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르는 시민들의 목소리

2023 문화도시부평 사업공유회 <새봄> 리뷰

권근영 (앤드씨어터PD)

2023년 3월 29일 수요일 오전 9시 30분,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로비에 5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몇몇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누구는 인터뷰 영상이 플레이되는 스크린을 보고 있고, 누구는 대본을 손에 쥐고 웅얼웅얼 대사를 외운다. 반가움과 설렘, 긴장감이 공존하는 얼굴들이다. 극장에서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신호가 왔다. 문화도시부평 사업공유회 <새봄> 담당자 문희원은 시민들을 극장 안으로 안내했다.

극장 안에는 30여 명의 스텝이 각자의 자리에서 <새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명, 음향, 영상, 무대 등 각 파트 감독과 스텝들은 며칠 전부터 극장을 세팅하고, 이제 막 마지막 점검을 마친 상태였다. 시민들은 무대 앞 객석에 앉았다. 그 옆으로 황유경 문화도시센터장이 앉았고, 재단 직원과 공연 진행팀원이 모두 착석했다. 부평아트센터 무대감독 이가람은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오랜 시간 준비한 사업공유회가 안전하게 진행되길 바라고 노력하겠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비상구를 확인하고, 위급 상황 발생 시 대처 사항을 숙지했다.

안전교육이 종료되고, 시민들은 무대 하수로 이동했다. 연습실에서와 마찬가지로 50여 개의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등받이에는 번호가 붙어져 있다. 시민들은 자기 자리를 찾아 순서대로 앉았다. 1부 연출 조민정이 시민들의 무대 등장과 퇴장을 중심으로 연습을 진행했다. 무대 업스테이지로 등장하고, 조명을 받는 위치에 서고, 목소리가 객석에 전달될 수 있도록 마이크 높이를 조절하고, 퇴장할 때 가림막에 걸리지 않도록 했다. 공연 진행팀 홍민기와 박보경은 무대 뒤에서 시민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동선 연습을 마치고, 최종 리허설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긴장하면서도 약속한 큐와 대사를 하나씩 하나씩 해냈다.

오후 1시. 부평생활문화센터 공감168 커뮤니티카페와 다목적홀, 야외 마당에서 삼삼오오 모여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개별 인터뷰와 워크숍, 공연 연습으로 그동안 얼굴을 익힌 시민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즐겁고 신명나는 음악 동네 만들기> 사업을 진행한 리드챔버 오케스트라 대표 이경은과 <청소년 뮤지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김나무는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한다. 일부는 준비해온 의상을 갈아입고, 단장을 한다. <새봄> 시민 출연자 공개 모집에 신청해 참여하게 된 김영란과 서현숙은 같은 립스틱을 바르고, 입술이 빨갛다. 문화두레시민회원 류재인은 사람들과 포토 타임을 가지며, 싱글벙글 웃는다.

오후 2시 30분. <새봄> 무대 위에 오를 시민들은 무대 하수로 이동해 대기했다. 극장 감독과 스텝, 직원, 하우스 어셔, 티켓 매니저 등은 각자의 위치에서 관객을 맞이했다. 로비에는 2022년 사업의 결과 자료들이 전시되었고,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시민들의 인터뷰 영상이 흘러나왔다.

오후 3시. 2023년 문화도시부평 사업공유회가 시작되었다. 관객들이 모두 착석하고, 조명이 꺼지자, 2022년 문화도시부평의 활동을 담은 영상이 나왔다. 간결하고 임팩트 있는 영상으로 지난 사업을 소개한 뒤, 문화도시부평 센터장 황유경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너와 나의 목소리로 채워지는 문화도시 부평’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올해 사업공유회는 문화도시부평과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 할 시민들의 이야기로 채워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영상 막이 올라가고, 막 뒤에 서 있던 시민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시민들은 2022년 문화도시부평 사업에 참여하고, 활동하면서 느낀 것들을 자신의 입말로 표현했다. 관객이 호응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무대 위 시민들은 서로를 소개하기도 하고, 관객과 즉흥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부평의 진선미 예식장에서 결혼해 보신 분”을 찾기도 하고, “부평 지하상가에서 길을 잃지 않을 자신 있는 사람”을 주인공 삼기도 했다. 부평에 대한 이벤트로 흥미를 유발하고, 객석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부평에서 훌라를 추고, 가르치는 노마치 유카는 부평을 훌라로 표현하며, 시민들과 동작을 같이 했다.

“부평에는 굴포천이 흐르고 음악도 흐르고 좋은 이웃들이 있어요.”

새봄 공연 모습

“부평에는 굴포천이 흐르고 음악도 흐르고
좋은 이웃들이 있어요”를 훌라로 표현했다.
ⓒ백상훈, 출처 : 부평구문화재단

새봄 공연 모습

‘플레이백 시어터’라는 즉흥극을 하는 김지혜의
진행으로 관객과 함께 즉흥놀이를 했다.
ⓒ백상훈, 출처 : 부평구문화재단

또 다른 시민의 입말을 담았다.

