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아카이브를 위한 기반 다지기

임은정 (인천문화재단)

2020년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록물법)의 개정으로 인천문화재단은 법에 따라 기록을 관리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기록관리를 전공한 나는 2021년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 기록관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한국근대문학관 소장자료를 관리한 경험이 있지만, 재단 기록관리는 새로운 업무로 다가왔다. 문학관 자료는 ‘소장자료’로 관리 대상 범위가 비교적 명확하다. 반면에 재단 기록은 디지털 환경에서 생산되는 기록, 시설 곳곳에 흩어져 보관된 문서들, 부서에서 진행한 다양한 아카이브 사업의 결과물 등 관리 대상 기록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그래서 기록관리 업무를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지금도 그 막막함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지만, 일 년간 재단 기록관리 현황조사, 유관기관 방문, 전문가 자문을 통해 기록관리 방향을 세우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기록관리를 위한 두 방향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의 전통문화예술 전승과 문화예술 창조, 시민을 위한 문화복지사업 및 문화교류사업을 통하여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천을 국제적 수준의 문화도시로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인천광역시 조례에 따라 설립된 출연기관이다. 재단은 인천시의 문화예술 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과 문화사업과 연구를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록을 생산하고 접수한다.

2020년부터 진행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문화예술 기록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대면으로 진행할 수 없는 공연, 전시, 교육 등이 영상과 교육 자료 등 기록을 활용하며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기록은 예술인들에게는 중요한 활동의 도구이자, 시민들에게는 감상의 매체로 서로를 이어주었다. 또한, 코로나19 지원사업으로 문화예술 활동의 ‘기록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재단에서 진행된 기록화 활동은 인천 원로 및 중견 시각예술작가 40명의 포트폴리오를 수집하고 구술을 진행한 ‘인천아트아카이브’, 공연예술인 인터뷰 ‘아트온에어’, ‘인천 문화예술 인터뷰 기록사업’ 등이 있다.

재단 기록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인천시 출연기관으로서 업무 과정에서 계약, 이사회, 인사 기록 등의 행정기록이 생산된다. 둘째, 예술인 및 시민 대상 문화예술 지원사업 과정에서 영상, 도록, 홍보물 등 지역의 예술인, 단체, 시민들이 생산한 문화예술 기록이 축적된다. 셋째, 부서 단위에서 주요한 사업으로 기록의 연구, 조사, 수집 업무를 통해 문화예술 기록이 생산·수집된다.

재단 기록 현황을 분석하며 재단은 인천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기관에서 문화예술 분야의 연구와 문화예술 기록관리기관으로 기능과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단은 공공기관으로서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기록을 관리해야 함은 물론, 문화예술 기록을 생산, 수집, 관리, 활용하는 문화예술 기록관리기관으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행정 기록관리 영역과 문화예술 기록관리 영역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의 분류체계, 평가, 활용 방법 등 기록관리 업무 진행 시 고려해야 할 부분에 차이가 있다. 기록관리 중장기계획 수립 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이 두 영역을 구분하고 별도의 체계를 수립하는 것으로 기록관리 방향을 구체화했다.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관리해야 할 재단 기록은 ‘기록’으로, 영구적으로 보존해야 할 문화예술 기록은 ‘아카이브’로 구분하고 업무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재단 업무 기록관리

재단은 공공기관으로서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 구현과 기록의 안전한 보존 및 활용을 위해 기록을 관리해야 한다. 공공기록물법에서 기록은 공공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도서·대장·카드·도면·시청각물·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자료와 행정박물을 말한다. 즉 관리 대상기록은 ‘업무’와 관련하여 생산·접수한 모든 형태의 기록에 폭넓게 적용된다.

공공기록관리 업무를 시작하기 전, 사전 조사해야 할 사항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기록관 설치’와 ‘직접관리기관’ 여부이다. 기록관 설치 여부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연간 기록물 생산량이 1천 권(종이 문서 100매 이내, 전자문서 기준 10건) 이상이거나 보존 대상 기록물이 5천 권 이상인 기관은 기록관 설치 대상이다. 재단은 2021년 전자기록물 생산량이 약 3만 6천 건으로 기록관 설치 대상기관이다. 기록관 설치 대상기관은 기록관리를 위한 일정한 시설 및 장비를 갖추고 이를 운영하기 위한 전문인력(기록관리전문요원)을 배치하여 기록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직접관리기관은 영구기록물관리기관(국가기록원, 서울기록원 등)에 기록물 생산현황 통보 및 이관의 의무가 부여되는 공공기관을 말한다. 아직 인천기록원이 설립되어 조례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으로 재단은 생산현황 통보와 이관의 의무가 없는 ‘자체관리기관’이다.

