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극단 우주선의 대표 작품은 <우주로 간 토끼>입니다. 이 작품은 인천문화재단 ‘바로 그 지원’이라는 신진예술가들을 위한 지원 사업으로 만든 저희의 첫 지원 사업 작품입니다. ‘바로 그 지원’이라는 사업을 알게 된 것도 재미있어요. 2018년 당시 우연히 크리스마스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극단을 창단하게 되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끝나니 2019년부터 백수가 돼버렸어요. 일이 없으니 그나마 모아놨던 돈도 계속 줄어가고 궁핍하게 대본만 쓰면서 살다가 인천문화재단 사이트에서 ‘바로 그 지원’ 홈커밍데이를 한다는 공고를 보고 무작정 찾아갔어요. 그런데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는 말과는 달리 대부분 ‘바로 그 지원’과 인연이 있던 예술가들만 있는 것 같았어요. 그곳에서 정말 어색하게 있었는데 듣다 보니 사업 취지가 저희에게 딱 맞는 것 같아서 그동안 준비했던 <우주로 간 토끼>로 지원했고 다행히 선정되었어요!

극단을 창단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저희를 찾아주지 않아 뭔가 외톨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바로 그 지원’에 선정되면서 ‘드디어 우리를 알아봐 주는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나요.

<우주로 간 토끼>는 저희 둘 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데 아동극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아이들에게 “일회용품 때문에 환경이 나빠지니까 쓰면 안 돼”라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보다 “잘 버리는 게 우리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실천이야”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만든 공연입니다. ‘바로 그 지원’을 통해 탄생하게 되었고 또 다른 지원 사업을 거치며 많이 발전했고 현재도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극단 우주선의 대표 작품입니다. 이 작품으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2. 작업의 영감과 계기 혹은 에피소드에 관하여 말씀해주세요.

현재 <기발한 아이>라는 배리어프리 가족뮤지컬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재단 인천형 예술인지원으로 제작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통해 평소에 좋아했던 스튜디오 나나다시에 김예나 연출님께 작년에 컨설팅을 받았어요. 컨설팅을 받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저희 작업들에 사회적 비판 메시지가 들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거예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주로 간 토끼>와 3인조종인형극 <목말라>의 환경(사람들의 이기심), <종이의 집>의 청년(치솟는 집값), <기발한 아이>의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의 모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담고 있더라고요. 실제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기는 합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들을 공연을 통해 서로 이야기 나누게 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그럼 점점 더 좋은 사회, 그리고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으로 조금이나마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글쎄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이 질문 때문에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보다 어떤 작업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군가는 좋게 기억해 주실 거고 누군가는 싫어하실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저희를 모르기도 하겠죠. 다만 <우주로 간 토끼>로 ‘바로 그 지원’에 선정되고 ’드디어 우리를 알아봐 주는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을 되돌아본다면 이렇게 인천문화통신 3.0이라는 곳에 저희가 소개될 정도니 지금까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4.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주세요.

올해 드디어 유아문화예술교육 분야에 도전하게 됐어요. 아동극을 하면서 유아문화예술교육에 늘 관심은 많았지만 공연에 더 집중하고 싶기도 했고 교육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부담스러워서 선뜻 용기가 안 났는데 올해 <아이와락-인천>이라는 유아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에 도전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선정이 됐어요! (도움 주신 소리랑 팀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상반기에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공연을 만들 때와는 정말 달랐어요. 공연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만 생각했다면 교육프로그램은 ‘유아중심, 놀이중심’이라는 방향성 때문인지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을 보며 ‘왜 저런 말을 할까?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이렇게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아이와락> 사업은 예술가로서 아이들을 만나고 우리가 하는 예술로 아이들과 노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예술가고 어떤 예술을 하는 팀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필요했는데 이 질문이 너무 어려웠어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는 날이 오겠죠?

10월 현재 상반기 동안 열심히 만든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데 여전히 어렵고 헷갈리지만 무대가 아닌 곳에서 아이들과 더 가까이 만나며 너무 재미있고, 더 잘하고 싶어요.

공연으로는 <기발한 아이>를 잘 마무리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생각해 보니 유아문화예술교육, 배리어프리, 뮤지컬 등 올해 처음 시도하는 게 참 많네요.

앞으로도 모두가 공감하는 정말 좋은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공연을 보고 어른 관객 한 분이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하시면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현재 그 시기를 겪고 있고, 앞으로 겪을 그리고 그 시기를 지나온 모두를 위해서 우주선답게 우주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내고 싶어요.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이 있나요?

자유공원과 도서관입니다.

동네에 있는 도서관들을 자주 가려고 노력해요. 위에서 말한 <우주로 간 토끼>를 만들 때도 당시 살던 동네에 있는 용비도서관에서 작업을 했었고 감사함을 보답하고자 용비도서관에서 공연을 무료로 진행했었어요. 현재는 중구에 거주하고 사무실도 있어서 꿈벗도서관을 자주 애용합니다.

도서관은 책도 있고, 어린이도 있고, 컴퓨터도 있죠. 영감도 얻고, 관찰도 하고, 작업도 하고. 일석몇조인지 모르겠네요. 요즘에도 작업이 잘 안 풀릴 때면 꿈벗도서관 아동 코너에서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꿈벗도서관 근처에 자유공원이 있는데 저희 둘 다 중구와 중구 근처에서 살고 학교를 다니다 보니 자유공원에 추억이 정말 많아서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자유공원에 와서 옛 추억도 곱씹고 드넓은 풍경을 보며 환기하곤 합니다.

6.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주세요.

극단 우주선은 ‘무계획’이 계획이에요. 예상대로만 흘러가면 재미없잖아요. 그냥 우주선에 몸을 맡기고 여기저기 여행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공연 별’에서 출발해 현재는 ‘문화예술교육 별’에 왔어요.

지금까지 수많은 우연과 좋은 사람들로 인해 이만큼 올 수 있었고 저희도 그저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그때그때 마음과 상황에 따라 흘러가는 대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렇게 쭉 가다 보면 또 다른 별에 도착해 있겠죠. 벌써부터 우주선이 맞이할 새로운 별이 기대됩니다. 여러분도 극단 우주선의 비행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