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교육
삶의 장소와 생명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고, 신체로 표현하는 예술수업
에코필댄스컴퍼니 ‘오늘 그린Green 내일’ 참관기
백인식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Falling Water)1)을 초등 저학년들이 춤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도 20여 분 만에? <인천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사업으로 진행되는 에코필댄스컴퍼니의 수업에서는 가능한 활동이었다. 두 번의 수업을 보면서 새로 느낀 점도 많고, 신선한 자극도 받아서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었다.
1) 낙수장은 1935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동남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러럴 하이랜드에 설계, 건설된 주택이다.
보통 사람에게 춤, 댄스는 쉽게 해보기 어렵고, 아동·청소년에게는 아이돌 그룹의 댄스만을 떠올리기가 쉽다. 에코필댄스컴퍼니의 수업은 ‘참가자의 이슈를 찾아내서 공동의 가치와 의미를 무용 활동을 통해 나누는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를 기본 바탕으로 짜여 있다. 놀이로 시작해서 간단한 원리로 몸을 움직이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대로 표현하게 하여 초등 저학년 학생들이 아주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코필댄스컴퍼니 수업 현장 ©인천문화재단
몸을 크게 만들어 봐요. 이번에는 작게 만들어요.”
학생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약간은 어색한 느낌이 난다. 선생님이 도움말을 준다.
“우리 몸에는 중심이 있어요. 어디일까요?”
“배꼽 근처요!”
“맞아요. 몸을 크게 하려면 손발이 중심에서 멀어지면 되겠지요. 작게 하려면 중심에 최대한 가까이 가게끔 감싸면 될 거예요.”
적확하고 간결한 설명, 학생들의 움직임이 확 달라진다.
이어서 각자의 몸을 ‘크게, 작게, 높게, 낮게’ 네 가지 움직임으로 표현해 본다. 바닥에 4개의 직사각형을 그려놓고 다른 직사각형으로 옮겨 움직이며 4가지 가운데 하나로 몸의 형태를 바꾼다. 혼자서, 여럿이서, 거기에 음악을 더하니 느낌 있는 즉흥 무용이 된다.
수업의 마무리는 낙수장을 몸으로 표현하기! 영상을 보며 낙수장이 갖는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찬찬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펴본다. 건물과 주변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선을 찾아 조금 전에 활동한 내용을 바탕으로 표현한다.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즉흥 공연이 펼쳐진다. 자기의 느낌대로 표현하면서도 함께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아름답다.
낙수장을 몸으로 표현하기 ©인천문화재단
인터뷰를 하기 위해 다시 찾은 수업에서는 조각상과 점을 활용한 활동이 인상 깊었다. 인쇄한 그림을 벽에 붙여서 조각상 미술관을 꾸민다. 아이들은 조각상을 살펴보고 자신의 몸으로 표현한다. 점의 개수가 바뀌면서 다양한 움직임이 만들어진다.
조각상 되어보기 ©인천문화재단
“잘 본다는 것은 천천히, 자세히 보는 거예요. 그래야 자신만의 시각으로 볼 수 있고 특징을 찾을 수 있어요. (중략) 저런 자세가 나오려면 몸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해요. 중심을 찾아서 따라 해보세요.”
수업에서 교사의 발문은 간결하면서도 적확해야 한다. 즐거운 에너지로 수업을 이끄는 김옥희 선생님의 발문은 군더더기 없이 친절하며 활동하는 데 꼭 필요한 길잡이가 된다.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내공이 그대로 드러나는 교수법이다. 학생들과 함께 활동하며 분위기를 만드는 최창학 선생님, 수업 진행에 필요한 부분을 때에 맞춰 적절하게 보조하는 김리원 선생님의 역할이 서로 잘 맞아서 질 높은 수업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수업중인 김옥희 선생님 ©인천문화재단
“교사가 말이 많아지는 이유는 아이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표현 활동에서 판단 기준을 교사 자신의 성취 목표로 하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간섭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믿은 뒤로는 설명이 간단해졌다는 김옥희 선생님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이들은 놀이적인 활동을 더 좋아해요. 놀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활동은 감각 열기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필요해요.”
“초등학생들은 흥미가 생겨서 해보다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금방 그만두려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자기의 몸성, 자신에 대한 이해입니다. 아동들은 의외로 생각을 많이 해요. 움직임은 생각과 몸을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스스로 점프할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을 만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중략) 사람들 모두에게는 자기 안에 춤이 있습니다.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춤을 이끌어 내는 것이죠. 보여주는 춤을 만드는 작업이 아닐 때 아이들은 자유롭게 표현하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나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은 언제나 힘이 듭니다.”
아동·청소년의 예술 활동은 누가 누가 잘하나 줄 세우고, 지식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런 표현을 할 수 있구나!’를 발견하게 하고, 안에 들어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수업중인 최창학 선생님 ©인천문화재단
“숲에서의 예술 활동이 단순한 관찰이나 체험에 머무르지 않아야 합니다. 자연과의 만남이 감각 – 상징 – 표현의 예술로 경험될 때 생태 감수성, 장소 애착, 생명애, 공감 등의 정서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생태전문가인 최창학 선생님은 수업마다 영상 강의로 아이들에게 자연과 우리의 삶의 관계를 새롭게 보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구성원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추구하는 바가 프로그램에 잘 녹아들게 한다. 기꺼이 몸치(?) 역할을 맡아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아이들이 ‘나는 저 선생님보다는 잘 할 수 있어!’라는 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피에로 같은 역할로 애쓰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초등학생들은 10차시 넘게 수업하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지나 봐요. 지속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과정 중심 활동의 참여율이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어요. (중략) 학부모님들이 꿈다락에 대해 가졌던 신비감이 줄어들면서 자녀가 다양한 활동을 하기를 원하는 경향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봐요.”
“문화 시설이 많이 늘었는데도 활동 공간을 얻는 일이 쉽지 않아요.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의 참관을 통해 만난 수업은 올바른 예술교육의 한 전형으로 느껴졌다. 이런 활동이 학교 안에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에코필댄스컴퍼니는 교사를 위한 연수를 몇 차례 진행했다고 한다. 교사들이 연수를 통해 체험해 보고, 수업에서 활용하거나 이 단체와 관계 맺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활동으로 만나고 있는 분들과 함께 교사와 예술강사가 에코필댄스컴퍼니의 좋은 프로그램을 만나고 체험할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니 즐겁다.
백인식(白仁植, Baik Insig)
교육연극창작소 상상과 몸짓, 인천교사극단 나무를 심는 사람들.
교사로 일하면서 연극을 중심으로 교육문화예술 활동을 해 왔다.
은퇴 후 학교 밖의 문화예술 활동에 좋은 뜻을 가진 분들과 만나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고, 이런저런 즐거운 예술 활동을 함께 하며 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