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발레를 꿈꾼다

박태희 인천시티발레단 단장

김샛별 (경기신문 기자)

박태희 단장

박태희 (Park Taehee)
인천시티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경력
1993-2004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2020-2021연수문화재단 이사
2005-2021한국발레협회 이사
2010-2021정일장학재단 이사
2019-2022세계무용연맹 이사

안무
뮤지컬 발레 신데렐라, 장화신은 고양이, 뮤지컬 발레 호두까기인형, 신들의 산책, 성냥팔이 소녀

연출
빨간모자, 호두까기인형, 동아시아국제발레페스티벌, 뮤지컬발레 심청, 뮤지컬발레 흥부와 놀부, 창작발레 춘향, 미녀와야수, 알라딘, 지젤

“발레를 연습하다 보면 심장이 쿵쿵 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가 살아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토슈즈를 신고 완벽하게 춤을 추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 걸린다.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연습만이 좋은 무용수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박태희 인천시티발레단 단장은 중학교 2학년 때 발레를 처음 시작했다. 어머니와 함께 보러 간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공연이 계기였다. 이전까지는 미술을 배웠지만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원래부터 춤추기를 좋아했던 박 단장은 공연에 나온 발레리노의 모습을 보고 발레를 하기로 결심했다. 신무용을 공부했던 어머니의 영향도 있었다.

박 단장은 발레에 있어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한 시간 반 수업을 마치고 연습복을 짜면 땀이 물처럼 나올 정도였다. 성취감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 노력 덕분에 1993년 무용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국립발레단에 입단할 수 있었다. 이곳에 몸담았던 10여 년 동안 1,700번의 공연을 했다. 세계 모든 곳은 박 단장의 무대였다.

그가 국립무용단을 그만두고 인천시티발레단을 창단하기로 한 데는 아버지의 권유가 컸다. 국립 단체이다 보니 모든 게 다 안정돼 있지만 오래 있으면 새로운 일을 하고 발전하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그는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2003년 처음 인천시티발레단의 문을 열었다.

인천시티발레단은 프로 발레단 출신 무용수와 각 대학교 무용학과 졸업생으로 모여 구성한 전문예술법인단체다. 발레의 대중화를 목표로 정통 발레뿐만 아니라 노래와 발레를 결합한 작품,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등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심청전 공연

심청전 공연
(사진 제공: 인천시티발레단)

흥부와 놀부 공연

흥부와 놀부 공연
(사진 제공: 인천시티발레단)

20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온 박 단장과 인천시티발레단은 현재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올해부터 5년 동안 연수문화재단과 함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23 꿈의 댄스팀’ 사업을 진행한다. 꿈의 댄스팀은 춤을 통해 아동·청소년들의 가치관과 미래역량 발굴을 지향하는 사업으로, 박 단장은 연수구의 다문화 가정 아동·청소년과 함께한다.

원래부터 청소년 발레단을 꾸리는 데 관심이 많았던 박 단장은 연수문화재단에서 제안이 왔을 때 흔쾌히 수락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고민이 많았던 그에게 좋은 기회였다. 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문화나눔 사업을 통해 학교 등에서 아이들을 많이 만났고, 이 아이들이 발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본 경험 덕분에 자신도 있었다.

먼저 15~20명의 단원을 모집하는 게 그의 계획이다. 단원 모집 전 다문화 가정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연수구 함박마을에 직접 가 ‘백조의 호수’ 공연을 연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말이나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발레를 처음 접한 아이들에게 직접 공연을 선보이는 게 훨씬 큰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원들이 모이면 춤, 의상, 음식 등 각 나라의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 발레에서는 테크닉도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참여하는 이 사업에서는 표현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박 단장은 “각 나라에 대해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작품을 만드는 시작이다”며 “예를 들어 중국 하면 생각나는 것이 무술이라고 하면 이걸 춤으로 어떻게 표현할 건지, 중국 음식을 먹고 나서 맛을 어떻게 춤으로 만들 수 있을지 이야기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도록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올해 11월 공연에 오른다. 단원들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에 맞춰 그동안 각 문화에 대해 주고받았던 내용을 춤으로 풀어낸다. 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 클라라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과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 공연 사진
호두까기 인형 공연 사진

호두까기 인형 공연 사진
(사진 출처: 인천시티발레단)

박 단장이 호두까기 인형을 선택한 이유는 2막 ‘과자의 나라’에 아라비아, 러시아,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춤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가 이끄는 꿈의 댄스팀 역시 다양한 문화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서 꾸린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또 호두까기 인형의 내용이 이번 사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박 단장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그는 “인천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다.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편견으로 인해 소외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공연이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고 소통하는 창구가 되길 바란다”며 “국립발레단에 있는 동안 연말이 되면 항상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하면서 들뜬 아이들의 모습을 봤다. 다양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걸 앞두고 있는데 걱정보다는 기대와 설렘이 크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이제 무대에 서는 일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활동 무대는 바뀌었지만 처음 발레를 시작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그대로다. 그에게는 목표가 있다. 5년의 사업 기간 이후 꿈의 댄스팀을 연수구 청소년 발레단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수문화재단의 후원이나 지원이 필요하다.

박 단장은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은 이유는 잔꾀를 부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게을러지면 아이들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 저절로 사명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소통하면서 같이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샛별

인터뷰 진행/글 김샛별 (경기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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