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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 3.0> 2022년 11월호는 <100호 발간 기념 특집>으로 준비했습니다.
인천문화통신은 2007년에 시작하여 2016년 3월에 3.0 버전으로 개편되었습니다.
100호 기획특집에는 2016년부터 함께 해 주신 도시연구학자 김윤환 연구위원님의 원고를 통해
인천의 도시가 변화해 나갈 방향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은 인천의 문화예술현장의 소식과 정보를 시민 여러분께 전달하는 역할을 앞으로도 충실하게 수행하겠습니다.

인천이 대도시로 더 오래 생존하려면

김윤환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초빙부연구위원)

도시에 대해서 우리에겐 오래된 믿음이 있다. ‘도시는 성장한다’는 것.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성장의 역사와 ‘신도시’의 성공, 재건축과 재개발의 성공 서사는 한국사회에 도시 – 더 적확히는 ‘도시의 부동산’ – 의 승리에 대한 넓고도 깊은 신뢰를 구축했다. 수도권과 대도시가 성장하는 동안 오랜 전통의 지방 중심도시들이 쇠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성장하는 대도시에 이목을 집중했다.

2010년대 한국의 도시와 관련된 주요 담론 중 하나는 ‘정말 계속 성장할 수 있느냐’ 였다고 생각한다. 지방 대도시들의 성장이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했고, 중소도시들은 청년층 인구유출로 인한 고령화, 제조업의 쇠퇴로 인해 도시 소멸의 두려움에 직면했다. 지방도시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전방위적인 생존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 일부 대학들은 통폐합 논의에 나섰다. 지방 거주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하면서, 판교와 기흥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구직의 남방한계선’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기업들이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면서 지방도시들은 과거의 산업단지 개발을 통한 기업유치 수단까지도 차단당하기 시작했다.

팽창 가속' 수도권 '소멸 직전' 지방, 두 번째 분단. 경향신문.

<그림 1> 2020년대의 한국은 사실상 수도권과 비수도권 두 개의 다른 나라처럼 보인다.
(사진 출처: ‘팽창 가속’ 수도권 ‘소멸 직전’ 지방, 두 번째 분단. 경향신문. 2021.10.06.)

지방의 쇠퇴를 제물삼아 수도권이 성장하고 있다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에 의하면 이미 한국은 2020년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2040년에는 2022년 대비 200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2070년 한국의 예상인구는 3,800만 명에 불과하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끝까지 살아남느냐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조차도 중앙정부의 국책은행 지방이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현재 한국의 현실이다.

지방도시들이 ‘부울경 메가시티’나 ‘행복도시권’ 등을 내세우며 소멸에 대비하기 위해 고심하는 동안, 인천의 2010년대는 이런 비명소리와 무관한 듯 여전히 팽창의 시대를 보냈다. 경제자유구역, 루원시티, 검단신도시 등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1970년대부터 형성된 동구와 남구의 구도심, 1980년대 조성된 남동구의 저층 주거지 등은 차곡차곡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도시들이 인구감소와 소멸을 걱정하던 2016년에 인천은 인구 300만 돌파를 축하하고 있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그림 2> 여전히 인천은 면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중이다.
(사진 출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홈페이지)

우리의 도시가 운 좋게도 수도권에 입지한 까닭에, 인천은 한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이런 고난을 맞이하는 시점은 크게 뒤로 미뤄질 것이라고 한다. 인천은 통계청 인구 추계로는 2027년에 3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며, 인구 정점은 2037년이 되어야 도래한다고 한다. 예정된 미래를 최대한 미룰 수 있다는 점에서 인천은 축복받은 도시다.

그러나 인천이 지속적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안겨줄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오랫동안 인천의 경제계에서 헌신해온 김하운 이사장은 인천의 경제와 살림살이를 섬세하게 분석하면서, 견고하지 못한 산업과 넉넉하지 못한 가계, 여가와 소비를 위해 인천 밖으로 나서는 인천사람들의 삶을 이야기 한다. 통계적으로 인천의 근로자들은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전국 평균보다 낮은 근로소득과 긴 노동시간 속에 놓여있고, 인구 10만 명 당 시각예술 및 공연예술 활동은 서울을 비롯한 6대 광역시 중 압도적인 꼴지에 머물고 있다. 인천은 이국적인 고층 빌딩과 대규모 수변 공원, 성장하는 산업과 거대한 국제공항을 내세우며 인천의 행복한 삶을 전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고통스럽고 자조적인 ‘마계’와 ‘이부망천’의 딱지는 분명히 인천 사람들의 삶의 어떤 부분들이 인천 안에서 충족되지 못하고 있음을 내포한다.

