로 75%, 민간 공연장이 9개로 25%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36개 공연장 가운데 공공기관에서 22개(61.1%), 민간에서 14개(38.9%)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장의 설립주체와 운영주체 모두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 평균치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319개의 공연장이 밀집한 서울(공공 공연장 84개 26.3%, 민간 공연장 235개, 73.7%)을 제외하고 광역시를 비교해 보면 공연장 수는 물론이고, 공연장의 설립주체나 운영주체가 도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공연장 수를 보면 부산시 55개, 대구시 53개로 광역시 가운데 제법 많은 공연장이 보유하고 있고, 광주시와 대전시가 각각 34개로 인천과 비슷했다. 울산시의 공연장은 16개로 광역시 가운데 가장 적었다. 광역시별 공연장의 설립주체와 운영주체는 아래 표와 같다.
<전국 및 광역시 공연장 현황>
(문화체육관광부, 2021년도 기준, 공연장 개수, %)
전국 및 광역시 | 공연장 | 설립주체 | 운영주체 | ||||||
---|---|---|---|---|---|---|---|---|---|
공공 | 민간 | 공공 | 민간 | ||||||
공연장 | 비율 | 공연장 | 비율 | 공연장 | 비율 | 공연장 | 비율 | ||
전국 | 968 | 505 | 52.2 | 463 | 47.8 | 452 | 46.7 | 516 | 53.3 |
인천 | 36 | 27 | 75.0 | 9 | 25.0 | 22 | 61.1 | 14 | 38.9 |
부산 | 55 | 21 | 38.2 | 34 | 61.8 | 15 | 27.3 | 40 | 72.7 |
대구 | 53 | 18 | 34.0 | 35 | 66.0 | 17 | 32.1 | 36 | 67.9 |
광주 | 34 | 21 | 61.8 | 13 | 38.2 | 17 | 50.0 | 17 | 50.0 |
대전 | 34 | 14 | 41.2 | 20 | 58.8 | 11 | 32.4 | 23 | 67.6 |
울산 | 16 | 7 | 43.8 | 9 | 56.3 | 7 | 43.8 | 9 | 56.3 |
공연장의 수나 공연장 설립주체, 혹은 운영주체의 차이가 공연장 운영 등 공연 관련 문화예술 서비스의 양이나 질의 차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볼 수는 없다. 지자체 등의 예산을 들여서 운영하는 공공 공연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공연장 운영에 중점을 두고 시민들과 예술가들을 고려한 여러 사업을 시행하는 반면, 민간 공연장은 공연장의 형태와 규모도 다양할뿐더러 뮤지컬을 비롯해 상업성이 높은 공연이나 예술성과 실험성에 기반한 공연 등 다양한 운영형태를 보인다.
공공 공연장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공공 공연장의 기능과 역할 확대에 필요한 사안들을 짚어본다.
공연장 상부 구동테스트
공연장 상부 점검
안전한 공연장 운영
지자체나 문화재단 등에서 운영하는 공공 영역의 공연장은 대(중)극장과 소극장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가장 흔한 형태다. 중극장 규모의 공연장만 운영하거나 전시실 같은 다른 문화공간과 병행하거나 체육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있다. 공연장 운영에서 가장 예민하게 신경을 쓰는 분야로 안전이 꼽힌다. 객석에서 편안하게 무대공연을 보는 것과는 달리 출연자들이 드나드는 무대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가동되는 공간이다. 2층 객석을 갖춘 대극장 규모의 공연장은 일반적으로 무대 아래위로 지하 2층, 지상 4층의 공간에 각종 기계장치와 설비 등을 갖추고 공연의 특성에 맞춰 작동하는 형태다. 그러나 공연장별로 공간의 배치나 설비 등의 구조가 제각각이고, 기계장치와 장비를 작동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공연장 근무자는 물론이고 개별 공연마다 모든 출연자들과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이 의무화돼 있다. 안전교육은 공연장 현장교육이나 온라인을 통한 사전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또한 공연을 주관하는 단체(개인)와 사전 스태프 회의를 통해 공연에서 사용할 장비와 무대장치, 출연자 규모와 이동 경로 등의 정보를 충분히 공유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간혹 마찰이 빚어지기도 하는데, 사전교육을 미처 이수하지 못한 주관단체(개인)의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공연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며 공연장에서의 현장 안전교육에 불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사고는 늘 예고 없이 예측하기 어려운 곳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한 공연장 운영에 예외를 둘 수는 없다. 공연장 근무자들 또한 무대 운영과 관련한 안전교육을 해마다 이수하고, 기계장치와 설비 등 공연장에 대한 정기 및 수시 점검으로 공연자와 관객들에게 안전한 최상의 무대를 제공한다.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전경 ©인천문화예술회관
부평아트센터 전경 ©부평아트센터
공공 공연장의 이용
공공 공연장은 자체 기획(제작)공연과 대관단체(개인)의 대관공연으로 진행하는데, 준비→공연→철수의 과정으로 공연장을 활용한다. 자체공연은 사전에 계획한 사업계획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일반 공연단체(개인)를 위한 대관공연은 보통 정기대관이나 수시대관의 심의절차를 거쳐 대관을 확정한다. 상업성이 높거나 행사성 공연보다는 순수예술을 우선 대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역의 공연장은 보통 상·하반기로 나누어 대관을 진행하는데, 특정한 시기에 대관 신청이 몰리는 일이 허다하다. 상반기에는 5월, 하반기에는 10월부터 연말까지 대관이 집중된다. 이 시기에는 관객을 모으기가 수월하다는 이점과 공공기금 등의 지원이 결정된 예술단체(개인)들의 대관이 한꺼번에 겹쳐 매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곤 한다. 더러는 심의에서 탈락한 후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뒤늦게 대관일정을 잡아달라며 정치적(?) 영향력을 동원하는 상황을 빚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정들이다.
공연의 완성은 관객
클래식 전용 공연장처럼 장르에 특화된 전문 공연장도 있지만 지역의 공공 공연장은 다양한 장르의 무대공연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예술단체(예술가)가 자신들이 선택한 장르 중심으로 공연하는 것에 비해 공공 공연장은 여러 장르의 공연을 지역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대중음악이나 뮤지컬에 대한 요구가 압도적이긴 하지만 공공 공연장은 연극, 무용, 클래식, 전통 등 순수예술 장르의 공연까지 균형감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공연장의 기획공연이든 예술단체의 대관공연이든 공연의 완성은 관객이다. 촬영 등 특수목적이 아닌 모든 공연은 관객에게 보이기 위한 행위여서 공연자와 관객이 현장에서 함께 호흡을 주고받는다. 관객의 공감이나 호응이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가 하면 공연 중에 관객이 자리를 이동하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불쑥불쑥 꺼내 드는 휴대전화 불빛 탓에 공연자의 집중을 흐릴 뿐만 아니라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기도 한다. 훌륭한 공연이 가능한 공연장 조건 못지않게 좋은 관객이 더 좋은 공연을 만든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