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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서 불어오는 책바람,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윤민주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9월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인천 지역 동네책방과 함께하는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를 개최한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인천 지역 동네책방 21곳과 함께 책방별로 특색 있는 책담회를 준비하여, 총 54회에 걸쳐서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은 2013년 개관 이후 시민들이 한국의 근현대문학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문학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책을 매개로 작가와 시민이 만나 대화하는 책담회 프로그램도 그중 하나로, 매년 5회 이상 꾸준히 열어왔다. 그간 황석영 작가(『철도원 삼대』), 정지아 작가(『아버지의 해방일지』), 방현석 작가(『범도』), 장석남 작가(『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등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도 많이 다녀갔다.

10년 이상 이어져 온 문학관 책담회가 이번 가을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인천 전역 동네책방과 함께하는 릴레이식 책담회를 통해 그야말로 신바람 나는 책바람을 불러일으키려는 ‘야심찬’ 기획을 준비했다. 한 계절 동안 진행되는 온 동네 독서 페스티벌형 책담회는 전국에서도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행사 홍보물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행사 홍보물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행사 홍보물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행사 홍보물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행사 홍보물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행사 홍보물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책방지도와 책담회 달력이 실려 있다.

책담회 담당자로서 9월 들어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 행사를 진행 중인 책방 세 곳을 방문했다. 문학관에서 진행하던 책담회 행사와는 어떻게 다를지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중구의 ‘문학소매점’과 강화군의 ‘책방시점’, ‘책방국자와주걱’을 다녀왔다. 내심 작가와의 만남과 대화가 중심이 되는 책담회 행사가 뭐 크게 다를까 하는 의구심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운영하는 책방에 따라 책담회 진행 방식도, 행사 내용도 많이 달라서 놀랐다.

문학소매점에서는 김민정 시인이 에세이집 『읽을, 거리』를 가지고 2~30대 젊은 여성 독자층과 만나 ‘자기 취향’의 발견이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다. 자기 자신을 탐구하며 겪어냈던 작가 나름의 고군분투기가 담긴 산문이, 작가의 입을 통해 ‘주제 파악’(?)이라는 다소 별난 명명 하에 재기발랄한 입담과 함께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인생을 먼저 경험한 시인 언니의 따뜻하고 유쾌한 조언이 책방을 가득 채웠다.

문학소매점, 책담회 사진
문학소매점, 책담회 사진

문학소매점, <시의적절 시리즈 기획 강연- 김민정 시인> 책담회 사진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감각적인 공간 디자인이 눈에 띄는 중구 문학소매점에서 김민정 시인이 책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송희일 감독의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로 책담회를 진행했던 책방시점과 책방국자와주걱은 과연 어떨까? 똑같은 책이기 때문에 책담회 결과도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웬걸.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책방시점은 동네 이모들이 사랑방에 머리를 맞대고 모여 앉아, ‘기후위기’라는 심각한 주제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책담회였다면, 책방국자와주걱은 초등학생부터 동네 어르신까지 온 마을 사람들이 천막 친 마당에 모여 앉아 다큐멘터리 영화라도 감상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하나같이 시각 자료와 이송희일 감독의 내레이션에 빠져들었다. 빔 프로젝터의 불빛과 여기저기 피워놓은 모기향, 오카리나 식전 공연은 끝나가는 여름밤의 낭만을 한껏 불러일으켰다.

책방시점, 책담회 사진
책방시점, 책담회 사진

책방시점,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책담회 사진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질문할 용기, 발견의 기쁨, 관점을 전환”을 주제로 북큐레이션을 진행하는 책방시점에서 ‘기후위기’라는 주제로 질문을 던지는 책담회를 개최하였다.

책방국자와주걱, 책담회 사진
책방국자와주걱, 책담회 사진
책방국자와주걱, 책담회 사진

책방국자와주걱, <이송희일 작가와의 만남> 책담회 사진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꼬불꼬불 강화도 시골길을 따라가면 조금은 불편한 농가 주택 책방이 나타난다. 천막을 친 마당에 의자를 붙이고 앉은 독자들이 늦은 밤까지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신바람 동네책방 책담회’는 이제 막 시작됐고, 아직 두 달 이상 더 남았다. 책방 세 곳밖에 가보지 못했는데 이렇게나 다양하고 색다른 책담회를 경험하고 왔다. 책방 저마다 공간 자체가 주는 독특한 감각, 책방지기만의 개성적인 북큐레이션, 여기에 다양한 취향의 독자층이 한데 어우러져서 불러일으키는 다채로운 책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동네책방 21곳에서 진행된 54회차의 책담회가 모두 끝날 때쯤이면, 한국근대문학관과 인천 동네책방이 가을 내내 함께 만들어 낸 책바람이 책 향기를 싣고 우리 동네 구석구석까지 스며들기를 기대해 본다.

윤민주

윤민주(尹珉珠, YUN MINJU)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문학박사(중국현당대문학)/박사수료(국어국문학 현대문학)
yunmj@ifa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