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 것에 대한 고마움

미추홀 유일의 생태습지, 용현갯골의 가치를 알리는

<미추홀 문화포럼-용현 갯골을 아시나요>

하수연 (미추홀학산문화원 시민문화팀장)

미추홀학산문화원은 문화예술로 살아나는 원인천의 중심인 미추홀을 위해 주민의 삶을 문화로, 문화를 삶으로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생태적 삶에 주목하고 있다.

자세히 그리고 새로이 보아야 하는 것들

유수지는 홍수 때 하천의 수량을 조절하기 위한 필수적 방재시설로 인공의 저수지이다. 재해를 막기 위한 시설이지만 평상시에는 유휴공간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고인 물이 썩거나 인근에서 흘러나온 오·폐수가 유발한 악취로 주민들의 또 다른 피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학익유수지(용현갯골)는 미추홀구 용현동 낙섬사거리(능해교 교차로)에서 송도국제도시 쪽으로 바다와 연결돼 조성됐다. 현재 용현갯골 상부는 매립이 진행되어 물류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고, 하부(학익동723)는 생태습지로 보존되어 있다. 행정구역상 미추홀구 학익1동에 위치한 학익유수지는 악취와 오염으로 계속해서 몸살을 앓아왔고 여러 이유로 보존과 개발이라는 기로를 끊임없이 오갔다. 그리고 약 20년 동안 이어진 환경개선 사업으로 친수공간이자 생태습지로의 모습을 천천히 갖춰가고 있다.

용현갯골 전경

용현갯골 전경

학익 유수지(용현갯골)드론 샷
학익 유수지(용현갯골)드론 샷

학익 유수지(용현갯골)드론 샷
(사진 제공: 미추홀학산문화원)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이곳의 생태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저어새’ 덕분이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자 인천의 깃대종인 저어새(천연기념물 205-1호)는 우리나라 서해안, 특히 인천시 해안 전반에 걸쳐 서식하고 있다. 인근 남동유수지는 저어새의 번식처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몇 년 전부터 학익유수지에서도 저어새의 먹이 활동 모습이 발견되면서 또 다른 생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저어새 ⓒ 김대환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

저어새 ⓒ 김대환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
(사진 제공: 미추홀학산문화원)

실제로 용현갯골에서 망원경으로 탐조도 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니 일상에서의 관심 영역이 확장됨을 느꼈다. 그동안 업무와 관련해서나 일상 속에서 문화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왔는데 자연을 즐기고 휴식하는 것을 넘어 생태적 삶 그 자체에 대한 중요성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학익유수지, 용현갯골을 아시나요?

학익유수지의 또 다른 이름인 ‘용현갯골’과 인근 낙섬사거리의 지명 ‘낙섬’은 과거 이 일대가 모두 밀물과 썰물이 들고나는 바다였다는 것을 알려준다. 20세기 초부터 인천 연안의 바다와 갯벌이 매립되었고 미추홀은 바다와 멀어졌다. 원인천 미추홀의 관점에서 보면 바다에 연결된 유일한 통로가 이곳 용현갯골에 남은 것이다. 학산문화원은 지역 생태자원인 ‘용현갯골’을 시민들이 삶의 총체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용현갯골을 재조명하기 위해 <2022 미추홀 문화포럼-용현 갯골을 아시나요?>를 개최했다. 도시재생, 역사, 인문, 생태 교육적 관점에서 전문가 발제와 주민참여 토론으로 도심 속 생태문화 자원인 용현갯골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했다. 인천 매립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바다와 연결된 용현갯골의 생성과정과 현재의 의미를 조명했으며,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사계절 내내 다양한 철새를 볼 수 있는 도시 디자인적으로 매력적인 곳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주민자치회 회장, 지역주민 등 생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공존하는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것의 중요함을 나누었다. 코로나 시기에는 늘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포럼이지만 이번에는 온라인과 현장에서 주민들이 참여하면서 전문가와 주민들이 의견을 가까이에서 담아내고 확산할 수 있었다.

많은 주민들이 그동안 용현갯골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이번 포럼을 계기로 가까운 곳에 우리에게 휴식을 주고 생태와 공존할 수 있는 용현갯골을 아끼고 돌보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인공으로 만든 유수지에 바닷물이 들고나며 물이 순환되고, 긴 시간 동안 자연과 인간의 노력으로 자연스러움을 찾아갔다. 그리고 생태가 돌아오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갔다. 이번 포럼으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앞으로 어떤 생태적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나부터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생태적 ‘공간’이 문화적 ‘장소’로 바뀌는 동안

지리학자 이-푸 투안 박사는 그의 저서 [공간과 장소]에서 ‘인간이 겪는 경험과 감정이 공간에 녹아들 때, 즉 공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애착이 녹아들면 그곳은 공간에서 [장소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용현갯골을 공간이 아니라 장소로 바꿀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여 ‘생태와 문화’를 연결하고 공간을 재해석하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학나래두드림’ 동아리는 용현갯골과 학익1동의 변천을 소재로 한 난타극 「학익에서 바다로」를 공동창작하여 시민창작예술축제 ‘학산마당극놀래’ 무대에 올랐다. 공연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과 용현갯골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저어새 탐조도 진행했다.

마당예술동아리 학나래두드림의 공연 모습 (영상 캡처)

마당예술동아리 학나래두드림의 공연 모습 (영상 캡처)
(사진 제공: 미추홀학산문화원)

‘카카오같이가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3,469명이 참여한 시민 캠페인 <미추홀 유일한 생태습지 용현갯골 알리기>로 학익유수지 인공섬에 안내판을 설치했다. 용현갯골을 지켜나가는 것은 ‘자연과 닿아 있으려는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올해는 용현갯골에서 문화체험과 탐조활동을 하는 학산생태마실 ‘용현갯골 수호대’ 등을 운영하여 자라나는 아이들과 가족 단위 주민들의 삶에서 용현갯골이 장소로서 생태와 문화가 함께 자리하도록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시민펀딩 안내판 제막식
시민펀딩 안내판 제막식

<미추홀구의 유일한 생태습지-용현갯골> 시민펀딩 안내판 제막식
(사진 제공: 미추홀학산문화원)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고마움

학산문화원에서 일하는 10년 동안 마당예술공동체와 시민축제, 공모사업 등을 주로 담당하며 미추홀 곳곳을 누비며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동안은 사람들의 삶과 일상을 담아내는 것에 더 몰입해왔는데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인간을 둘러싼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문화원 사업이 지역의 생태자원으로 확대되는 것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용현갯골을 주제로 한 미추홀 문화포럼을 포함하여 생태적인 문화사업을 운영하며 나 자신도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조금이라도 주변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 말하고 행하고 의식하는 모든 순간이 쌓여서 미래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그간 문화원에서 일을 하면서 절실히 느끼게 된 것이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인사와 눈맞춤으로 시작해 마음을 나누는 것이, 자유로운 수다가 무대 위 작품이 되는 것이 절대 당연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을 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아주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일상은 우리에게 당연하지 않다. 코로나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함께 하는 자연스러웠던 본래의 자리로 가는 것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미래이다. 이를 위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적인 방식으로 생태적 삶의 관점과 가치를 알려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앞으로도 용현갯골 뿐만 아니라 미추홀의 다양한 생태자원이 미추홀학산문화원과 함께 ‘장소’로서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수연

하수연(河受延 Ha Suyeon)
미추홀학산문화원 시민문화팀 팀장
*사진 제공: 미추홀구, 미추홀학산문화원,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 김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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