수도권과 전국의 5인 이상 사업장 월간 노동시간
수도권과 전국의 5인 이상 사업장 월간 급여액

수도권과 전국의 5인 이상 사업장 월간 노동시간(위), 급여액(아래) 변화
(그래프 출처: 사업체노동력조사, 고용노동부)

서울 및 6대 광역시의 인구 10만명 당 문화예술 활동 건수.

서울 및 6대 광역시의 인구 10만명 당 문화예술 활동 건수. 청색은 서울, 적색은 인천.
(그래프 출처: 문화예술활동현황조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도시의 일자리와 여가의 시간은 사람들의 다양한 경제적, 문화적 시도를 통해 메워진다. 누군가의 창업이 다른 이의 일자리를 만들고, 누군가의 전시가 다른 이의 문화생활을 채워주며, 누군가의 봉사가 다른 이의 삶을 돕는다. 그래서 지역의 활력, 지역의 가능성의 가장 근원적 전제는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있는가로 귀결된다. 특히나 이른바 ‘플랫폼 사회’로 진전하면서 산업과 예술 분야의 새로운 시도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려 하며, 이를 통해 대중들의 반응과 성향을 다양한 데이터의 형태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앞으로 더더욱 시민들이 누릴 서비스와 문화는 대부분 도시에서 시작될 것이고, 도시에서 꽃피울 것이다. 도시가 더 거대할수록, 그 꽃향기도 더욱 짙을 것이다.

인천이 국가 전체에 불어닥치는 감소와 쇠퇴의 파고에서 살아남아 대도시의 축복을 누리기 위해, 오래된 한국 사회의 도시 성장의 조건에 무언가가 덧대져야 한다. 신도시와 재건축, 재개발로 도시의 밀도를 높이면 사람들이 저절로 채워지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모여든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붙잡기 위해 인천은 인천 사람들 매일의 삶에 만족과 즐거움을 채워주어야만 한다.

성공의 여부는 다양성에 있다. 다양성은 산업과 경제에서도 필요하지만, 문화와 도시 정체성을 위해서도 더욱 필요하다. 근래 인천에서 가장 많이 들은 주제는 ‘인천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였다. 한때 도시의 정체성은 과거에서 이어진 유산을 잘 드러낼 때 만들어진다고 여겨졌지만, 대부분의 세계적인 대도시의 정체성은 현재의 다양성으로부터 구축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외국인의 이주가 많은 도시들이 결국 새로운 정체성과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데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뉴욕시의 인구 830만 명 중 뉴욕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절반이 채 못 되는 400만 명이다. 대신 뉴욕시 인구의 36%에 달하는 302만여 명은 외국인이다. 이들 중 125만여 명은 시민권이 없는 순수한 외국인이다.

런던의 경우도 비슷해서, 영국에 사는 태생 인구의 35%인 334만여 명이 인구 940만의 대도시 런던에 살고 있다(2021년 6월 말 기준). 런던시민 1/3이 외국인인 것이다. 같은 해 한국의 외국인 인구비율 3.2%, 인천의 외국인 인구 비율 3.4%인 것과 크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All ways Incheon”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인천은 누구로부터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제도나 인식, 문화, 아니 삶의 모든 측면에서 우리는 전혀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살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어떤 문화나 개념들을 새롭게 도입할 때, 언제까지 우리의 입맛대로 편집된 “한국적 OO”를 이야기해야 할까.

도시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 여가, 그리고 그것의 배경인 도시의 건축과 경관에서 ‘더 좋은 것’과 ‘더 나은 것’을 위해 매진하던 과거를 넘어서 ‘지금 우리에게 없는 것’과 ‘우리와 다른 것’을 환영하고 자리를 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인천에 모인 사람들이 인천 안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누적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누적이 20세기의 기억으로 만든 인천을 대신해 현 시대의 인천을 만들어낼 것이다. 인천은 인구의 양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그 어느 도시보다 가능성을 오래 지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정해져 있다.

김윤환

김윤환 (金潤煥. Kim, Yoonhwan)
서울연구원 초빙부연구위원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고, 2021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인천문화재단의 ‘확장도시 인천’ 발간 참여를 계기로 종종 인천과 관련된 글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는 서울연구원에서 건축 및 도시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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