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서른 살 동갑내기 풍물단체 이야기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 풍물패 더늠
우수홍 (전 부평구축제위원장)
지난 7월 초 태어난 해가 같은 1992년생 [전통연희단 잔치마당]과 [풍물패 더늠] 창립 30주년 축하잔치에 참석하여 연 이틀 오랜만에 눈과 귀 호강을 하였다. 7월 2일에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광대의 삶, 예인의 길’이라는 주제로 지난 30년간 울고 웃었던 이야기들을, 서광일 대표를 통해 92년 창단 시절, 97년 부평풍물대축제 참여, 2010년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인증, 2016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단체 낙인에 따른 어려움을 직접 들으면서 모든 참석자들이 함께 공감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어 문굿, 길놀이, 비나리를 통해 30주년 공연 참가자와 관객들의 안녕과 건강, 코로나로 지친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하였고, 국악나눔예술단, 풍물패 다믈, 이카풍물단 50여명의 출연진들이 연주하는 장구와 북의 대향연, 박준영선생의 서도소리 배뱅이굿(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남사당놀이 지운하이사장의 남사당 판굿(국가무형문화재 제3호), 최영희 선생의 축원무, 진도북놀이(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8호), 박범훈 선생의 국악관현악 신모듬을 잔치마당 예술단이 공연 대미를 장식하였다.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800여석이 만석이었으며 눈에 띄는 장면은 서광일 대표를 묵묵히 뒷바라지 해 온, 전남 여수에서 어부 생활을 하고 계신 형제들이 참석하여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잔치마당 30주년 공연 사진
– 천지인의 울림
잔치마당 30주년 공연 사진
– 축원 비나리
잔치마당 30주년 공연 사진
– 풍물판굿
잔치마당 30주년 공연 사진
– 피날레 공연
잔치마당 30주년 공연 사진 (사진 제공: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다음날 7월 3일에는 풍물패 더늠의 단오 맞이 인천풍물대동굿한마당-‘살어리! 해방세상 살어리’ 풍물 굿판이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관 야외마당에서 크게 벌어졌다. 92년 ‘노동자 문화공간 더늠’으로 시작하여 95년 ‘노동자 풍물패 더늠’, 2001년 ‘풍물패 더늠’으로 시대에 따른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았던 더늠은, 이날 공연에서 ‘노동이 아름다운 참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동운동과 문화운동에 30년 동안 헌신해온 수많은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대동굿한마당을 펼치며 대동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풍물패 더늠 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풍물패가 모였으며 앞굿-본굿(축하공연)-뒷굿(대동놀이)에 출연진 500여 명이 합굿을 치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공연은 출연진 전원이 길놀이를 시작으로 오방당산굿, 정화수의례굿, 고천의식(고천문과 비나리)으로 앞굿을 마치고 경서도소리(인천염전일놀이보존회), 앉은반 풍물놀이(노동자풍물패 버팀목, 한국GM 한지노풍), 솟대놀이(예술창작소 다올), 날뫼북춤(터울림), 사물놀이 판굿(연희단 비류), 민중가요(박준), 오광대탈춤(소풍), 설장고 놀이(인천교사풍물패 다래꽃), 진도북춤(잔치마당), 대북과 타악공연(드럼&하모니), 풍물판굿(더늠, 신명, 인천농악단)등 본굿-축하공연으로 펼쳐졌다. 그 여세를 몰아 풍물패 더늠과 소리꾼 우지용, 수원에서 활동하는 풍물굿패 삶터가 진행하는 대동놀이(길쌈놀이, 강강술래), 대동풍물난장을 끝으로 3시간 동안 이어진 풍물대장정은 그야말로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만끽한 대동판굿이었다.
풍물패 더늠 30주년 공연 사진
(사진 제공: 풍물패 더늠)
동갑내기인 [전통연희단 잔치마당]과 [풍물패 더늠]은 여러 곡절을 겪으며 부평에서 첫 둥지를 틀었다. 여수 돌산도 멸치잡이 선주집 아들로 태어난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는 아바지의 배사업이 실패하고 집안 형편이 기울어 중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고교진학을 포기하고 광주직업훈련원을 거쳐 85년 주안 6공단 병역특례회사에 취업했다. 서 대표와 인천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린 나이에 취직하다 보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공단 입구 조그만 교회에서 열린 ‘무료 야학’에서 공부를 하였고,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고교 졸업장도 받았다. 교회 대학생 형들로부터 전태일을 알게 되었다. 직장을 옮겨 87년 경동산업 노동자였던 서 대표는 십정동 한 성당 풍물반에서 국악기를 처음 접하고 조합원들과 풍물을 함께 치며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 이후 대표적인 인천민주화운동단체인 인천사회운동연합(이하 인사연)에서 활동하였고 92년 인사연이 해산되면서 부평북부지부 사무실을 인수하여 잔치마당을 창단한 곳이 백마장 입구이다.
창단 이후 잔치마당의 성장은 부평풍물대축제와 동고동락을 함께하였다. 삼산택지 개발로 농지가 사라질 처지에 놓인 삼산동 원주민들이 옛날처럼 대동제를 열고 싶다며 풍물을 배우는 계기로 96년 한마당대동제를 개최하였고, 97년 제1회 부평풍물대축제에 기획단에 참여하여 부평구 21개 동 풍물단(현재는 22개 동)을 지도하여 600여명의 동 풍물연합회를 탄생시켜 풍물의 대중화와 생활화에 기여하였다. 그 이후 꾸준히 26년 동안 부평 풍물의 바탕이 되어주고 자양분이 되어준 잔치마당의 노력에 감사드린다. 더욱이 꾸준히 배움에 정진한 서광일 대표는 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에서 국악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단한 끈기가 있다.
잔치마당 30주년 공연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
(사진 제공 :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70~8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마침내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중심이 된 격동의 시대에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한 인천민중문화예술운동연합(이하 인문연)이 모태가 되어 탄생한 ‘노동자 풍물패 더늠’은 92년 부평구청 인근의 인천시교육청북구도서관 앞 지하공간에서 시작하였다. 그리고 쉼이 없었다. 대우자동차, 코리아스파이서, 진흥정밀, 인천제철, 대우중공업, 이천전기 등 노동자가 부르는 노동조합 파업현장, 전국노동자대회, 인천노동문화제, 전태일 50주년 창작열사 굿 등 노동현장에서 30년을 함께하며 노동자와 민중의 벗이 되고자 노력해온 ‘풍물패 더늠’은 인천노동문화운동의 산증인이다. 지난 30년을 뒤로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이찬영 전 대표와 성창훈 대표는 오늘도 풍물굿 운동을 통해 대동 세상을 만들기 위해 꽹과리, 징, 장고, 북을 치고 있다. 내공이 대단하다. 힘찬 박수를 보낸다.
풍물패 더늠 이찬영 전 대표
(사진 제공: 풍물패 더늠)
풍물패 더늠 성창훈 현 대표
(사진 출처: 경인일보)
@ 김성호 기자
제26회 부평풍물대축제가 4년 만에 10월 1~2일 부평대로에서 거리축제로 개최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현 부평풍물대축제 기획단장인 이찬영 님과 자문위원장인 서광일 님의 노고에 고마울 따름이다. 단체를 30년간 이끌어온 구력이 있으니 부평풍물축제를 잘 마련할 것이라 믿는다. 신사임당 몇 장은 가지고 가서 굿전을 내고 축하하러 가야겠다.
우수홍 (전 부평구축제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