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연수체크인> 오픈스튜디오 전경
예술가의 작업실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이는 작가의 작업공간을 들여다보는 경험이 관객에게 어떤 유의미한 지점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전시를 통해 완결된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은 많이 갖지만, 작품이 만들어지는 물리적인 공간인 예술가의 작업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작품이 하나의 완결성 있는 작가의 언어라고 한다면, 이 모든 과정의 시간과 흔적을 날 것 그대로 간직하고 보여주는 작가의 작업실은 단 하나의 방식으로만 읽히는 공간은 아니다. 이 공간은 동시대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예술가의 미적 토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창작 과정과 이를 둘러싼 여러 고민의 흔적과 무수한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작품과 함께 작가의 작업실을 경험하는 일련의 행위는 관람객에게 예술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과 시선을 제공한다. 창작 작업의 과정을 집약하고 있는 작업실에서 관객은 작가의 연구 자료와 다양한 재료들이 자리하고 있는 공간을 거닐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이곳에 있는 것들이 작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에 대해 풍요롭고 자유로운 사유를 가능하게 하며, 예술을 향유하는 능동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된다.
2023 <연수체크인> 오픈스튜디오 전경
연수문화재단 아트플러그 연수는 지역사회 공공재로서 ‘예술 창작공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이 공간에서 생성되는 예술을 통해 지역과 관계 맺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2021년도 개관 이후 실험적이고 다양한 동시대 예술을 선보여온 아트플러그 연수는 지역 시각예술 거점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주목하여 2023년 공간지원사업 <연수 체크인>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하였다. <연수 체크인>은 인천 연수지역 예술가의 창작활동 지원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 작업실이 필요한 예술가에게 작업공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첫 시작으로 2023년 6월부터 11월까지 약 6개월간 김여운, 김지미, 박문희, 박상희, 중구난방 총 5팀의 연수 예술가와 함께 <연수 체크인>을 시작하였다. 5팀의 예술가는 각각 회화, 공예, 설치, 조각, 리서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올 한해 아트플러그 연수에 머무르며 예술가 그리고 거주자로서 지역과 관계하며 그들의 작업을 사유하고 확장하였다. 아트플러그 연수는 한해의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지난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5팀의 작품과 작업실을 지역에 공개하는 <연수 체크인> 오픈스튜디오를 개최했다.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5팀 작가의 작업공간인 창작 스튜디오 오픈과 더불어 참여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Artist space, 그리고 작가의 작업세계를 폭넓게 보여줄 수 있는 도록, 영상 등의 작가 자료가 비치된 Archive lounge로 구성하였다.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참여한 5팀의 작업 주제를 하나로 엮어내기보다는 5팀 각각의 개인전을 아트플러그 연수라는 한 장소에서 묶어내는 단체전의 형식으로 선보였다. 관람객은 공간과 공간을 오가며 예술가의 작업실이 담아내는 이야기와 작업의 단서, 그리고 예술가의 작업을 추동하는 동력을 상상하고 질문하며 작업실과 작품을 대면하였다.
중구난방 스튜디오
아트플러그 연수 스튜디오의 가장 첫 번째 공간은 ‘중구난방’ 팀의 작업실로, 이번 오픈스튜디오에서 중구난방 아카이브 프로젝트-3 를 선보였다. 중구난방은 동화작가 김경은, 영화평론가 박지한, 시각작가 손승범으로 구성된 협업창작그룹이다. 주로 지역의 서사를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협업 창작물을 연작 시리즈의 형태로 발간하는 작업을 한다. 올해는 코로나 이후의 연수구에 집중하여 사라지거나 시간의 흐름으로 본래의 의의가 변형된 장소를 배경으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중구난방 팀의 작업실에서는 2019년부터 시작한 팀 프로젝트의 출발선을 살펴볼 수 있는 작업부터 올해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물까지 그간의 작업의 흐름과 내용을 볼 수 있는 출판물과 회화 및 설치작업이 전시되었다. 이번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그간 중구난방이 꾸준히 천착한 주제와 이를 연구하고 다루는 그들의 협업 방식을 선보이고 공유하였다.
김여운 스튜디오
김지미 스튜디오
인간의 가치와 인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드로잉과 설치작업으로 표현하는 ‘김여운’ 작가는 <너의 변수를 대하는 나의 자세>(김여운, 2023 연수 체크인 오픈스튜디오)에서 회화 작업과 대형 모빌 작품을 선보이며 확장된 작가의 작업세계를 관객과 공유하였다. 작업공간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구체의 조형물로 이루어진 대형 모빌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회화작업이 눈에 띈다. 이번 오픈스튜디오에서 작가는 사회 시스템이 규정하는 의미의 경계를 재조명하며 삶의 도처에 깔려 있는 변수를 바라보고 다루는 작가의 시각을 관객에게 제안하였다. 김여운 작가 작업실 옆에 자리한 ‘김지미’ 작가의 작업실에는 폐박스와 포장지 그리고 금속재료를 매체로 한 조형 작업을 만나 볼 수 있다. 작가는 기후위기 시대에 시각예술 작가의 생태적 전환과 가치를 모색하고 연구해오고 있다. <순환의 오브제>(김지미, 2023 연수 체크인 오픈스튜디오)를 선보이며 그간의 작업 연구 결과와 내용을 공유하고, 인간의 본질과 환경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였다.
박문희 스튜디오
박상희 스튜디오
‘박문희’ 작가는 <흔들리는 시공간>(박문희, 2023 연수 체크인 오픈스튜디오)에서 작업의 주제가 되는 문학, 역사, 사회적 맥락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의 복장들과 역사적 인물 조각상을 리서치하였다. 작가의 작업실에 새로운 조형 작품과 함께 작업과정과 시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재료를 전시하여 관객에게 작가의 작업세계를 이해하는 폭넓은 관점을 제공했다. 도시의 야경과 그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과 모습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아내는 ‘박상희’ 작가는 <연수의 낮과 밤, 하루 드로잉>(박상희, 2023 연수 체크인 오픈스튜디오)에서 최근작을 중심으로 변화된 작가의 작업 세계를 회화 및 설치작업으로 공간에 담아냈다. 특히 이번 오픈스튜디오에서는 작업주제를 회화와 더불어 새로운 매체로 실험하였는데, 반투명 필름지를 이용하여 도시 야경 풍경을 담은 작품이 소개되었다.
2023 <연수체크인> 오픈스튜디오 전경
이처럼 이번 2023 <연수 체크인> 오픈스튜디오는 지역의 여러 예술가들이 담아내는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예술가의 작업공간은 무엇을 담아내는지 보여주었다. 그간 이곳에 머무르거나 앞으로 머무를 작가의 거주함과 그들의 예술적 실천은 동시대에 지역을 사유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연수문화재단 공간지원 사업 <연수 체크인> 프로그램이 예술가와 지역 그리고 관객과 상호 유의미한 관계 맺음을 이어가는 시간이었길 바라며, “공공의 공간으로 아트플러그 연수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관객과 함께 논의의 장을 열어가는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사진 제공: 연수문화재단 ⓒ 사진 | 이재환
이주경
연수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차장
예술경영 석사 졸업 후 축제조직에서 공연기획 및 폐산업시설 문화 재생공간 프로그래머와 다년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연수문화재단 예술창작공간 <아트플러그 연수> 개관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 기획하였으며, 현재는 인천 연수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차장으로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