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있는 그대로, 동네에서 일하기, 살아가기

– 김현주 모모하시니의 만물작업장 대표

홍봄 (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김현주

김현주(金炫住 / Kim Hyun Ju)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도 하는 참치형 동네 작업자. 인천에 거주하며 타 지역 관련한 일만 하다 19년도 인천문화재단의 기획자 양성과정을 수료한 후로 지역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동네 작업실에서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작당모의하기도 하지만, 주로 육아를 한다. 요즘은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부모의 육아와 삶, 작업적 연대에 관심이 많아 최근 모임을 만들었다. 진정한 참치형 동네 작업자로 진화하는 중이다.

“제가 어느 장소에서 어떤 활동을 하든 옆집 어머니가 그냥 편하게 와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는 문화 활동을 꼭 하지 않더라도요. 진짜 동네에서 정말 시시할 수 있는 일, 앉아서 이야기만 하고, 저녁 반찬을 싸 와서 나눠 먹는 정도의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나이 같은 데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섞일 수 있다면 성공적인 마을 활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낡은 골목 한 귀퉁이 ‘모모하시니의 만물작업’. 그 곳에서 만난 김현주 작업자는 3년째 동네를 기반으로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2019년 인천문화재단의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을 계기로 프로젝트에 발을 뗐고 지금은 작업의 90% 이상이 지역 기반이다.

김 작업자는 활동의 기반을 ‘인천’이 아닌 ‘동네’라 말한다. 그가 미추홀구, 또 주안동에서 살아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4살에 인천에 와서부터 대부분을 이 지역에서 생활했다. 결혼하고 육아를 하면서는 더욱 옮겨 다닐 여건이 안됐다. 예술 활동을 하기에 다소 척박하기도 하고, 고립된 느낌이 드는 날도 있지만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왔다.

김 작업자는 “저는 항상 제 키워드는 ‘인천’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요. 지역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인천’이 되어야만 타당성을 가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반면 ‘동네’와 같이 생활 주변을 기반으로 한 것들을 귀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동네를 소소하게 기억하는 프로젝트를 해 보자 해서 매년 일하고 있어요.”하고 말했다.

모모하시니의 만물작업장 내부 공간
모모하시니의 만물작업장 내부 공간

모모하시니의 만물작업장 내부 공간

모모하시니의 만물작업장 외부 공간
모모하시니의 만물작업장 외부 공간

모모하시니의 만물작업장 외부 공간
(사진제공: 김현주)

2020년 처음 시작한 동네 프로젝트는 신문을 만드는 일이었다. 미추홀구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 내가 사는 동네의 사진을 찍고 신문을 만들고 전시를 했다. ‘골목’, ‘수봉공원’, ‘방석집’ 등 매번 동네에서 기록해보고 싶은 키워드를 정해 여덟 차례 결과물을 만들었다.

김 작업자는 “처음부터 기록물을 모은다던가 아카이빙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프로젝트를 한 건 아니었어요. 동네를 역사적으로 기록하는 일은 어차피 전문가들이 하고, 잡지 발행도 협동조합 등에서 하잖아요. 우리까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냥 이 동네에 너무 오래 살았으니까, 내가 사는 동네를 기억하자는 취지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1년 활동을 하고 나니 모두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동네를 좀 더 사적으로 다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듬해에는 미추홀구의 랜드 마크인 ‘수봉공원’을 배경으로 답사를 하고 각자 생각한 그곳의 이미지를 단편 만화로 그리는 작업을 했다. 올해는 여름방학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소소하지만 재미있게 타로 카드를 배울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한다.

그는 지역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도 유행처럼 번지는 활동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양한 로컬활동이 이뤄지고 또 지원사업도 쏟아지지만 그것이 지역에 천착한 활동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지금의 로컬 활동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동네활동 작업물
동네활동 작업물

동네활동 작업물
(사진 제공: 김현주)

김 작업자는 “로컬활동도 유행에 따라 공간이 생겨나기도 하고 매거진이 나오기도 하는데 저는 사실 그 활동들이 100%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요즘 말하는 로컬이라는 개념이 닫혀 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청년들이 지원을 받아서 공간을 차리고 골목을 누비며 온갖 문화활동을 향유하지만, 과연 그 친구들이 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을 알까요. 우리 옆집 어머니가 철마다 되면 제일 예쁜 무화과를 따서 아기를 주라고 하시고, 대추가 날 때는 대추를 주십니다. 이런 일상적인 부분에 대한 공유 없이 로컬을 외친들 이게 인천의 로컬인가 좀 의문스러워요.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갈수록 닫혀가는 느낌도 있어서 좀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동네 활동을 하면서 개인 작업 비중이 줄어든 것 역시 아쉬운 일이다. 처음에는 약간의 박탈감도 느꼈단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생각을 바꾸자는 마음이 들었다. 동네 활동 속에 개인 작업물을 넣자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니 조금씩 쌓여가는 게 보였다. 새로운 구상도 하고 있다. 꿈과 관련해 기록해 놓았던 내용을 만화로 옮겨 내년에 책을 한 권 내는게 목표다. 또 한국설화와 민화를 기반으로 한 타로 카드를 제작하기 위해 펀딩을 할 계획이다. 만화를 통해 동네 이야기도 해볼 생각이다.

김 작업자는 “‘마상리’라는 허구의 동네를 만들어서 거기에 사는 인물들 이야기를 하려고 SNS 계정을 개설했어요. 흔히들 마음이 상하는 걸 ‘마상’이라고 하잖아요. 이 지역에 살면서 겪었던 일들, 그리고 제 친정 동네에서 있었던 일들. 모든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아울러서 동네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몇 년 동안 생활이 급변했고, 육아와 병행하면서 중심 잡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이렇게 생활의 체계가 잡히는 것도 시간이 걸렸죠. 지금 준비하는 것들은 조금은 개인 작업으로 돌려 비중을 높여 볼까 하는 생각입니다.”라고 앞으로의 구상을 밝혔다.

올해는 모임을 만들었다. 동네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다. 친애하는 당신 곁에 영웅이라는 의미의 ‘FYSH’는 문화예술 종사자 중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들의 모임이다. 이미 엄마가 된 예술인뿐만 아니라 앞으로 임신, 출산, 육아 계획이 있는 청년들도 함께할 수 있다. 문화예술을 하며 아이를 키우거나 키울 계획이 있는 사람들끼리 소통하고 공감하는 모임을 잘 키워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김 작업자는 “‘내가 동네에서 그럼 제일 이루고 싶은 게 뭐지’, ‘가장 길게 이걸 끝까지 한 가지를 해보고 싶은 게 뭐지’하고 고민해 보니 이런 모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육아를 하다 보면 일반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들이랑은 공감하기 어려운 고민이 생기거든요. 그동안은 이런 부분에 대해 앞서가는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얻을 기회도 제대로 없었던 것 같아요.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사람들은 또 하나 같이 미혼이니까요. 저는 일터에 아이가 등장하는 모습이 판타지라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 모임을 만들었어요. 미추홀구도 좋고 다른 구도 좋으니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엄마들이 작업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일생 생활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 진행/글 홍봄 (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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