재단은 2021년에 기록관리 현황조사와 타 기관 사례조사 등을 통해 중장기계획을 세웠다. 2022년부터 기록관리를 재단 업무에 도입하고, 3월에는 기록물관리규칙을 제정하였다. 정책협력실은 재단 기록관리부서로 총괄업무를, 부서별로는 기록관리를 담당하는 ‘기록물처리담당자’를 지정하여 재단 기록관리 업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기록관리의 체계적 관리 및 업무처리의 기준(보존기간, 공개여부, 접근권한)이 되는 기록관리기준표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기록관리 업무에 앞서 직원 대상 업무 설명회, 운영 시설 방문 및 기록관리 점검, 인천시 기록연구사 초청 특강 등을 통해 기록관리업무에 대한 교육과 안내를 진행하였다. 기록의 생산, 분류, 편철, 정리, 평가, 폐기 등 전 과정에 거쳐 촘촘하게 설계되어있는 기록관리는 담당자 한 사람이 모두 할 수 없다. 기관의 직원들과 함께 업무 과정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올해 규칙 제정을 통해 기록관리를 도입했다면, 내년부터는 기록관리기준표 적용 등 본격적으로 기록관리를 업무에 적용할 예정이다.

문화예술 아카이브 관리

아카이브는 영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 또는 보존장소를 의미한다. 재단 문화예술 업무 과정에서 생산·접수된 기록 중 영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을 아카이브로 규정하였다. 재단 아카이브는 재단의 주요 업무인 예술인과 예술단체, 시민 대상 문화예술 활동 지원사업과 연구 및 기획사업 등 사업 과정에서 생산·접수된다. 도록, 홍보물, 영상 등 다양한 유형으로 구성되며, 전자·비전자가 혼합된 형태이다.

재단 아카이브 관리를 위해 통합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재단에서는 부서별로 다양한 형태의 아카이브 사업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부서별로 아카이브 관리체계를 고민하고 별도의 시스템과 홈페이지를 구축해 운영하기도 한다. 부서별로 아카이브를 관리하다 보니 중복 업무와 시스템구축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소요되고, 프로젝트 종료와 담당자의 변경으로 아카이브의 지속적인 보존이 어렵다. 아카이브의 활용 측면에서도 재단 안에서 분산된 아카이브를 이용하기 위해 시민들은 각기 다른 사이트를 검색하고 부서로 문의하는 등 불편하게 사용해야 한다. 재단 아카이브의 통합 관리를 통해 아카이브를 체계적 관리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부서는 아카이브의 생산, 수집, 연구, 활용 영역에 업무를 집중할 수 있다. 하반기에는 재단 아카이브의 통합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재단 안에서 진행되는 아카이브 사업과 기록, 관련 시스템 등을 조사·분석할 예정이다.

재단의 통합 아카이브 체계 구축과 함께 아카이브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제도와 지침을 정비하려고 한다. 재단 아카이브는 예술인, 단체, 시민 등 다양한 주체에 의해 만들어진다. 아카이브의 장기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서는 기록의 생산 단계에서 초상권,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 저작권 및 이용권 설정, 기록의 공개 범위 등에 대한 기록을 둘러싼 사람들의 동의와 협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업무 지침 마련과 표준계약서, 업무 프로세스 정비 등도 함께할 예정이다.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보존되지 못하고 소멸되고 흩어지며, 반복적으로 유사한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는 아카이브 기능(생산, 접수, 정리, 분류, 등록, 보존, 평가) 중 기록화(구술, 사진·영상촬영)와 해석·연구(출판, 전시) 등 사업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재단도 그동안 아카이브 사업 영역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이젠 공공기록물 관리기관으로, 또 지역의 문화예술 기록이 생산·접수되는 기관으로서 관리체계를 갖추고 기록관리를 해야 한다. 공신력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관리체계, 보존서고, 시스템, 인력 등을 갖춰야 하고 운영을 위한 전문성과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재단 기록, 나아가 문화예술 기록관리를 위해서는 직원들과 함께 실천해야 하고, 기록을 둘러싼 시민, 예술인들의 공감과 동의가 필요하다. 재단 기록관리가 시작 단계이고, 갈 길이 멀지만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며 의견을 듣고, 결과를 공유하며 진행하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글/ 임은정 (林恩廷, Eunjung Lim)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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