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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호부가 시끌벅적, 꼬마 백성들이 나타났다!
학산문화원 <렛츠고 관아 체험, 인천도호부가 살아있다!>
송은이
우리 마을에는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미추홀학산문화원이 있다. 문화원은 지역주민 삶에 문화를, 역사를, 생태를 녹여 들여 나와 내 삶의 터전에 관심과 사랑을 북돋우는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인 <2024년 생생 국가유산 ‘비류, 문학산에 내일을 품다’>사업은 미추홀구의 주산인 문학산 일대에서 3월에서 6월에 걸쳐 진행되는 체험형 역사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함께 한 프로그램도 이 사업의 한 분야인 <렛츠고 관아체험, 인천도호부가 살아있다!>이다.
인천도호부관아체험 ⓒ미추홀학산문화원
꽃샘추위가 무색하게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덥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조선시대 평민 옷으로 갈아입고 체험할 채비를 갖추었다. 조선시대 평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팍팍한 삶이었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즐겁기만 하다.
“예요? 예방 접종이요!” 인천도호부관아 둘러보기
해설사와 함께 ⓒ미추홀학산문화원
문화유산 해설사가 체험의 첫 시작을 열었다. 해설사를 따라 인천도호부를 한 바퀴 돌며 관아의 부속 건물, 관아에서 하는 일 등의 설명을 들었다. 특히 ‘육방’을 설명할 때 해설사가 ‘예(禮)하면 생각나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한 학생이 ‘예방 접종’이라 대답해 큰 웃음을 안겨주었다. 반면, 초등 저학년인데도 육방에 대해 잘 아는 학생들도 있어 필자도, 강사도 놀라웠다.
“나는 이몽룡이요! 너는 누구요?” 호패 만들기
호패 만들기 ⓒ미추홀학산문화원
해설사 탐방이 끝나고 공연단체 ‘위로’와 함께하는 본격적인 체험이 시작됐다.
조선시대 복장과 말투를 장착한 두 명의 배우가(이하 이끎이, 필자가 칭함) 아이들을 조선시대로 퐁당 빠뜨렸다. 이끎이의 시원시원하고 익살스러운 연기에 아이들이 동화되어 “그랬소, 알겠소.” 하며 그들의 말투를 흉내 내며 폭 빠진 걸 보면 아이들의 몸도 마음도 조선시대로 넘어간 게 분명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민원(소원)을 해결하고자 도호부사를 만나야 한다. 관아로 들어가려면 자신의 신분을 밝혀야 한다. 자연스레 호패 만들기 체험으로 이어진다. 이끎이들의 탄탄한 연기와 잘 짜인 이야기는 굳이 호패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호패가 무엇인지 알게 했고 열심히 호패를 만들게 했다. 체험 학습의 장점이 발하는 순간이었다.
“문을 여시오!”
글자 찾기 ⓒ미추홀학산문화원
호패를 허리춤에 차고 저마다의 소원을 가슴에 품고 도호부사를 만나러 가지만 관아에 들어가는 것부터 쉽지가 않다. ‘글자 찾기’ 임무에 성공해야 문지기가 길을 비켜준다.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글자를 찾아 ‘인천도호부관아’ 일곱 글자를 완성해야 한다. 임무라는 말에 아이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임무를 순식간에 완성했다. ‘도호부’라는 낯선 용어를 글자로 차분하게 접하게 되니 ‘인천도호부관아’라는 말이 아이들에게 충분히 각인됐을 듯하다.
“도호부사를 도와 임무를 해결하여라.”
육방에 대해 알아봐요 ⓒ미추홀학산문화원
도호부사와 만남 ⓒ미추홀학산문화원
관아로 들어가니 이방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체험 주제인 육방에 대해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 설명해 아이들의 집중도를 끌어올렸다.
드디어 도호부사를 만나 민원을 이야기한다. “개학을 없애주세요. 학교를 없애주세요. 통일이 되게 해 주세요. 공부 시간은 10분으로 해 주세요.” 등 민원이 각양각색이다. 현실의 고충이 자못 심각하다. 너무나 진지하게 말하는데 민원을 들어줄 수 없어서 필자가 미안하기까지 하다.
