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살 소래에게

새롭게 돌아온 제24회 소래포구 축제

신창희

※ 이 글은 제24회 소래포구 축제가 운영되기 전인 2024년 9월 초에 집필되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소래에게

스물네 살 소래에게. 2001년 첫울음으로 세상에 나왔던 네가 어느새 스물네 살의 어엿한 숙녀가 되었구나. 작년 가을 너와의 추억을 기억한단다. 기분 좋은 햇살 아래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금관 악기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던 그때, 제철 맞은 해산물은 풍성하고 아빠의 어깨에 목마 탄 아이의 웃음소리가 또르르 구르던 그때, 우리는 함께 소래포구의 활기찬 거리를 걸었었지. 소래야. 올해도 높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하늘하늘 초록색 나뭇잎이 출렁이고, 바다 물결 넘실넘실 춤을 출 때, 그때 다시 만나길 기대하고 있단다.

제24회 소래포구 축제 기본 설계

소래포구 축제는 2001년 10월 처음 개최되었다. 제1회 축제의 명칭은 ‘소래포구 새우맛깔 축제’였다. 2002년 제2회 축제부터 지금의 이름인 ‘소래포구 축제’로 운영되었으며, 2024년 올해 24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제24회 소래포구 축제의 중심주제는 ‘소래포구 생태문화자원’으로 선정했다. 이제까지 반복되던 먹거리형 축제에서 생태자원형 축제로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축제의 하위주제는 ‘소래풍경’, ‘소래생물’, ‘소래사람’, ‘소래예술’, ‘소래역사’로 선정되었다. 축제 중심주제와 하위주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관광객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관광객 ⓒ남동문화재단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어등 거리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어등 거리 ⓒ남동문화재단

축제 공간도 확장되었다. 기존 축제장인 해오름광장, 소래습지생태공원, 소래포구전통어시장과 더불어 관광과 역사의 랜드마크인 새우타워, 장도포대지가 포함되었다. 더 넓어진 축제장은 ‘메인무대존’, ‘체험존’, ‘부스존’, ‘아트존’, ‘생태존’, ‘공공미술존’, ‘타워존’, ‘역사존’, ‘경관존’, ‘먹거리존’, ‘버스킹존’으로 구획되었으며, 각각의 구역에서는 특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소래포구 축제는 기본적으로 소래포구관광벨트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목적으로 한다. 더불어 소래포구의 장소성에 주목해 타 축제 프로그램과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지역주민, 지역예술인, 민간단체가 어우러지는 시민참여형 축제를 지향했다.

제24회 소래포구 축제 기획 키워드

작년 제23회 축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올해 축제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고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방향으로 기획이 진행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잡은 첫 번째 키워드는 ‘축제 체험 프로그램의 정체성 강화’이다. 작년 축제에서는 네 가지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는데, 세부적으로 꽃게 낚시 체험, 맨손 대하 잡기 체험, 어린이 보트 낚시 체험, 어린이 물놀이 놀이터가 그것이다. 작년 체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타지역 축제에서도 흔히 운영하는 어렵(漁獵)형 체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올해는 소래포구의 장소성과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다섯 개의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다양한 해양생물의 삶의 터전인 소래포구 갯벌을 상징화한 ‘소래 갯벌 머드 놀이터’, 과거 소금 생산지로 유명했던 소래포구의 기억을 상징화한 ‘소래 염전 소금 놀이터’, 소래포구 특산물인 꽃게를 활용한 ‘소래 어린이 보트 낚시 놀이터’, 그리고 특산물 새우젓을 활용한 ‘소래찬 김장 담그기 체험’이 그것이다. 해당 체험 프로그램은 축제장의 전면에 배치되어 타지역 축제와 차별되는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다.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예술 체험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예술 체험 ⓒ남동문화재단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어린이 보트 낚시 체험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어린이 보트 낚시 체험 ⓒ남동문화재단

