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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받는 조국에서 자유의 비행을, <공중용사 안창남>
안성희 (인천시청 문화기반과 학예연구사)
코로나바이러스-19가 여전하던 2022년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는 영화가 오랜만에 개봉되었다. <탑건: 매버릭>이 그것이다. 1986년에 개봉한 영화 <탑건>이 3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속편으로 개봉하여 다시금 인기를 얻었다. 전편과 속편이 연달아 흥행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땅을 딛고 사는 사람이 가진 하늘에 대한 동경을 한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매버릭이 이처럼 비상하기 100년 전, 창공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억압받는 조국의 경계 없는 하늘로 날아오른 한국인 비행사의 이야기가 공교롭게도 동시기 전시회를 통해 시작되었다.
영종역사관에서는 현재 <공중용사 안창남>(2022. 12. 30. ~ 2023. 5. 28.)전이 열리고 있다. 20세기 전반 조선인으로 조선의 하늘을 처음 날아올라 우리 항공 역사에 기념비적 인물이 된 비행사 안창남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항공박물관이 우리 하늘을 최초로 비행한 ‘안창남의 고국 방문 비행 100주년을 기념’하여 2022년에 개최한 <공중용사 안창남>의 순회 전시로 마련된 것이다. 첫 번째 전시회나 이번 순회전이나 1901년~1930년까지 일제강점기 비행사이자 항공독립운동가로 활약한 안창남의 삶의 궤적을 연대기적으로 따라간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첫 번째 전시에 비해 전시 공간이 줄어든 데 따른 차이가 일부 생겼을 뿐이다. 다만 전시 공간의 협소함은 스펙터클한 전시 연출이 필요할 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아쉬움이 남는다.
전시 내용은 1. 출생과 비행사로의 성장, 2. 득의의 고국 방문 비행, 3. 항공독립운동가의 길 등 총 3부로 구성하였고 전시실 역시 이 순서에 맞춰 짜놓았다. 1부에서는 안창남의 출생과 성장, 비행사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일본에서의 노력과 여정을 보여주기 위해 연표, 지도를 비롯해 ‘동아일보’ 기사, ‘안창남 비행기’, ‘나라하라 산지 비행 기념엽서’ 등을 배치하여 안창남 개인에 대한 미시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이 가운데 ‘안창남 비행기’는 당대 유명 아동문학가였던 염근수가 안창남의 출생부터 중국 타이위안에서의 사망까지 일생을 다루고 있어 이 섹션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 다소 좁고 폐쇄적인 복도 형태의 전시실은 2부의 탁 트인 공간 연출을 위한 안배로 느껴졌다.
염근수의 ‘안창남 비행기’ 표지
(사진 제공: 영종역사박물관)
2부는 안창남의 고국 방문 비행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국 방문 비행의 준비과정 등을 차례대로 다루고 고국 방문 비행에 사용한 ‘금강호’도 소개하였다. 특히 하늘에서 내려다본 당시 경성과 인천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 대형 구획도 모양의 전시대 위에 사진엽서와 모형 비행기를 비행경로에 따라 배치하여 일제강점기 경성, 인천의 주요 장소를 부감하는 효과를 자아냈다. 전시실 초반에 등장하는 1922년 ‘동아일보’ 기사와 ‘개벽 계해년 특대호’는 안창남의 고국 방문 비행이 성립되기까지의 과정에서부터 그가 공중에서 바라본 경성・인천의 광경, 비행을 마친 소회까지 자세히 싣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 뿐만 아니라 개벽에 낸 특대호 기고 글엔 빼앗긴 조국과 동포들의 모습을 적으며 쓸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어 훗날 그가 항공독립운동에 투신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따라서 안창남의 독립운동가로서 면모를 부각하고자 한 이번 전시의 의도를 보여주는 자료로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벽 계해년 특대호
(사진 제공: 영종역사박물관)
중앙의 대형 전시대 외에도 삼면의 긴 벽에 각각 금강호, 하늘에서 본 경성, 안창남의 삶을 담은 실감 영상 등 빔프로젝터 영상을 쏘아보게 한 것은 이 전시실이 다른 섹션들보다 중요하게 다뤄졌음을 시사한다. 전시 자료를 스펙터클하게 강조하거나 안창남의 고국 방문 비행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영상 장치들은 내방객들의 관람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비교적 효과적으로 구현되었다. 그러나 한강, 마포・공덕, 독립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동대문, 남대문, 광화문, 종로 등 경성 사진엽서의 중복 사용과 1・3부 전시실과의 연출 불균형은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대형 전시대와 사진엽서들은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하여 좀 더 입체적으로 전시하거나 별다른 실물자료 없이 텍스트와 사진으로만 구성된 3부에서 안창남과 항공독립운동의 일화들을 실감 영상으로 제작했더라면 2, 3부 주제를 부각함과 동시에 생소한 항공독립운동사와 관련 인물들에 대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3부에서는 관동대지진 이후 안창남이 중국으로 망명하여 항일무장투쟁과 대한독립공명단 활동 등을 펼치다 산화한 마지막을 당대 신문 잡지를 활용한 패널과 지도로 전시하였다. ‘안창남 애국지사 건국훈장과 훈장증’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2001년 추서한 건국훈장으로 항공독립운동가 안창남의 독립을 향한 열망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1920~30년대를 중심으로 안창남을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로 날실과 씨실처럼 엮어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항공사와 독립운동사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관람객이 느끼기에 얼핏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전시실 입구와 전시 에필로그에 마련한 안창남과 금강호 체험 포토존 및 육각형 색종이 체험 등은 어린이의 관람을 위해 적절히 마련한 장치로 보인다.
좌측부터 <공중용사 안창남> 1,2,3부 전시 전경
(사진 제공: 안성희)
역사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고국 방문 비행의 두 번째 행선지인 인천에서 안창남의 출생, 성장, 조종사로서의 활약, 항일운동, 후대 평가 등에 대한 종합적 접근을 통해 역사 인물을 기억하고 널리 소개하고자 기획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인천’이라는 지역적 접점을 기획의 변으로 내건 이번 순회 전시는 넓게 보면 <공존의 섬, 영종도>(2018), <소금을 담다>(2019), <영종・용유 교육사-배움의 역사, 추억의 채움>(2020), <영종역사관, 역사와 문화를 품다>(2021), <우들 살던 섬-영종 용유와 바다>(2021) 등으로 지속되어 온 영종역사관의 ‘영종’, ‘인천’ 장소로 특화된 기획 전시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역사관은 2018년 개관 이래 상설 전시뿐 아니라 기획 전시를 통해 영종이라는 도서 공간 속에서 전개된 인천 섬의 역사를 여러모로 조명해왔다. 그러나 대부분 섬의 땅과 주변 바다에 대한 주제로 한정하여 다루었을 뿐 수평선 위의 하늘을 주제로는 전시가 열리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안창남전은 영종역사관 전시 주제의 공간적 확대를 앞서 보여준 의미를 가진다.
[전시] 영종역사관 국립항공박물관 순회전 <공중용사 안창남(Aero-Hero Ahn Chang-nam)>
– 기간 : 2022. 12. 30. ~ 2023. 5. 28.
– 장소 : 영종역사관 3층 기획전시실
안성희 (安星稀, Ahn Sunghee)
인천시청 문화기반과 학예연구사
인천광역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