투호놀이 ⓒ미추홀학산문화원
‘투호놀이’로 모둠을 나누어 임무를 수행한다. 전통놀이도 접할 수 있다니 참 알찬 체험이다. 모둠을 나눈 후 잠깐 통성명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임무 수행 초반에 서먹해 의견을 나누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니 임무 수행 전에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간단한 놀이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모둠별로 임무지를 해석해 관련된 육방을 찾아간다. 찾아간 육방에서도 각 방의 업무에 맞는 또 다른 임무를 완성해 퍼즐 조각을 받아야 한다. 총 네 장의 그림 퍼즐을 빨리 획득하려고 임수 수행 내내 뛰어다니며 바쁘다. 도호부관아가 시끌벅적하다. 다칠세라 걸어 다니라는 도호부사의 말은 들어오지 않는다. 엽전을 세고, 산가지를 쌓는 등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은 즐겁기만 하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것들이라 신기하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반복적인 임무 해결을 통해 육방의 기능을 잘 알게 한 체험 구성이 탄탄하다.
옹기종기 의견 나누기 ⓒ미추홀학산문화원
도둑잡기 ⓒ미추홀학산문화원
산가지 쌓기 ⓒ미추홀학산문화원
엽전 세기 ⓒ미추홀학산문화원
임무를 실패하면 예조에서 교육받고 다시 기회를 얻는데 예조에 가는 모둠이 첫째 날 보다 둘째 날 많이 생긴 것을 보니 임무를 이해하기 버거운가 보다. 자꾸 실패하면 체험의 관심도가 낮아질 수 있으니 참여자의 연령에 맞춰 임무지의 난이도를 조절하면 좋겠다. 또한 임무를 수행하고 받은 그림 퍼즐 조각을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위태위태했다. 퍼즐 조각이 튼튼하고 완성도는 있지만 아이들이 들기에 크고 무거웠다. 체험 둘째 날에 퍼즐 보관소를 마련해 보완하긴 했지만 임무 완성 후 상장처럼 받은 자랑스러운 퍼즐 조각을 들고 다니는 기쁨을 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임무! 퍼즐을 완성하시오!”
퍼즐 맞추기ⓒ미추홀학산문화원
각 모둠에서 모아온 20개의 퍼즐 조각을 맞춰야 최종 임무가 완성된다. 각 모둠이 돌아가며하나씩 퍼즐 조각을 맞췄다. 30여 명의 아이들이 너도나도 이야기할 텐데 이게 될까 싶었지만 “돌려요, 거기 말고 여기요!”하며 쏟아지는 아이들 의견을 이끎이들이 잘 들어주고 질서를 잘 잡아줘 무사히 ‘화도진도’를 완성했다. 모두의 노력으로 완성했기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인천도호부관아의 옛 모습을 그려놓은 화도진도를 보며 차분히 오늘을 정리하는 시간까지 배려한 정말 실한 체험이다.
“뭐니 뭐니 해도 도호부사는 백성의 배고픔을 챙겨야지!”
먹거리 체험 ⓒ미추홀학산문화원
끝난 줄 알았던 체험이 먹거리로 이어졌다. 화도진도의 설명을 들을 때쯤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도호부사가 내려주는 뜨끈한 어묵탕과 약밥이 꼬마 백성의 허기와 추위를 채워줬다. 절묘한 타이밍에 적절한 먹거리 체험이었다. 더러 약밥은 부모님께 드리겠다는 효성 지극한 아이들도 있었지만, 이런 기회에 전통음식도 알아가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나는야, 인천도호부관아 지킴이!”
임명장 수여 ⓒ미추홀학산문화원
‘인천도호부 명예 지킴이’라는 임명장을 받으며 조선 시대 여정은 끝이 난다. 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아이들 얼굴엔 피곤함이 없다. 임명장까지 주니 인천도호부관아가 오래도록 아이들에게 남을 것이다. 마지막 마무리까지 체계적인 체험 구성에 관계자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오늘이 어떻게 남을까, 이런 체험이 없어도 도호부관아에 다시 와 볼까 하는 궁금증에 참여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한 학생이 이런 대답을 했다.
“평소엔 그냥 지내다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역사에 또 관심이 생겨요. 그러다가 잊어버리고 또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또 관심이 생기고 왔다 갔다 해요.”(조*송)
맞다! 솔직한 답변이다. 계속 머릿속에 ’인천도호부관아‘를 품고 있을 수는 없으니 역사 체험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역사에 대한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참여 빈도수가 많아진다면 역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오늘 같은 완성도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이 쏟아지길 바란다.
송은이(宋恩伊, Song Eunyi)
마을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위해 꼼지락꼼지락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며 우리 마을의 역사를 알아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