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문화예술을 만나다

문화예술의 시선으로 생물다양성 바라보기

간보란

24년 3월, 손을 잡고 둥글게 모여 선 사람들의 모습

24년 3월
호랑이, 반달가슴곰, 수달 등 생물표본이 가득한 국립생물자원관 교육관 마당에서 덩기덕 쿵덕♪ 슬기덩 슬기둥♫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도는 사람들 틈새로 장구와 가야금 소리가 들려온다. 한마음 한뜻으로 부르는 구성진 가락까지.
“남생이 나와라, 쫄래~ 쫄래~ 잘 논다!”
남생이와 가야금?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얼굴엔 즐거운 웃음꽃이 피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

생물다양성을 이야기하다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생명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은 우리의 생명 ©국립생물자원관

최근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가뭄, 산불, 폭염 등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생물은 서식 환경을 위협받게 되었고, 그로 인해 생물종은 점차 감소하여 많은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2020년 UN생물다양성협약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1970년부터 2006년까지 지구상의 생물종이 31% 감소하였다고 발표했고, 현재의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에는 지구 생물종의 25%가 멸종될 거라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발표도 있었다.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다양성과 변이, 그들이 살고 있는 모든 생태적 복합체’를 통틀어 일컫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전체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는데, ‘생물종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비행기의 나사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생물다양성의 균형이 깨진다면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생존도 결국 위협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x 인천문화재단 협력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현재 중학교 1학년 정규 과학 교과를 통해 생물다양성을 배울 수 있는데, 학령기 교육을 넘어서 전 세대가 함께 생물을 사랑하고 생물다양성에 대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물 감수성’을 일깨우는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수성 키우기에 예술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이에 국립생물자원관과 인천문화재단이 뜻을 모아 문화예술을 접목한 생물다양성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였다.

23년 11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7인 공동워크숍
23년 11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7인 공동워크숍

23년 11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7인 공동워크숍

23년 11월, 인천문화재단의 공모에서 쟁쟁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7인이 국립생물자원관에 모였다. 국악, 연극, 미술,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바라보는 생물다양성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선발된 7인의 기획자들에게 ‘생물다양성’은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였을 것이다. 따라서 기획자들이 ‘생물다양성’의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전시관과 수장고 탐방, 야외 주제원 투어, 생물다양성 교육 교구재 체험 등 이틀간의 공동워크숍을 진행하였다.

‘23년 12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진행된 기획 프로그램 공유회
‘23년 12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진행된 기획 프로그램 공유회

23년 12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진행된 기획 프로그램 공유회

23년 12월, 한 달간의 노력 끝에 탄생한 다양한 생물다양성 교육프로그램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될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글쓴이가 예술과 거리가 먼, MBTI 검사에서도 극을 달리는 확신의 T라서일까? 자원관에서 처음 시도하는 방식의 교육이라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었다.

생물다양성, 문화예술을 만났다!

걱정 반 기대 반, 기획자들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소통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24년 3~4월, 드디어 생물다양성 문화예술교육이 시작되었다.

3월, ‘국악 생물 도감, 남생이 오신다.’ : 우리 국악과 전통 놀이를 통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남생이 알아보기

3월, ‘국악 생물 도감, 남생이 오신다.’
– 우리 국악과 전통 놀이를 통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남생이 알아보기

3월, ‘햇살, 비 그리고 새싹’ : 연극 놀이, 포즈 게임을 하며 식물의 생장 과정 알아보기
3월, ‘햇살, 비 그리고 새싹’ : 연극 놀이, 포즈 게임을 하며 식물의 생장 과정 알아보기

3월, ‘햇살, 비 그리고 새싹’
– 연극 놀이, 포즈 게임을 하며 식물의 생장 과정 알아보기

생물다양성 문화예술교육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국립생물자원관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 신청을 받았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신청 초기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현장에서는 교육 진행 모습을 보고 흥미를 갖는 관람객들의 참여 문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의 웃는 얼굴, 흥겨운 몸짓. 글쓴이의 걱정이 무색하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문화예술로 생물다양성을 마음껏 느끼고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너무 보기 좋은 모습에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구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4월, ‘두루미의 비행’ : 연극 놀이를 통해 두루미의 생태를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 깨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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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두루미의 비행’
– 연극 놀이를 통해 두루미의 생태를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 깨닫기

4월, ‘참나무 마을의 6형제를 찾아서’ : 자연물을 이용한 북아트 활동과 참나무 6종의 특징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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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물을 이용한 북아트 활동과 참나무 6종의 특징 알아보기

‘기후 위기 극복’, ‘생물다양성 보전’과 같은 이야기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게서 조금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평범한 개인의 삶에서 ‘생물다양성을 위해 무엇을 해내야 할까’하는 부담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아주 사소하지만 우리 주변 생물에 관심을 두는 것, 생물다양성을 알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도 알게 모르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모두 조금씩 생물 감수성을 키우도록 노력해 보자. 이보다 더 생물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좋은 방법이 또 있을까. 문화예술의 시선으로 생물다양성을 바라보려는 시도가 다른 곳에서도 많아지길 바란다.

간보란

간보란(簡寶蘭, Kan Boran)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교육과 전문연구원.
생물다양성 인식 확산을 위한 대국민 교육을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boranaby@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