두 번째로 ‘축제 킬러콘텐츠의 강화’이다. 작년 새롭게 도입하여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몇 가지 킬러콘텐츠가 있었다. 이를 수정·보완하고 발전시켜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작년 축제장 초입에 ‘어등 거리’를 조성한 바가 있었다. 어류를 형상화한 화려한 조명을 설치한 경관 조형물로 많은 관광객에게 사랑받았다. 올해도 같은 위치에 ‘어등 거리’가 조성된다. 하지만 작년 20미터에서 30미터로 확장되어 설치되며, 서해에 살고 있는 어류를 상징화한 어등을 친환경 FPR 소재로 제작하여 생태문화축제로의 명문을 확보한다. 더불어 관광객이 직접 어등을 만들어 어등 거리를 꾸밀 수 있는 프로그램도 병행하여 운영될 예정이다. 나아가 축제장 안쪽 소래포구 앞바다를 면한 곳에 ‘소래 아트 플리마켓’이 개설된다. 인천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체 40개소가 참여하는 이번 마켓은 해양생태를 주제로 하여 변주된 다양한 아트상품을 만날 수 있다. 작년 축제를 기념하여 제작한 ‘소래포구 스토리북’과 ‘소래포구 기억 기록 영상’이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심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바가 있다. 이런 배경으로 올해도 소래포구의 해산물을 주제로 스토리북과 기억 기록 영상이 제작되었다. 이번에 제작된 스토리북의 명칭은 ‘소래푸드(food) 스토리북’으로 계절별로 소래포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표 해산물에 대한 유익한 정보와 특색있는 요리 레시피가 담겨있다. ‘소래푸드(food) 기억 기록 영상’은 소래포구 대표 해산물과 그 해산물에 엮인 구민의 기억이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으로 기록되었다. 스토리북은 남동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기억 기록 영상은 재단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축제의 킬러콘텐츠는 단순 흥미 유발을 넘어 소래포구의 생태자원과 사람의 조화를 나타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소래푸드(food) 스토리북 표지

소래푸드(food) 스토리북 표지 ⓒ남동문화재단

세 번째로, ‘축제 구역의 다양화’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 축제장의 공간은 기존 해오름광장, 소래습지생태공원, 소래포구전통어시장과 더불어 새우타워, 장도포대지까지 확장되었다. 축제 공간 확장은 축제 구역의 다양한 문화예술적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특히, 축제 공간 구획에서 ‘공공미술존’, ‘타워존’, ‘역사존’이 추가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먼저 ‘공공미술존’은 소래포구전통어시장 1·2·3층에 조성된다. 이곳은 소래포구의 자연과 환경, 그리고 사람을 상징화한 시각예술 분야 공공미술 작품으로 꾸며진다. 어시장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에 설치되는 어망 샹들리에와 2층 야외 유리 펜스에 설치되는 해양생태자원 시트지 작품, 그리고 2층 실내 복도에 설치되는 소래포구 영상콘텐츠 작품은 관광객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그리고 ‘타워존’은 소래포구의 랜드마크인 새우타워에 조성된다. 본래 이곳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접경하기 때문에 작은 소음에서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그래서 기존 축제에서는 공간 활용을 포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 축제에서는 사고를 전환하여 소리보다 눈이 화려한 ‘새우·꽃게 연날리기 체험’을 운영한다. 이 체험은 말 그대로 관광객이 새우와 꽃게를 상징화한 대형 연을 만들고 직접 날려보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역사존’은 장도포대지에 조성된다. 장도포대지는 인천광역시 문화재자료로 조선시대 축조된 관방유적이다. 이곳에는 다양한 역사 체험이 운영되어 소래포구 지역에 서려 있는 역사적 가치를 흥미로운 문화 프로그램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네 번째로,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공연 구성’이다. 이제까지 소래포구 축제 관광객들을 집계해 보면 중장년층의 참여율이 높았다. 과거 이를 강점으로 인식하여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연 프로그램에 집중해왔다. 그러다 보니 다음 세대의 주역인 청년층 유입을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었다. 때문에 24년 차인 소래포구 축제가 다음 20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 연령 대상 공연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가령 ‘서해안 풍어제’나 ‘소래 예술인 콘서트’, ‘소래 전국 노래자랑’과 같이 기존 중장년층 타깃 공연도 유지하되, ‘소래 청년 버스커’, ‘소래 청소년 랜덤플레이 댄스’와 같이 청년층 타깃 공연도 추가했다. 더불어 ‘소래 드론 라이트쇼’, ‘소래 해상 불꽃쇼’, ‘해양 환경 보호 어린이 인형극’과 같이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공연도 준비했다.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가족 공연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가족 공연 ⓒ남동문화재단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Hip한 콘서트

제23회 소래포구 축제 Hip한 콘서트 ⓒ남동문화재단

다시, 소래에게

다시 스물네 살 소래에게. 맑은 햇살을 닮은 소래야. 하얀 구름을 닮은 소래야. 넓은 바다를 닮은 소래야. 시원한 바람을 닮은 소래야. 깊은 바다를 닮은 소래야. 너의 얼굴은 눈부신 햇살이고, 너의 눈썹은 두둥실 구름이다. 너의 눈에는 푸른 바다가 담겨있고, 너의 미소는 기분 좋은 바람이다. 소래야. 타인을 생각하는 맑은 얼굴을 간직해라. 살다 보면 가끔 울고 싶은 날이 있겠지만 슬픔도 안아주는 태도를 표정에 간직해라. 꿈을 따라가고 행복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눈을 간직해라. 어우러져 사는 세상 속에서 욕심을 버리고 함께 살아가는 멋진 미소를 간직해라. 소래야. 그리고 스물다섯 살의 소래로 다시 만나자.

신창희

신창희(申蒼熙, Shin Changhee)

남동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팀 차장
문화콘텐츠학 박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