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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은 인천의 ‘재밌는’ 공간들

이새봄

“재밌다” 나에게 재밌다는 말은 ‘신선하다, 의미 있다’ 등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으로 쓰인다. 그런데 요즘 공연을 하는 ‘공간’이 재밌는 경우를 많이 만났다. 공간의 목적성이나 정체성 혹은 공연장의 모토가 가치 있거나 독창적이라는 점에서 재밌다고 느꼈다. 최근 공연 트렌드가 다양성과 혁신을 추구하다 보니 공연장 역시 그 변화에 발맞추어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진화하는 듯하다. 일반적인 공연장의 모습을 넘어 보다 다재다능한 공간들이 생기는 것이다. 인천에도 이런 특색있고 의미 있는 공간이 있고, 또 생기는 추세이다. 그래서 오늘은 예술가들과 관객들에게 더 많은 경험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인천의 재밌는 공간을 세 군데 소개하고자 한다.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 ©이새봄

지역과 전통의 오작교,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은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운영하는 극장으로,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있다. 2004년에 개관하여 올해 20년 차인 인천 민간 공연장의 대선배이다. 포멀한 극장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 얼핏 밋밋해 보이지만, 이 극장의 특별한 점은 바로, 인천 최초의 ‘국악’ 전용 극장이라는 점이다.

그 타이틀에 걸맞게 잔치마당 극장은 국악 예술인들에게 무대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여 그들의 창작 활동을 뒷받침하고, 나아가 국악에 중점을 두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전통예술의 보급에도 힘을 쏟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무료 국악 기획공연을 주기적으로 진행하며 전통예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멋진 선배이기도 하다. 블랙박스 형태의 이 공간은 ‘국악 전용’이라는 타이틀에 구애받지 않고 연극, 소규모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릴 수도 있다.

올해 초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은 전면 리모델링을 진행해 이전의 낡은 태를 벗어났다. 100석 남짓의 객석을 새로 깔아서 제법 대학로 소극장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이 작은 극장에 전통예술계에서 내로라하는 청년, 중진, 원로 예술인들이 공연을 한 번씩 해봤다는 것도 이 극장이 가진 숨겨진 힘이 아닌가 싶다. 작은 규모, 노후한 건물 등 표면적인 조건들에 의해 이 공간까지 저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부평이 음악도시이기 전에 풍물의 도시인 점을 미루었을 때,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은 인천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연결해 주는 공간으로서 그 의의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스모40
코스모40

코스모40 ©고다연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 코스모40

코스모40은 인천의 대표적인 재밌는 공간으로 2018년에 개관했으며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해 있다. 코스모40은 코스모화학 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40년의 역사를 가진 공장의 골격과 공간의 모습을 ‘온고지신’하여 복합문화 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재개발이 난무하는 인천에서 구조물을 재활용함으로써 태어난 이 공간은 친환경적인 도시 개발의 예시로도 들 수 있다.

코스모40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신선함은 대단했다. 대규모 공장단지 속에, 대규모 공장을 재활용한 대규모 복합문화공간. 산업과 문화. 참 이질적이어서 융합되지 않을 것 같은 둘의 만남은 오히려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시너지를 방출한다. 모든 구조물이 예술적 오브제로 쓰일 수 있고, 규격화되지 않은 공간은 공연, 교육, 전시, 행사 등 모든 분야에서 한계 없는 다양성, 실험을 도전할 수 있는 곳이 되기도 한다.

다만, 대관료가 만만하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모든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등가교환 된다. 청년예술가로서 근래에 반드시 코스모40에서 당돌한 기획을 실현해 보고 싶은 열망이 있다. 그래, 이 공간은 당돌하다. 어려움 없이 올차고 다부진 공간. 찬란한 역사를 기반으로 펼쳐질 창조적인 활동을 뒷받침하는 장소로서 코스모40의 가치와 의의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카페 노메이크업
카페 노메이크업

카페 노메이크업 ©이새봄

소통과 가치의 이음새, 문화공간 카페 노메이크업

문화공간 카페 노메이크업은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해 있으며, 2022년 7월에 개관한 이 근방 막내 문화공간이다. 부평주안 산업단지에 있는 문화공간 카페 노메이크업도 오래된 공장을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으로, 공간의 지난 역사와 정체성은 보존하며 새로운 지역 문화를 창조하여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한 재밌는 공간이다.

문화공간 카페 노메이크업은 들어서는 순간 전형적인 카페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건물을 쭉 둘러보면, 마치 ‘문화 살롱’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정렬되어 있지 않은 공간이 주는 러프함과 자유로움, 지역 시각예술인들과 협업하여 진행하는 전시, 곳곳에 배치된 이색적인 인테리어 소품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듯하다. 참고로 시각예술인들에게 전시를 무료로 진행해준다고 하니, 메디치 가문의 문화 살롱이 아닐쏘냐. 카페 노메이크업의 다양한 공간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영화 <인셉션>처럼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을 수 없다. 흥미로운 영감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다.

공간을 방문한 날 우연히 공간 관계자분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공간을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모든 분들을 환영한다는 말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문화도시 부평에 이렇게나 건강한 마인드로 공간을 운영하는 곳이 생겼다니. 문화공간 카페 노메이크업과 이 공간의 가치를 높여줄 수많은 예술인 혹은 시민들의 만남이 얼마나 무한한 의미를 창출해낼지 앞으로가 기대되는 공간이다.

이새봄

이새봄 (LEE SAE BOM)

퓨전국악뮤지컬 <탈> 작·연출
창작가무극 <옥뱅이뎐> 작·연출
<청년예술가 평화의 섬을 노래하다> 기획·연출
어린이 국악뮤지컬 <동동마을을 구해주세요!> 작
어린이 국악극 <동그랑땡> 스토리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