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교육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예술가의 역할
이현수 (프로젝트 아하)
‘프로젝트 아하’는 2019년 5월 연구·개발을 시작, 학교문화예술교육 <새롭게 만나는 시, 아하!>와 <운동장 예술교육, 리본>으로 5년간 학생들을 만났다.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지난 11월 29일,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주최로 열렸다. 순간순간 할 일에 집중하며 지나왔는데, 이 자리를 준비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먼저 예술가로서 느낀 보람에 대해 말하고 싶다.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 자체가 예술 작품에 대한 반응처럼 느껴졌다. 긍정적인 반응이든 부정적인 반응이든 아이들의 솔직하고 생생한 반응을 마주하는 순간이 즐거웠다.
“국어시간이 매일 이러면 난 꼭 들을 거야.”
<아하!> 수업 중 한 아이가 옆 친구에게 한 말이다. 공자님 말씀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실 배움이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어린 시절의 호기심은 알아가는 기쁨의 원천이다. 하지만 입시와 시험으로 줄 세우는 문화는 ‘공부는 재미없는 것’이라는 무의식을 심어주었다. 예술교육을 통해 원래대로 ‘공부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무의식을 심어주고 싶다.

새롭게 만나는 시, 아하! ⓒ 한송희

새롭게 만나는 시, 아하! ⓒ 권한나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던 때, 예술교육에도 부랴부랴 온라인 방식이 시도되던 때였다. 온라인 프로그램 개발 요청이 있었지만 ‘프로젝트 아하’는 다른 길을 택했다. 아이들이 줌 수업을 하고 계속 집에 있으면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개발된 것이 직관적으로 거리두기가 가능하게
만든 <리본>이다.
“운동장아, 그동안 잘 있었느냐!”
<리본> 수업 초기, 초겨울 추위도 잊고 운동장으로 나오자마자 한 아이가 외쳤다. 운동장 사용이 금지되었다가 그해 처음 운동장으로 간 날, 아이들에게 운동장이 어떤 의미인지 느낄 수 있었다. 운동장은 운동만 하는 장소가 아니다. 몸을 활발히 움직여 건강해지고, 친구와 놀면서 함께 사는 것을 연습하고, 높고 넓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곳, 운동장은 아이들에게 큰 품이 되어주는 곳이었구나! 이후 아이들의 ‘정서’가 문제가 되고 있음을 학교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더욱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운동장 예술교육, 리본 ⓒ 이현수

운동장 예술교육, 리본 ⓒ 이현수
학교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학교 교육과의 조화라고 생각한다. 학교 교육이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부분을 문화예술교육이 담당해야 한다면 그것은 ‘연구·개발’의 영역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강요하고 정말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일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 사회를 바라보고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수행하지 못하는 이 역할을 바로 특정한 어떤 집단에게 위임을 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우리 사회를 대신해서 바라보고, 분석하고, 또 비판하고, 또 우리가 지금 있는 세계로부터 다른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 줄 수 있는 어떤 다른 비전들을 고안해 내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예술가들입니다. …(중략)… 이 아티스트들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해 줍니다.”
-프리 라이젠 (공연기획자, 컨템포러리 토크, ‘사회 안에서 예술의 역할’ 중)
<아하!>와 <리본> 수업에서 만난 선생님들의 주된 피드백은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머리가 아닌 감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그동안 내가 가르쳐온 방식과 달랐다. 저라면 이해를 못했을 텐데 아이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시까지 쓰는 것이 놀라웠다.”
-2022년 동수초 3학년 담임선생님의 후기
시 수업은 사실 조금 막막하다. 주로 잘 쓴 시를 읽어 주고 변형시켜 쓰는 수업을 많이 해왔다. 좀 더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시를 쓸 수 있는 시 수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고민이 되었다. 이번 학교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새로운 방향이나 아이디어를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2023년 주안남초 장선희 선생님의 글 (인천문화재단 웹진 ‘인천문화통신 3.0’ 9월호)
연구·개발이 학교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이라면 그 안에 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존재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으로 구분하는 세상에서 쓸모없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예술가이다.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사람들이다. ‘프로젝트 아하’의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쓸모와 상관없이, 성적과 상관없이, 자신이 존중받고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데 그 방향이 있다.
최근에는 초등 1·2학년 몸 활동 프로그램 ‘콩닥콩닥’(가제)을 개발 중이다. 저학년에게 몸 활동이 필요하다는 학교 선생님들의 제안이 있었다. 기존의 체육 활동 방식이 아닌 스토리텔링을 통해 직접적인 지시 없이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이다. 리서치 중 발견한 30년간 1·2학년 담임교사를 하신 선생님의 말씀도 주제를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가 아니라 ‘친구랑 잘 지내라.’라고 말해야 한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는 자칫 학교라는 공간을 학습만 일어나는 곳, 선생님만 주인공인 곳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
공동체 생활이란 자율과 타율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타인과의 소통 능력이다. 낯선 타자와의 ‘첫 만남’에서 ‘어울려 놀기’까지의 과정을 연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였다. 이 시간, 아이들은 또 어떤 생생한 반응으로 말 걸어올까.
연구·개발하는 데 있어 지원과 협조를 해주신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 감사드린다.

이현수 (李炫受, Lee Hyun soo)
공연으로 하던 즉흥연극과 마임을 워크숍에 적용하며 문화예술교육에 발을 들였다.
‘프로젝트 아하’에서 프로그램 개발과 예술교육 진행을 하고 있다.
아이의 까치집 진 머리, 새처럼 달려가는 관절을 좋아한다.
이야기와 연극으로 아이들을 깜빡 속이는 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