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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목표와 문화예술교육의 연계에 대하여

김상원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요즘 우리는 ‘지속가능한’이란 표현을 자주 듣고,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지속가능한’이란 표현의 의미가 어렵지 않아 그 의미를 사전에서 확인해볼 필요는 없지만, 굳이 국어사전에서 그 의미를 검색해보면 표현의 의미보다는 표현의 사용례만 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발전’, ‘지속가능한 도시’, ‘지속가능한 디자인’, 그리고 ‘지속가능한 경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문화예술’과 연관된 수식어나 서술어로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발견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문자 그대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오늘날 다양한 전문영역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은 그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에다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방법론’이 포함된, 즉, 오랫동안 지속가능할 수 있는 이론적 체계와 논리적 근거를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유엔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에서 ‘지속가능성’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자연을 손상시키거나 천연자원을 고갈시키지 않고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가치, 사회적 가치, 그리고 경제적 가치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며, 특히 이 세 가지 가치 중에 우선순위가 필요한 경우에 앞서 나열한 순서대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이론적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서의 ‘지속가능한’이란 표현은 1783년에 산림경제학에서 언급된 이후, 1952년에 일반 경제학에서 수용되었고, 이후 1980년에 만들어진 환경보고서의 제목인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이 1987년에 유엔의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 주도로 제출된 브룬트란트 보고서(Brundland report)1)에 채택되면서 인류가 추구해야할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인류의 목표를 표현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1) 국제연합이 1983년 설립한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노르웨이 수상 브룬트란트 주도로 1987년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이 정식 채택되었음.

유엔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면서 지구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17개의 실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빈곤퇴치, 기아퇴치, 건강한 삶, 평생학습 기회제공, 성 평등, 물과 위생의 이용과 관리, 지속가능한 에너지, 일자리, 지속가능한 산업, 불평등 감소,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기후변화의 대응행동, 해양자원의 보존, 평화, 이행수단의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로 구성되어 있음.
(목표 1) 빈곤퇴치 (목표 2) 기아 종식 (목표 3) 건강과 행복한 삶(웰빙)
(목표 4) 양질의 교육 (목표 5) 양성평등 (목표 6) 물과 위생
(목표 7) 깨끗한 에너지 (목표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목표 9) 산업,혁신과 사회기반시설(인프라)
(목표 10) 불평등 완화 (목표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커뮤니티) (목표 12) 책임감 있는 소비와 생산
(목표 13) 기후변화 대응 (목표 14) 해양 생태계(수중 생물 (목표 15) 육상 생태계(육지 생물)
(목표 16) 평화, 정의와 강력한 제도 (목표 17)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예술의 지속가능성’ 또는 ‘지속가능한 예술’은 문자 그대로 ‘예술은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리키고 있다. 이러한 지시의미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예술의 필요성과 예술교육의 당위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와 예술교육은 무슨 관련이 있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예술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3년에 발표된 OECD 보고서인 “예술을 위한 예술인가?”에서 주목할 만한 결론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주지주의적 관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예술을 하나의 혁신수단과 도구로 간주하고 있다.

2013 OECD에서 발간한 보고서

2013 OECD에서 발간한 보고서
<Art for Art’s Sake? – The Impact of Arts Education>
(출처: OECD 홈페이지)

이 보고서는 예술교육은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예술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OECD 국가들의 혁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교육이 혁신을 위한 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면 교육의사 결정자들이 적절한 커리큘럼 설계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설계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은 한 나라의 혁신 전략의 한 차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술이 혁신에 기여한다는 결론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와 ‘예술’ 또는 ‘예술교육’과 관계와 유사하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예술’ 보다는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란 질문과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와 ‘예술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로 질문이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유엔은 지구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인류의 공동 목표로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별 지표를 설정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2015년 제70차 유엔 총회는 2004년에 승인된 ‘문화를 위한 의제 21(Agenda 21 for Culture)’을 보완하여 ‘우리는 문화가 포함된 미래’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문화가 포함된 미래’는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인 모든 인류를 위한 보편적 가치를 구호나, 교육 그리고 정책적 시도의 문화화를 지향하고 있다. 보편적 가치의 문화화는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수준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2022년 오늘날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방법을 재고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OECD 보고서는 “미래 사회는 오늘날보다 더 많은 예술적 훈련을 받은 사람을 필요로 할 수도 있고,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그러한 사람들을 덜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결론짓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이론적 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 관련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과 다양한 기관과 조직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민 대상의 환경교육이 무용하지는 않지만, 보편적 가치의 문화화란 목표에 이르기에는 한없이 부족해 보인다.

유럽은 이미 정책적 차원에서의 예술교육을 ‘예술을 위한 예술’ 교육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예술’, ‘보편적 가치를 위한 예술’ 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예술교육’으로 간주하고 있다. 어느 문화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바느질 교육’을 어떻게 문화교육과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 교육은 바느질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숙련하는 교육이지만, 헌 옷 수거함에서 다양한 재질의 옷감을 확보하여 세탁한 후에 다양한 바느질 기술을 습득하고, 다양한 목적의 실용적 리폼으로 업사이클링 할 수 있는 교육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처럼 우리는 기술 교육에서 환경을 고려한 것처럼 예술교육에서 환경을 고려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와 연계할 수 있다. 이처럼 예술은 우리를 인간다운 인간으로 만드는데 필요적 부분이다. 이제 우리는 예술교육 없이는 더 나은 삶을 위한 교육을 상상하기 어렵다. 시작은 예술교육이었으나, 예술적 교육목표와 더불어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타인에 대한 존중과 자연과의 관계를 증진할 수 있는 문화교육으로의 발전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상원

김상원 (金常元, Sangwon Kim)

독일 아헨대학교 철학박사,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겸직: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원장, 대학원 문화경영학과 교수, 대학원 도시계획학과 학과장, 대학원 도시재생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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