“결혼하면서 부평에 와 살게 된 지 30년 되었는데요, 대부분의 문화생활을 서울에서 해서 그랬는지 늘 이방인 같았어요. 근데 어느 날 생각해보니까, 제 딸의 고향이기도 하고, 저의 제2의 고향인 부평에 대해 너무 무지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평 마을 그림책을 만들며, 부평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어요. 또 동풍물단에 들어가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떨 때는 팝을 틀어놓고 장구를 치기도 해요. 덩덩 쿵따따 궁따따 하면서 말이죠.”

“부평 골목골목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서 몰랐던걸 <도시라솔 여행> 프로그램 참여하면서 많이 알게 되었어요. 미얀마 거리를 걸으며 문화 다양성도 느껴볼 수 있었고요. 자세히 들여다봐야 예쁘다는 말 있잖아요. 부평은 친근하고 예뻐요.”

“<부평별곳> 사업 덕분에 극장 시설을 보수할 수 있었어요. 전에는 부끄러워서 선뜻 대관을 내놓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공간이 많이 괜찮아졌어요. 많이 놀러 오세요.”

“<굴포천천히> 환경 페스티벌에 커피 클레이로 참여를 했어요. 커피 클레이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새활용 공예인데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었어요. 덕분에 저는 자신감도 많아지고, 올해도 재미있는 활동들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80세인데요, 66세 때 아들이 추천해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어요. 그림을 그려서 팔아볼까… 했더니, 어머니는 건강을 지키는 게 돈 버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공감 스페이스 공간 지원> 사업에서 장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줘서 재밌게 하고 있어요. 참 감사합니다.”

“<문화도시부평 토론회>에 참석했었습니다. 부평구에도 문화가 많이 필요한 지역이 있습니다. 재단이 생기고, 센터가 생긴다고 해서 바로 모든 시민들이 문화를 즐긴다거나 주체가 되긴 어렵잖아요. 충분한 시간과 지원을 통해 부평구의 문화 격차가 많이 해소되면 좋겠습니다.”

“과외를 하면서 알게 된 어머니들과 함께 <삼삼오오 작은모임>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1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이거든요. ‘우리가 모였는데 왜 돈을 주지?’하면서 스스로가 무척 쓸모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셔요. 십만 원은 돈이 아니라 꿈과 희망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이랑 디지털 콘텐츠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평에 살다 보니 문화예술을 가까이서 접할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진로도 자연스레 정했고요. 부평에서 진행하는 <뮤직플로우 페스티벌> 자원봉사로 참여했는데, 나중에는 아이들을 위한 연극 수업도 만들고, 축제도 기획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어른이잖아요. 어른이니까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도 문화도시부평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주체라고 생각해요. <문화두레시민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에는 나이도 성별도 인종도 장애도 어떤 장벽도 없어야 합니다.”

시민 최종희, 고다윤, 박일용은 문화두레시민회 활동을 수어로 준비해 소개했다. 도시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고, 좋아하는 활동을 함께 하고, 좋아하는 점을 주변에 알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고, 도시가 더욱 좋아지도록 제안하는 활동을 함께하자며 시민회 가입을 홍보했다. 시민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신용남과 시민들은 <지역 뮤지션 앨범 제작 지원> 사업으로 제작된 ‘청춘은 꽃’ 노래를 합창하며, 1부가 종료됐다.

2부는 <2023년은 무엇이 얼마나 더 좋아지나요?>라는 주제로 토크쇼 형태의 사업 소개가 진행됐다. 1부에 참여한 부평 싱어송라이터 강헌구의 사회로 문화도시부평 시민팀 노수진, 연대팀 김리원, 창조팀 김가람이 등장했다. 전반적인 사업에 대한 핵심설명과 사례를 담은 영상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었다. 1부 무대 위에서 발언했던 시민들이 다시 객석에 앉아 2부를 관람하며,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2023년 문화도시부평 사업공유회가 끝났다. 극장에서 만난,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간다.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르는 소리를.

토크쇼

<2023년은 무엇이 얼마나 더 좋아지나요?>라는
주제로 토크쇼 형태의 사업 소개가 진행됐다.
ⓒ백상훈, 출처 : 부평구문화재단

새봄 단체 사진

2023 문화도시부평 <새봄> 전체사진
ⓒ백상훈, 출처 : 부평구문화재단

권근영 (權根英, Kuon Gunyoung)
글을 쓰고 연극을 한다. 답사, 구술, 증언 등의 채집활동을 통해 감각하는 것들을 언어화, 무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송림1동 181번지에서 살았던 인물들을 인터뷰하여 인천in에 연재하였으며, <강화도 산책: 평화 도큐먼트>, <터무늬 있는 연극> 시리즈, <어느 여성 노동자의 길>, <극장을 팝니다>,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등의 창작활동을 했다. buntassi@naver.com

답글 남기기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Pos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