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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결말? 아직 몰라요” 시민들이 만드는 마을영화
수지바트 <우리가 만들자>
김범수
시민참여 마을영화 만들기 프로젝트 <우리가 만들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학산소극장을 찾았다. <우리가 만들자>는 2024년 6월 7일부터 8월 23일까지 총 12회의 수업을 거쳐 시민참여 마을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필자가 찾아간 날은 특별한 상영회가 있는 날. 2023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독립영화 <룩킹포> 상영과 함께 출연 배우, 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있는 날이었다.
학산소극장으로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을영화 만들기의 참여자들과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오는 아이 그리고 독립영화 마니아까지 적은 인원이었지만 뭔가에 이끌리듯 소극장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룩킹포> 사건의 시작은 모든 영화감독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을 악몽과도 같은 해프닝이다. 한 감독이 엔딩 크레딧 작업까지 마친 최종 편집본이 든 하드디스크를 도둑맞으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감독은 잠적한 촬영감독을 찾기 위해 스태프들을 수소문하다 뼈아픈 진실을 마주한다. 영화는 그 모든 배반당한 기대들을 향해 연이어 노래를 들려준다. 그 저릿한 감성의 출처는 ‘락’ 음악의 인디밴드 ‘중식이’다. 인물별 테마송과 함께 적절한 타이밍의 음악과 노래가 100분가량의 뮤지컬 영화를 재미있게 이끌었다.
학산소극장 <룩킹포> 상영회
김태희 영화감독
수지바트 대표 김대웅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태희 감독은 말한다. 이번에 시민들과 함께 마을영화를 만들어서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말도 안 되는 코믹 잔혹 누아르 영화를 제작해서 독립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극단 수지바트는 수집(Susib)과 아트(Art)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뮤지컬, 연극, 영화, 축제 예술교육 등 장르의 경계 없이 창작 활동을 하는 극단이다. 대표 정운(활동명)은 뮤지컬 배우 출신의 프로듀서이다. 때로는 스태프로 조명기도 들었다가, 음향도 잡았다가, 출연도 했다가, 일인다역을 한다고 한다. 때로는 참여자들까지 스태프의 일을 돕기도 한다.
감독은 한 대의 카메라를 사용해서 아주 특정한 몇 개의 컷이 아닌 배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촬영을 한다고 한다. 두 세대의 카메라를 설치해서 촬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독립영화의 제작 여건상 그만큼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태희 감독의 철학과 고민은 확실했다. “앵글과 샷이 많아지는 게 정보로서의 샷이 많아지는 것이지 정말로 이 인물에 맞게끔 촬영을 했는가?”란 자문과 함께 결국엔 감독의 선택이란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독립영화는 분업화된 상업영화가 아닌 철저하게 감독 선에서 완성되어야 그나마 납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시민참여 마을영화 만들기 프로젝트 <우리가 만들자>
2024년 인천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의 퍼블릭프로그램인 마을영화 만들기 프로젝트 <우리가 만들자>는 수지바트와 학산문화원이 함께한다.
필자는 학산문화원이 주최하는 학산마당극 ‘놀래’ 축제 감독을 맡고 있으며 마당예술강사로 활동한 바 있다. 미추홀구 21개 동을 돌며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주민들의 삶의 현안과 마을의 문제점을 15분 정도의 마당극 형식의 공연을 펼쳤다. 그렇게 학산마당극 놀래가 걸어온 10년 동안 138편의 주민들이 만든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수지바트의 마을영화 만들기 프로젝트 역시 지역주민의 현안과 맞닿아 있을까?
마을영화의 이야기의 소재가 궁금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소재는 미추홀구의 재개발 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재개발 문제의 이슈를 다루기보다는 인간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인간의 개인적인 생각,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봤을 생각, “좀 나아지고 싶다.”는 인간의 작은(?) 욕망과 욕심에서 오는 인간적 본능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크든 작든 개인이 처해있는 문제와 상황들 속에서 각자가 아는 익숙한 방식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캐릭터 각자의 본능이 작용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말한다.
영화의 결말은 아직 없다. 결말을 정해놓지 않고 영화 속 인물들의 캐릭터를 참여자가 직접 만들어 다양한 인간의 본성을 카메라에 담아내려는 시도를 통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더 가깝게 다가서려는 예술가를 꿈꾸는 것이다. 이러한 소소한 꿈을 이뤄가는 수지바트의 방법으로 연극, 뮤지컬, 예술교육으로 시민들과 만나는데 이번엔 마을영화로 시민들과 함께한다.
독립영화 <룩킹포> 상영회 후 마을영화 만들기 참여자와 함께
‘영화가 과학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영화를 찍는 방법이 쉬워져서 이렇게 시민들과 함께 영화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필름과 암실이 아닌 디지털 방식의 편집기술 나아가 시민들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앞으로 과학이 발전할수록 뉴 미디어와 멀티 미디어의 소프트웨어가 우리의 삶 속으로 녹아들 것이다.
수지바트의 마을영화 만들기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영화이다. 주민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배우의 역할을 하며 촬영 과정을 체험하면서 겪는 과정 중심의 예술교육을 통해 완성되는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마을영화인 셈이다.
장자의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이란 글귀가 떠올랐다. 길은 우리가 걸어가는 데서 완성된다.
마음이 있어야 길이 열리고, 우리가 한 발, 한 발 내디딜 발걸음이 길을 만든다.
마을영화 만들기 프로젝트 <우리가 만들자>가 수지바트의 그들만의 방식과 그들만의 길로 완성되길 바란다.
김범수 (金範洙, Beom Soo Kim)
1985년 아역배우로 시작해 현재 극단 미추홀 상임연출과 학산마당극 놀래 총감독 맡아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 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