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인천 공연예술의 오아시스 ‘엘림아트센터’ 이현건 대표를 만나다

유사랑

이현건 대표

이현건 (李賢鍵)

엘림아트센터 대표

인천서구문화재단 이사

남해 엘림마리나 앤 리조트 대표

엘림아트센터

엘림아트센터 ©유사랑

엘림홀

엘림홀 ©유사랑

‘엘림아트센터’는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인천의 대표적 어쿠스틱 클래식공연장 가운데 하나다. 약 300석 규모의 ‘엘림홀’, 140석의 ‘챔버홀’과 더불어 이현건 대표가 세계 각국을 돌며 오랫동안 수집해 온 각종 명품아날로그 빈티지 오디오감상실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특히 6층 엘림홀의 파이프오르간은 독일 ‘게랄트 뵐’社의 장인들을 직접 초빙해 약 4개월에 걸쳐 수작업으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게랄트 뵐’社는 현대음악의 아버지라는 바흐가 27년간 합창장으로 근무하며 수많은 명곡을 작곡한 성토마스성당의 명물 파이프오르간을 제작했던 바로 그 회사다. 엘림홀의 파이프오르간이 완성되자, 직접 제작에 참여했던 독일장인들조차 그 음색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인천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독보적인 파이프오르간이라 할 만하다.

이현건 대표

이현건 대표 ©유사랑

“아버님이 목사님이셨어요.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자란 덕분에 자연스럽게 음악과 친해질 수밖에 없었죠. ‘엘림’이라는 이름도 성경 민수기에 나오는 지명이에요.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진을 쳤던 곳으로 12개의 샘물과 70그루의 종려나무가 있던, 쉽게 말해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보면 돼요. 우리 ‘엘림아트센터’가 인천시민들의 문화예술 안식처이자, 공연예술의 오아시스가 되길 꿈꾸며 붙인 이름인 거죠.”

홍익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현건 대표는 본래 100% 수입에만 의존하던 ‘프로세스 컨트롤밸브’를 국산기술로 개발에 성공해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트린 개발자이자 사업가였다. 당시 미국, 독일, 일본 정도만 겨우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프로세스 컨트롤밸브’는 각종 자동화시스템에 필수적인 핵심부품으로 손꼽힌다. 온도, 압력, 유량을 자동으로 조정해 주는 수많은 밸브 중 어느 것 하나만 고장이 나도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세계 유수 회사들이 탐내던 자신의 회사를 좋은 가격에 영국 ‘ROTORK’社에 넘겼다. 일종의 외자 유치 개념으로, 이 대표의 아들이 지금도 외국계 회사가 된 그 회사의 총괄대표를 맡고 있다.

이현건 대표

이현건 대표 ©유사랑

“젊은 시절엔 기술개발에, 나중에는 전 세계를 발이 닳도록 돌며 해외영업하느라, 평생 일에만 미쳐 살았어요. 그러다 지천명에 이르니 문득 다른 삶이 목마르더라고요. 심신이 지쳐 번-아웃이 되기도 했고요. 그래, 이젠 안 해 본 걸 해보자는 생각에 오디오며 바이크에 빠져들었어요. 그러다 내가 즐기는 이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든 거예요. 제가 전 세계를 돌며 어렵게 하나, 둘 구해온 아날로그 빈티지 오디오와 바이크에 외국 바이어들도 하나같이 감탄하는 걸 보고 갖게 된 생각이죠.”

‘엘림아트센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이현건 대표는 엘림홀에 돈과 정성을 아낌없이 쏟았다. 처음부터 대형 홀이 아닌,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마이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악기의 미세한 떨림음과 공연자의 숨소리까지 아날로그로 직접 관객의 귀에 전달될 정도의 거리를 오래 고민하다 나온 결론이었다. 홀 전체를 자작나무로 두르고, 천장을 무려 12m로 높였다. 보통 공연장이 7m인 것에 비하면 무려 5m나 더 높인 셈이다. 소리의 공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대형공연장이 주는 위압감이나 단절감을 없애고,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최적의 공연장이 바로 엘림홀인 셈이다. 엘림홀의 또 다른 장점은 바닥이 온돌시스템이라는 사실이다. 보통 공연장은 다수 군중이 이용하기 때문에 먼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난방을 위해 의자 아래 온풍구에서 더운 바람을 계속 뿜어내게 되면 날리는 먼지 때문에 위생상 좋을 리가 없다. 반면 엘림홀은 온풍구의 뜨거운 바람 대신, 따뜻한 바닥에서 자작나무가 뿜어내는 은은한 향기가 공연장 전체를 휘감는다. 냉방 또한 높은 천정 덕분에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유입돼 신선함이 고루 유지된다.

이런 엘림아트센터의 매력은 이미 국내외 수많은 연주자를 매료시켰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고(故) 윤정희 부부도 엘림홀의 아날로그 음향과 소리의 울림에 반해 리허설 무대로 자주 애용했을 정도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악기는 실제 가까이서 들을수록 더욱 잘 느껴지고 여운도 깊어요. 스피커를 통하면 그 참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최적의 공연장 규모와 거리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결과 엘림홀은 따로 마이크 없이도 본래 악기의 음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아날로그 공연장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저는 우리 엘림아트센터가 작지만 강한, 다윗과 같은 공연예술의 메카로 인천시민들과 연주자들에게 사랑받길 꿈꿔요. 젊은 신진 연주자들에게는 도약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싶고요. 사실 연주자들은 하나같이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들이에요. 어려서부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힘들게 외국 유학까지 다녀오고서도 변변히 설 무대조차 없어서, 아이들 레슨으로 연명하는 경우가 허다하잖아요? 그들에게 엘림아트센터가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빛나는 재능이 무의미하게 사장된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일 테니까요. 그래서 신인 연주자들의 신청을 받아 일요일이면 선데이콘서트를 열어, 인천시민들도 수시로 그들의 공연을 접하면서 클래식 예술과 문화적 삶을 넓혀갈 수 있도록 애쓰는 거죠.”

하우스홀

하우스홀 ©유사랑

홀챔버

홀챔버 ©유사랑수

2016년 설립된 ‘엘림아트센터’는 올해로 만 7년째 다양한 공연예술을 활발히 이어오며 인천공연예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매달 5~6회, 1년이면 약 70회 정도로 계산해 볼 때, 무려 490회의 공연을 펼친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클래식 공연계에서 ‘엘림아트센터’가 차지하는 위상이 확고해졌을 뿐 아니라, 이런 공연장을 품고 있는 인천의 문화품격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뜻이다.

오는 2023년 12월 9일이면 개관 7주년을 맞게 되는 ‘엘림아트센터’는 7주년 기념콘서트를 지난 11월 12일에 성황리에 마쳤다. 이처럼 엘림아트센터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처음 출발한 그 모습 그대로 묵묵히, 인천공연예술의 청량한 오아시스로 언제까지고 그 자리를 지켜 갈 것이다.

유사랑

인터뷰 진행/글 유사랑(劉思狼, yusarang)

시사만평가, 커피화가, 자유기고가

원래는 여러 신문에서 오랫동안 시사만평을 그려 온 시사만평가다. 커피로 그림을 그려 커피화가로도 활동하고 있고,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장르의 글을 기고하는 자유기고가이기도 하다. 특히 2백여 명의 인물을 인터뷰한 전문 인터뷰어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