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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인천, 그리고 문학
한국근대문학관 개관 10주년 기념 ‘문학축제’ 탐방기
진기환
2023년 11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 동안 인천아트플랫폼 중앙광장과 한국근대문학관에서 ‘한국근대문학관 개관 10주년 행사-문학축제’가 열렸다. 신바람 동네책방, 인천문학포럼 <오늘의 인천문학을 읽다>, 인천문인협회 시화전 <인천시민과 함께 하는 시화전>, 인천작가회의 문화행사 <맨얼굴의 별자리들>, 이렇게 총 네 가지 프로그램으로 열린 이 행사는, 인천 문학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두 단체(인천문인협회, 인천작가회의)가 모처럼 합동으로 기획한 행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행사였다.
그러나 두 단체만의 합동을 위한 행사였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행사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 행사가 진정으로 의미 있었던 이유는 인천시민들의 호응을 이끌만한 프로그램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신바람 동네책방’이다. ‘신바람 동네책방’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동네책방들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18개의 동네책방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큐레이팅을 통해 시민들에게 좋은 책과 자신들의 서점을 소개했는데, 많은 시민들이 책을 구매하고 아트플랫폼 중앙에 마련된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시민들이 책을 구매하고 읽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문학축제의 몫은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의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동네에 숨어 있는 보물 같은 서점과 그 특색을 알리고, 시민들의 방문 의지를 고취하며, 그것을 통해 독서문화를 확산시키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의의라 할 수 있다. ‘신바람 동네책방’이 독서문화 확산에 일조했다면, 인천문인협회 시화전 <인천시민과 함께하는 시화전>은 인천의 문학적 형상화에 일조하는 시간이었다.
신바람 동네책방 ©진기환
예로부터 인천은 근대문물이 처음 상륙하는 곳이었고, 사회의 변화가 선제적으로 감지되는 곳이었다. 그러한 변화를 포착하고자 하는 많은 문인들은 인천을 배경 삼아 자신의 문학적 뜻을 펼치고자 했다. 지금의 인천은 근대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도, 변화를 포착하고자 하는 문인들이 주목하는 곳도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사는 고장의 흔적과 자취를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아직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바로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특정 지역은 작품의 내용과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낸다는 점이다. 지역의 이미지는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작품의 내용은 지역에 또 다른 육체성을 부여한다. 독자는 새로운 의미와 육체성이 부여된 작품을 읽으며 작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그 지역에 대한 새로운 시선 혹은 더 깊은 이해를 얻게 된다. 인천문인협회의 시화전은 이 과정이 참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시화전이었기에 어렵고 난해한 시보다는 비교적 그 의미가 잘 전달되는 시들을 전시한 듯 보였는데, 프로그램의 의도와 취지를 잘 살린 선택처럼 보였다.
<인천문인협회 시화전> Ⓒ한국근대문학관
앞의 두 프로그램이 시민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인천문학포럼과 인천작가회의 문화행사는 보다 문인들을 위한 행사였다. <오늘의 인천문학을 읽다>라는 부제를 단 인천문학포럼은 최원식 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김영승 시인, 이재용 평론가, 김윤식 시인이 각각 「인천문학의 정의 별건」, 「지역문학의 길은 《작가들》을 관통한다」, 「인천 문학동인의 현주소」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고, 양재훈 평론가, 이성률 시인, 이설야 시인이 발표문에 대한 날카로운 토론을 펼쳤다. 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발표와 토론 덕에 인천문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까지 점검할 수 있었다. 인천문학의 지형과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날 배포된 유인물을 한 번쯤은 정독해 봐야 할 것이다. 1부 포럼이 끝나고 진행된 2부에서는 낭독회가 진행되었는데, 작가회의와 문인협회가 우호를 다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천문학포럼 ©한국근대문학관
인천작가회의 문화행사 <맨얼굴의 별자리들> 홍보물
©한국근대문학관
문학포럼이 문학에 국한된 것이었다면, 인천작가회의 문화행사 <맨얼굴의 별자리들>은 시낭송과 집체낭독이라는 문학적 공연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공연으로 치러졌다. 풍물놀이패의 신명, 오카리나와 팬플루트의 아름다운 선율, 기타밴드의 호흡과 투쟁심이 느껴지는 보컬 등 모든 공연들이 다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내 눈길을 끈 공연은 ‘종합예술단 봄날’의 합창이었다. 강릉 세계합창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봄날은,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고 노래하는 모임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그들의 모토(motto)만큼이나 고귀했고, 아름다웠다. 특히나 그들의 창작곡 ‘봄날이 온다’는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노래였다. 그날 참석한 모든 관객들이 힘껏 박수를 쳤는데, 그들이 준 감동에 비하면 그것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 정도로 그들의 노래는 아름다웠다. 이날 유일한 흠이 있다면 그것은 우천으로 인해 예정과는 달리 모든 공연이 실내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근대문학관 개관 10주년 행사-문학축제’의 세부 프로그램에 대한 인상을 간략하게 적어보았는데,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이번 행사는 참신한 기획과 알찬 구성이 돋보이는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아예 없지는 않다. 문학포럼에서는 인천의 계간지와 인천문학에 관심이 있는 시민독자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다면 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고, 신바람 동네책방에서는 더 많은 동네책방을 섭외해 더 오랜 기간 부스를 운영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다음 행사가 기획되어 있다면, 이러한 부수적인 것들까지 보완되어 많은 시민들이 같이 즐기는 더 멋진 문학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행사 장소와 일시
신바람 동네책방: 11월 4일, 10:00 ~ 17:00, 인천아트플랫폼 중앙광장
인천문학포럼: 11월 4일, 14:00~17:10, 한국근대문학관 3층
인천문인협회 시화전 <인천시민과 함께하는 시화전>: 11월 4일~10일, 한국근대문학관 상설전시관
인천작가회의 문화행사 <맨얼굴의 별자리들>: 11월 5일 15:00~17:00,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관
진기환 (陳起煥, Jin Gi Hwan)
202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평론활동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