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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과 연극으로 전하는 감동, 학산시민예술단 공연한마당
정혜진
가을의 정취가 한창 무르익은 어느 날, 학산 소극장에 설레는 마음을 품고 모여든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오늘 학산시민예술단의 공연한마당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학산시민예술단은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과 생활예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이번 무대를 준비했다. 이번 무대는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고 가꿔온 시간의 결실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학산시민예술단은 그동안 풍물, 연극 등의 예술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색깔을 더하며, 지역과 닿아 있는 예술로 사람들을 잇는 다리가 되고 있다. 오늘은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만든 풍물단 ‘한결’과 극단 ‘희망오미리’가 선보이는 예술의 순간들을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어온 지역과 전통 사랑 ‘한결’
첫 무대는 풍물로 지역의 정서를 전해온 풍물단 ‘한결’이다. 학산문화원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한결’은 올해부터 학산시민예술단의 정식 일원이 되어 지역 곳곳에서 전통 풍물의 흥겨운 에너지를 나누고 있다. 아리마을 축제, 미추홀문화축제, 월미도, 미추홀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며 길놀이를 펼치는 등 활동 범위를 점차 넓어지고 있다.
‘한결’은 2014년 용현 1.4동에서 풍물 동아리로 시작한 뒤, 미추홀구를 대표하는 전통 풍물 공연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들은 최고령 72세부터 최연소 55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르신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의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여 매주 월요일마다 함께 연습하며 실력을 다지고, 서로의 건강과 웃음도 나누며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한결’은 단순히 공연을 넘어, 우리 소리를 통해 이웃과 소통하고 돕는 자원봉사로서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어르신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무대를 통해 자신감과 자부심을 얻고, 풍물 활동을 통해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이들은 매주 월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이런 한결은 풍물을 사랑하고 전통문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오늘 무대에 오른 단원들은 알록달록한 복장에 상모를 쓰고 서로의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연신 웃음을 터뜨린다.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고 무대 위에 선 그들의 모습은 이미 관객들에게 즐거운 흥을 예고한다. 드디어 북과 장구, 꽹과리의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지며 장단이 시작되고,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전통 리듬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단원들이 리듬에 맞춰 흥겹게 발을 구르며 상모를 돌리는 모습 그 자체로 신명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특히 상모가 빠르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만들어내는 화려한 원의 모양은 마치 꽃이 피어나는 듯 아름다웠고, 관객들로부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신명 나는 우리 소리에 관객과 풍물단은 하나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감동의 이야기, 극단 ‘희망오미리’
다음으로 무대에 오르는 팀은 극단 ‘희망오미리’이다. 희망오미리는 학산문화원과 인천시 시각장애인복지관의 협력으로 결성된 시각장애인 예술동아리 ‘마냥’에서 출발해 창작극을 제작해 왔고, 지난 2017년부터 8년간 총 7편의 창작극과 1편의 영상극을 제작했다. 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희망’을 향한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이루어졌다. 이들은 단순히 연극을 넘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며 시각장애인으로서 경험하는 일상, 사회적 이슈 등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있다. 이를 통해 비장애인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다.
희망오미리는 비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는 팀으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과의 소통과 배려를 배우며, 장애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럽게 개선할 수 있다.
오늘의 연극 공연에 앞서 두 분의 공연자가 기타 연주와 노래로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두 분의 목소리는 아름다웠고 잔잔하였으며 연극으로 조용히 초대하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본격적인 연극이 시작되었다.
‘꽃분씨의 홀로서기’는 시각장애인 꽃분씨의 삶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인간극장 형식으로 펼쳐지는 연극이다. 꽃분씨는 온실 속 화초처럼 과보호 속에 살아왔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이 시작되며 무대 위 꽃분씨는 도전과 두려움을 마주한다. 자신이 해낼 수 있을지 두렵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녀의 용기는 관객들에게 잔잔한 울림이 전해졌다. ‘꽃분씨의 홀로서기’는 시각장애인이 겪는 삶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극복해 가는 감동적인 여정을 담고 있다. 이 공연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장애인으로서의 삶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독립해 나가는 꽃분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동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각을 전환시키며 사회적 편견을 이야기한다. 현장에서 라이브로 잔잔히 흐르는 노래와 함께 진행된 이번 공연은 그 어느 연극보다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예술로 편견과 차이를 이겨내고 하나 되는 순간
오늘의 공연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따뜻한 감동을 남기며 서서히 막을 내렸다. 학산시민예술단의 단원들이 무대 위로 다시 모여 함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여기저기 그들을 응원하는 박수 소리로 또다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들이 만들어낸 이 무대는 단지 공연을 넘어, 예술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는 진정한 소통의 장이었다.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를 전하였다. 예술을 매개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공감과 연대의 장을 만들어온 학산시민예술단은 앞으로도 지역 곳곳에서 더 많은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갈 것이다.
앞으로도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가는 생활예술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하며, 많은 시민의 참여와 따뜻한 응원, 격려가 필요하다.
정혜진(丁慧眞)
비영리 교육단체 파랑새 대표
힐링교육, 힐링체험 (주) 미소투 대표
인천in ‘정혜진의 마을탐험기’ 칼럼리스트
맘‘s파워 저자, 소금꽃 역사를 찾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