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북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연수구 이재호 구청장
우리가 흔히 사람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순간까지 복지를 국가에서 책임진다는 표현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자주 듣곤 한다.
책은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삶에서 먼 과거부터 현재까지 아카이브로 함께하고 있다. 단순히 북 페스티벌이라는 행사의 후기보다 우리와 함께하는 책과의 동행, 그리고 앞으로 할 미래의 북 페스티벌은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지를 그려보며 과거, 현재, 미래의 구성으로 진행해보고자 한다.
PART.1 과거
어렸을 때 책은 책 자체의 느낌보다 교과서, 동화책, 위인전과 같은 무언가 교훈을 받는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었다.
어렸을 때 많이 읽었던 것은 위인전, 그리고 전과, 교과서와 함께 만화책을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어렸을 때의 추억에 대한 집착인지 아니면 좋은 기억들에 대한 그리움인지, 어렸을 때 만화책을 버리지 못한 것이 꽤 있다. 이젠 색이 누렇게 바랬지만 책등에 적힌 만화책의 제목만 봐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연수 북 페스티벌 안내 리플릿에는 “책으로 이어지는 모든 즐거움을 당신에게”라는 문구를 보고 잠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즐거운 기억이 많았나?’ 돌아보면 무엇인가 탐색하는 과정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와 문제집을 보며 책에 질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전공이나 과학 관련 서적을 읽으며 지식에 대한 즐거움을 알아가기도 했다.
책 읽는 가족 시상식 수상자들
어디서나 존재감을 과시하는 용인 푸씨
행사 개회 이후 책 읽는 가족 시상식을 보며 가족 단위로 상을 수여하는 모습에 굉장히 인상이 깊게 남았다. 적어도 가족 모두가 책을 읽는 것이라면 즐거움에 대해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공유할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어린이들로 붐볐던 해돋이 도서관
‘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서지원 작가 북토크
북콘서트 외 ‘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저자 서지원 작가의 북토크가 있어 잠시 분위기를 보기도 했는데, 많은 어린이들이 숨죽여 경청하는 모습을 보며 티라노사우루스나 하츄핑 말고도 어린이들의 설레는 만남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PART.2 현재
성인이 되고 좀 더 취미나 성향에 대한 방향이 명확해 짐에 따라, 마치 동영상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따라가는 것과 같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책을 따라 읽게 되는 모습을 발견했다.
하도 써서 맛을 몰랐던 아메리카노의 깔끔한 맛을 알게 되어 커피 관련 책과 카페 정보가 담긴 책을 찾아보게 되었고, 여전히 모르는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과학과 문명 관련한 책을 여러 번 읽어보기도 했다. 물론 부동산, 인테리어와 여행 같이 실생활과 밀접한 책도 더러 읽었다. 가장 최근에 본 책은 김시덕 교수의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였다. 이 책을 보며 인천의 지명이 바뀐 것처럼 어렸을 때 알던 단어가 바뀌고, 상식이 바뀌는 경우도 보게 되었다.
어렸을 땐 흰수염고래였는데
지금은 대왕고래라고 한다 – 고래분수
야외 행사에 쉽게 볼 수 있는 텐트존
새로운 사실을 통해 기존의 학설이나 사실을 바꾸는 것. 그래서 과학 서적이 아직도 재미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지금 생각나는 건 흰수염고래를 대왕고래로, 아밀라아제를 아밀레이스로, 요오드를 아이오딘으로 바꾸어 표기하는 것이 생각난다.
나무에 걸려있는 책과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의 쉼
나무에 책자가 걸려있는 모습을 보고 독특한 전시라는 느낌에 잠시 일렬로 늘어선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휠체어에 탄 할아버지는 반대편의 무엇을 바라보며 뜨거운 태양을 피해 쉬고 계신 모습에 한동안 나도 같은 곳을 바라보는데, 여름의 막바지에서 또다시 계절이 반복되는 느낌의 노래 가사가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대 음악에서도 서정적인 느낌이 있는 가사는 오래 지나도 기억나는 구간이 있는 것처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번역가에 따라 다양한 버전으로 번억된 ‘위대한 개츠비‘의 강렬한 도입부가 생각나기도 했다.
PART.3 미래
이번 북 페스티벌에서는 소설 ‘회색인간’의 저자 김동식 작가를 초청하여 책에 관련된 이야기와 작가의 여러 경험과 기억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난 후 Q&A 시간이 되었고 그 중 인상 깊은 답변을 들었다. 한 학생이 작가가 되는 법에 대해 질문하였는데, 김동식 작가는 3가지 방향 중 공모전 참여, 정식 소설을 출판사로 원고 투고하는 방법 외 현대에서는 공개된 공간에서 마음을 얻는 방법이 가장 각광 받고 있다고 하였다.
SNS 등을 통해 연결의 시대가 되었고 좋은 작가를 출판사에서 이제는 찾아다니는 시대가 되어 자기 PR과 소통능력을 잘해야 작가도 살아남는다고 AI가 유일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 ‘소통’이라면서 대체되지 않으려면 그만한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이제 창작의 영역에서도 AI가 영향을 차지함은 시대의 피할 수 없는 흐름임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9월 7일은 푸른 하늘의 날
사색하는 아이
마침 페스티벌이 열린 9월 7일은 푸른 하늘의 날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만큼 청명한 가을하늘을 생각나게 하는 날씨였다. 미래세대를 살게 될 어린 친구들과 현재 세대를 책임지고 있는 부모들이 이 행사의 주인공이었고 청명한 날씨 덕에 즐거운 날을 보냈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은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와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생명체가 살아가고 종분화가 어려운 현재 시대에서는 새로운 종의 창조 없이 기존 종의 멸종을 막고 보호에 대한 사명감을 배우는 게 당연했는데, 미래세대는 푸른 하늘을 자주 보게 될지, 그리고 그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지 궁금하다.
우리의 미래세대, 당장 몇 년 뒤의 연수 북 페스티벌은 활자가 인쇄된 책의 범위를 넘어 태블릿PC가 전시된 공간과 디지털 기기가 필수로 활용되는 공간으로 넓어질 수 있고 책이라는 영역과 북 페스티벌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책은 오래전부터 사람의 기억과 경험의 기록이었으며, 현대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SF영화처럼 우리는 요람에서 무덤을 가지 않고, 요람에서 요람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발생지에서 책을 읽지 않고도 읽게 되는 세상에서 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10년, 20년 후의 북 페스티벌은 어떤 주제로 진행하게 될까? 영화 ‘매트릭스’처럼 기계와 인간의 다툼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다룰지, 여전히 미래세대를 위해 환경보호를 강조할지 궁금하다.
30년 후 북 페스티벌은 어떤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게 될까?
2024년 제8회 연수 북 페스티벌 문구 “도서관, 지식·문화·환경을 서(書)로 잇다”
김도원(金途遠, KIM DOWON)
인천시민 1년 3개월째
현재 연수문화재단 기획경영팀에서 연을 맺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