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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 누리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세 가지 제안
김혁진 (모든학교 체험학습연구소 연구위원)
문화예술교육은 예술 창작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교육원리와 방법을 활용하여 문화적 사고와 경험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문화와 예술, 교육의 통합적 개념과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실천 중심의 교육행위인 동시에 예술언어로 상상하고 표현하며 창작하는 예술행위이다. 즉 문화예술교육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동시에, 문화예술교육은 공공서비스 관점과 지원체제 측면에서는 법과 제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정책의 한 영역이기도 하다. 정책의 방향과 흐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경험하는 개별적 상황이나 특별한 사례로 문화예술교육의 전체적인 현황이나 흐름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에 수립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2004.11)> 이후 2007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중장기전략(2007~2011)>, 2014년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2018년 <제1차 문화예술교육종합계획(2018~2022)>에 이어 <제2차 문화예술교육종합계획(2023~2027)>이 수립되었다. 제2차 계획에서는 국민들의 삶에 대한 낮은 만족도, 인구구조의 변화,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격차 심화 환경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국민체감도 미흡, 중앙중심의 정책에 따른 확산의 한계, 기반에 대한 관리체계 미비, 타 영역과의 연계 부족을 개선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현황 분석을 바탕으로 제시한 세 가지 추진전략은 일상에서 ‘누구나’ 참여하고, 지역에서 ‘더 가까이’ 즐기고, 고도화된 추진기반을 ‘더 깊게’ 갖추는 것이다.
제2차 문화예술교육종합계획(2023~2027) p.9 ©문화체육관광부(2023)
첫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초점은 모든 사람이 개인적으로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국민의 참여율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1년도 참여경험을 기준으로 전국 10,0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국민문화예술교육조사’를 보면, 1년간 문화예술교육 참여율은 전체 12.2%(남자 9.8%, 여자 14.6%)에 불과하였다. 연령대별로는 7~12세 아동이 63.6%로 가장 높고, 3~6세 유아가 49.5%, 13~18세 청소년 24.1%의 순이었다. 이에 비해 청년(7.3%), 중년(5.4%), 장년(7.3%), 노년(7.0%)은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화예술교육 장르 기준으로는 음악 42.9%, 미술 42.5%로 장르 간 편차도 크게 나타났다. 유아와 아동들이 주로 참여하는 예술장르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사회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 시민 대상의 보편적이고 일상화된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정책이나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장르의 편중은 예술 생태계 입장에서도 새로운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장르의 다양성은 경험의 다양성과 창작의 다양성의 바탕이 된다. 융·복합 콘텐츠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이 단순한 장르 간 연계를 넘어 보다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경험의 장이 되기 위한 기초는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경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2022 문화예술교육조사 ©문화체육관광부(2022)
둘째, 누구나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자유롭게 일상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화 또는 지방분권의 흐름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가 중요한 가치 또는 전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일상 속의 문화예술교육’이고, 두 번째는 ‘지역분권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이다.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는 경험의 방법 관점에서 의미를 해석해 본다면 일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책으로서 문화예술교육이 아니라 경험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지역사회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개인들이 참여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는 결국 일상 속에서 개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 그리고 지역에서 ‘예술가’들과 얼마나 쉽게 만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일상화가 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는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지역주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예산확보를 통한 실제적인 투자 기반을 갖추어야 가능하게 된다. 행정안전부의 ‘2023년 지방자치단체 전환사업 운영기준(2022.12)’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활성화 사업이 전환대상으로 지정되어,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구축 사업’과 ‘유아문화예술교육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되었다. 지방자치단체 전환사업은 지방이 결정하여 지방의 재원으로 수행하는 사업이다. 2026년까지는 한시적으로 전환사업 준비를 위해 국비를 지원하지만 결국은 지자체의 자율성에 따르게 된다. 지방으로 이양된 문화예술교육사업에 대해 지역의 책무성도 커지지만, 반대로 지역 여건을 이유로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투자가 줄고 기반이 약화될 수도 있다. 예산 없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효과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문화예술교육이 앞으로 일반 시민들의 삶이나 정책에도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이 가지고 있는 예술 본연의 가치와 함께 현재와 미래의 현안에 대응하는 사회적 가치를 더 확산시켜야 한다. 기후와 환경, 인구 구조의 변화, 사회적 갈등의 심화, 생성형 AI를 비롯한 디지털과 기술 세계의 변화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문화예술교육도 이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개발하는 노력을 해왔다. 사회변화의 이슈가 한 분야의 전문성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정책융합이 중요해질 것이다. 동시에 문화예술교육이 다양한 영역과의 연대를 통해 초유기체적인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예술의 정체성과 전문성에 바탕을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경예술교육이 지식교육이나 환경운동교육, 교훈중심 교육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언어와 시각, 예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환경에 접근해야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사람들이 예술적 언어와 행위를 중심으로 지역의 일상의 삶 속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면서, 사회적 이슈와 변화에 대응하고 공존을 통해 연대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형성케 하는 문화의 장이다. 일상과 동떨어진 문화예술교육 정책이나 활동이 아니라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가는 문화형성의 중심인 문화예술교육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혁진 (金赫鎭, Kim, Hyuk-Jin)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예술감독
(현) 모든학교 체험학습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