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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예술로 먹고살기, 2024 <서구가 아트페어>

양윤식

‘예술로 먹고살기’

예술가들이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예술로만 먹고살고 싶다.” 이 단순한 문장이 많은 예술가들의 궁극적인 목표와 예술시장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예술가들이 예술로 먹고 `산다는 건 당연한 말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그 당연한 말이 실현되기가 힘든 부분이 있다. 아직도 소수의 유명 예술가들을 제외하고는, 클래스, 예술수업, 지원사업 등 예술활동과 연계된 수익창출 활동이나 때로는 전혀 다른 분야의 부업을 병행하면서, 본업인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예술가들이 많다.
혹여 누군가는 “다른 분야의 부업이 아닌 연계된 수익 창출도 예술로 먹고사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예술가들이 말하는 “예술로 먹고산다”는 의미는 본인의 작품이 판매되거나 전시나 공연 같은 실연으로 발생한 수익으로 안정적인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뜻한다.

2000년대 초반 주 5일제의 시행으로 주말이 있는 삶이 생겨나고, 정부의 문화생활 활성화 정책 등으로 ‘문화 소비’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초반의 문화생활은 조금은 단순했다. 공연과 전시보다는 영화, 대중음악 콘서트, 소극장 연극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보다 삶과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공연장, 복합문화공간 등 문화적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공연예술 분야가 활성화되고, 예술소비의 개념과 범위가 확정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뮤지컬, 오페라, 클래식, 연극 등 다채롭고 심도 있는 공연 분야의 소비가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본인의 만족과 예술성 향상을 위한 예술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분야별 팬덤이 생겨나고 이러한 소비증대에 따라 기존 외국작품을 가져와 공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순수 창작 공연이나 융합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들이 등장하며 창작자와 배우를 포함한 공연예술업계 전반이 활성화되고 있다.

공연에 이어 전시 또한 소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외 유명 예술가들의 전시나 일러스트 전시 등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관련한 많은 콘텐츠들이 생겨난다. 또한 기술적 분야가 접목된 미디어아트 등 새로운 융복합 분야들도 생겨나고, 이러한 콘텐츠들을 실현할 다양한 규모의 전시장들도 생겨나 하나의 문화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또한 시각예술 소비의 심도가 깊어지면서 작품을 소장한다는 개념도 대중화되고 있다, 예술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작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예술공급의 한계’

2024 서구가 아트페어

2024 서구가 아트페어

2024 서구가 아트페어

2024 서구가 아트페어

이렇게만 보면 예술적 수요와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예술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여기엔 큰 맹점이 하나 존재한다. 물론 과거보단 환경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수요 대비 대부분의 예술 공급이 서울에만 몰려있다는 점이다. 교통이 발달하며 전국 어디서든 서울로의 당일 왕복이 가능해졌고, 사람들에게는 문화생활을 하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과 실천이 자리 잡았다. 공급이 서울에 몰리면서 수요들도 자연스레 몰렸고, 예술가들 또한 서울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빛을 보기 쉽지 않다는 인식들이 잡혀갔다.
서울이라는 한 지역 안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예술가들만이 공급의 기회를 잡는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이런 경쟁의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갤러리와 전시장 그리고 아트페어 등 시각예술 소비와 관련된 분야는 특히 공연예술보다도 서울 집중 현상이 심하다. 지역은 공공전시장 외 민간 갤러리나 전시장이 손에 꼽을 정도의 상황이고, 전국 규모의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지역 외엔 아트페어에 대한 관심도도 낮은 편이다. 시각예술가들에게 전시는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기회이고, 전시 수익은 대부분 전시 개최를 위한 실비로 소진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입원이 되기 어렵다. 아트페어, 갤러리를 통한 작품 판매가 직접적인 수입원이 되는 것인데, 이런 서울 집중 현상 속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작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24 서구가 아트페어

2024 서구가 아트페어

2024 서구가 아트페어

2024 서구가 아트페어

‘지역 아트페어 역할’

<서구가 아트페어>는 이러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고자 추진된 사업으로 인천 서구<아트페어활성화지원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진행된 사업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들이 지역 안에서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법과 기회를 연구하여 23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추진되었다.
우선 공모를 통해 우수 지역작가들을 선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역 내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아트페어에 참여한 작가들은 작품 판매가의 최대 50%, 작가당 한도 50만 원 내 지원을 받게 된다. 작품 구입자들은 작품 가액에서 최대 50%로 작품 구매 기회를 얻으며, 작가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작품판매를 통해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작품활동을 이어나갈 직·간접적인 원동력을 얻게 한다는 것이 사업의 목표이다.
23년도 시범사업에서는 10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12개 작품이 판매되었고, 올해는 16명의 작가가 아트페어에 참여하여 38개 작품이 판매되었다. 차년도에는 참여작가나 지원의 규모를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로 지역 내 아트페어가 활성화되고, 참여하는 작가들이 직·간접적인 수혜를 얻는 것이 매년 반복된다면 지역작가들에게 예술소비의 공급자가 될 기회를 제공함과 더불어 서울에 집중된 소비를 지역으로 점차 돌려 지역에서도 ‘예술로 살기’가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양윤식

양윤식(梁允植, Yang yoon sik)

문화콘텐츠를 전공하고, 현재 (재)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예술진흥팀에서 기획전시, 업사이클 페스티벌, 예술인지원사업, 서구 아트페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