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률

2. 세 가지에 놀라는 전시

‘근대시 속에 그려진 인천’, ‘근대소설 속에 그려진 인천’, ‘인천 근대문인 열전’으로 구성된 <인천의 근대문학을 읽는다> 전시실은 첫째, 규모가 놀랍다. 교실만 한 크기에 손색이 없는 상설 전시실이라니! 역발상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놀라운 것은 여백의 미를 살린 알찬 전시물이다. 어느 것 하나 쓱 지나칠 수 없는 값진 것들이다 보니 관람하는 내내 눈길을 빼앗기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셋째로 관객 친화적인 아이디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안성맞춤인 자리 곳곳에서 참신하고 즐거운 체험을 마주할 수 있으니 놓치지 말고 꼭 맛보길 바란다.

3. 반가운 인물들이 내게로 성큼!

전시실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마련된 ‘인천, 시가 되다’ 코너에서 반갑게 손 내미는 정지용과 김기림, 오장환 등의 시와 시집. 면면이 특별하다. 특별한 만큼 화자가 되어 100년 전의 제물포 거리를 걸어도 좋고, 항구의 기적소리에 그리움을 실어 보내도 좋다.
‘인천, 이야기가 되다’ 코너엔 이해조, 이광수 등의 근대소설을 만날 수 있다. 이해하기 쉽게 풀이가 곁들여져 있어서 꼼꼼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애착이 가는 인물이나 작품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스마트폰의 머리를 슬쩍 빌리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시대 배경과 소시민들의 삶 등을 생각하면서 잠시 옛날에 젖어 드는 것은 어떨까. 우리네 조부나 증조부를 떠올리면서 일제 치하를 느껴보면 또 어떨까.
‘인천 근대문인 열전’에서 만나는 이들은 인천 시민들에게 각별하다. 배인철, 진우촌, 김동석 등의 인물이 약력과 함께 기다리고 있으니 눈여겨보면 좋겠다.
문학의 거물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모처럼 맞이할 수 있는 인연이니 문명을 떨친 이들과 대범하게 일촌 맺기를 추천한다. 그래서 오래도록 문학의 향기를 누리고, 뜻하지 않은 갈림길에선 바람직한 조언을 들었으면 한다.

4. 알짜배기 해설

전시실 곳곳에 마련된 적당한 분량의 해설! 알짜배기로 가득하니 놓치면 두고두고 아깝다. 그 가운데 필자는 다음과 같은 대목들에 시선을 오래 주었다. 아마 인천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김소월에게 인천의 밤바다는 사무치는 그리움을 자각하고 심화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이다.”
“방정환은 길지 않은 삶 동안 인천에 자주 방문하는 등 큰 관심을 가진 듯하다. 소파의 대표작「동생을 찾으러」는 인천이 작품 속 주 배경이다. 현재의 차이나타운과 그 주변이 소설 속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소파가 인천을 여러 차례 방문해 이 일대를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최찬식의 신소설『해안』과 이태준의「밤길」, 엄흥섭의「새벽바다」는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들을 보여주며, 강경애의『인간문제』는 농업에서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의 변화와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냈다.”
“만해 한용운도『박명』에서 인천의 여러 면모를 자세하게 묘사한다.『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마도의 향불』은 여름 피서지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천 월미도를 포착해냈다.”

5. 산 교육의 체험장

전시실에서는 근대의 역사와 문화 등을 덤으로 익힐 수 있어서 좋다. 사진과 영상 등으로 배울 수 있어서 효과가 크다. 게다가 생생한 체험을 창의적으로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다양한 버전으로 들을 수 있는 ‘경인철도가 듣기’, 당대의 노동자들 목소리로 감상하는 ‘인천아리랑 듣기’, 인천 근대문학 체험 ‘입체경’, ‘탈출게임「동생을 찾으러」’,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로 작품을 즐기는 체험 장치’, ‘인천 근대문학 자판기’ 등이 있으니 하나도 놓치지 말고 누리길 바란다.
한 시간 내외면 내로라하는 문인들과 명작들, 그리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천의 근대문학을 읽는다> 전시실. 시쳇말로 가성비가 1등급인 힐링 공간이다. 단체관람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 단위나 연인끼리 혹은 혼자서 둘러봐도 흐뭇한 경험이니 미루지 말고 신발 끈 매셨으면 한다. 다녀오신 후에 지인들에게 유익한 팁 전해주는 재치까지 발휘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6. 차이나타운은 독후경(讀後景)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과 달리 ‘차이나타운은 독후경’이 어울린다. 근대문학관에 상설 마련된 〈인천의 근대문학을 읽는다〉를 가슴에 다운로드한 뒤 차이나타운을 구경하길 바란다. 거듭 권유하는데 독후경 뒤에 차이나타운을 천천히 둘러보거나 중국요리 집에 들어가 짜장면이나 짬뽕, 탕수육을 음미하셨으면 한다. 당신이 거니는 골목을 그 옛날 소파 방정환이 거닐었고, 그대가 식사하는 자리 건너편에서 현덕도 짜장면을 후루룩거렸다는 것을 떠올리는 순간, 아주 특별한 유람이나 만찬이 될 테니 말이다. 맛깔스러운 추억이 인증샷처럼 오래도록 남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