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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조화현 (i-신포니에타 단장)
2020년 갑자기 닥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의 공연계는 물론 우리나라 역시 오랜 공연계의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는 결국 많은 연주자들을 위축시켰고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유의 시간을 방해해 왔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 하고, 2022년 8월 27일 5회째를 맞이한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의 생생한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서구문화회관 대강당 로비에는 일찌감치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들썩이고 있었다.
2022 제5회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공식 포스터
(출처: 인천 서구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홈페이지 바로 가기)
개막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을 처음 계획했던 현 강범석 서구청장의 개막선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서구구립합창단이 상임지휘자 윤재동이 작곡한 곡(서구를 노래한 곡)을 노래하고, 이어서 정한결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떠오르는 월드 스타 첼리스트 문태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젊은 첼리스트 문태국은 ‘하이든 첼로협주곡 1번 C Major’를 본인의 소속 단체인 디토 앙상블과의 기막힌 호흡을 선보였으나, 악장마다 쏟아지는 박수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첼로 연주자들에게는 바이블처럼 연주되는 ‘하이든 첼로협주곡 1번 C Major’를 문태국은 작곡가의 의도를 여실히 드러내며 돋보이는 연주를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이어지는 후반부에서 디토 오케스트라는 그들만의 조화로운 호흡을 통해 롯시니의 오페라 ‘비단 사다리’ 서곡을 시작으로 바리톤 김주택과 소프라노 김유미의 협연을 통해 롯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아리아와 가곡, 뮤지컬 넘버를 통해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획이 보이지 않아 섭외된 연주자들의 레퍼토리가 이어졌을 뿐 개막공연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연주 전 곡 소개나 해설이 있음에도 악장과 악장 사이의 박수로 연주를 방해하거나 갑자기 바뀐 소프라노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점, 앞자리를 차지하고 소개받은 일부 정치인들이 첫 곡이 끝남과 동시에 우루루 몰려 나가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 등은 서구의 대표축제로 만들고자 하는 구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커다란 과제로 남을 듯하다.
9월 3일 같은 장소인 서구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있었던 오페라 갈라 콘서트 ‘라보엠’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국립오페라단의 열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동일의 연출로양진모가 지휘한 ‘클림 오케스트라와’의 합은 1962년 창단한 국립오페라단의 역사만큼이나 잘 연출되고 잘 짜여진 협연을 자랑할 만한 무대였다. 그렇지만 클래식 축제에 다소 부족한 공연장의 규모나 무대구성이 보는 내내 오페라 무대와 맞지 않는 답답함이 느껴졌으며 사이사이 무대연출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서진에 세워진 무대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야외 오페라 한편을 볼 수 있으면, 게다가 관객들은 피크닉을 즐기며 볼 수 있는 공연이라면, 하는 아쉬움.
가장 주목할 만한 무대였으며 커다란 찬사를 받았던 공연은 아마도 9월 4일 청라블루노바홀에서 펼쳐진 ‘알렉산더 말로페에프 피아노 리사이틀’ 이었을 것이다. 21세의 영 아티스트이며 뛰어난 무대 매너와 실력을 겸비한 젊은 피아니스트는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빼곡히 들어찬 관객 모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으며, 슈베르트와 차이코프스키 등 그가 보여 준 연주에 관객들은 깊은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5번이나 이어진 커튼콜에 화답하며 국내 관객들을 열광시킨 공연이었다.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파에도 불구하고 5년을 거쳐왔다. 노을이 아름다운 정서진은 클래식 음악 축제가 펼쳐지기에는 어쩌면 가장 안성맞춤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행사 타이틀인 ‘피크닉 클래식’에 걸맞은 콘텐츠와 스토리가 있는 공연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첫날 펼쳐진 개막식은 무대구성이나 킬러콘텐츠 등의 프로그램 기획이 아쉬웠고 전체적으로 주제의 통일성이 부족했으며 기획된 공연이 아닌, 그때그때 짜 맞춤의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모든 프로그램이 지역 사람들 몇몇만 공유되는 등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여겨질 만한 상황들이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9월 6일 ‘인천 서구 대표축제 육성을 위한 전문가 포럼’이 진행되었고 필자를 포함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음악 축제는 지역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클래식 축제이니만큼 예술감독이나 음악감독의 역할이 크며 최소 1년 전부터 준비되어야 하고 감독에게 기획과 연주자 섭외의 전권을 주어야 한다.”라는 의견이었다. 더불어 오랜 축제 기간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5년을 갓 지난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은 아직은 성장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을 스토리와 삶이 있으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최소한의 시스템과 메뉴얼이 꼭 갖추어져야 한다. 먼저 축제의 방향과 컨셉을 정하기 위한 예술감독이 꼭 필요하며, 예술감독을 지원하면서 감독의 선임부터 축제 전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조직위원회가 전문인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조직위원회는 지역과 음악을 잘 알 수 있는 지역예술계와 오피니언리더의 참여는 물론, 이러한 조직과 시스템화된 매뉴얼을 통해 지역민들이 소외되지 않고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자랑할 만한 축제가 되어야 미래의 성공을 답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지켜본 2022년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 축제’는 많은 사람들이 수고하고 준비한 것에 비하면 지역에 파급효과가 미진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에 앞서 말한 축제의 개선 방향 중 조직위원회의 구성과 예술감독의 선임은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내용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베로나 오페라 축제’, ‘잘츠부르크’음악축제‘ 등 외국 유수의 음악축제는 지역 사람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음악 애호가들이 몰려오는 축제로, 일 년을 준비하며 지역민들의 생활이 될 만큼 모두가 주인이 되는 축제들이 많다. 게다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축제들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두가 즐기는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을 기대해 본다.
조화현 (趙華玹 / CHO HWA HYUN)
현) i-신포니에타 단장
전) 인천문화재단 이사
전) 인천시립예술단 운영위원
2017~2018년 순천만국제교향악축제 예술감독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