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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100번 웃어야 끝나는 공개 코미디가 있다?
인천 최초 코미디 전용 극장 ‘필근아 소극장’ 송필근 대표
김샛별
송필근(Song ply geun) 필근아 소극장 대표
2012년 KBS 27기 수석 공채 개그맨
2014년 KBS 연예대상 신인상
2015년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신인 희극인상
2020년 인천시 홍보대사 위촉
인천 부평 문화의 거리에는 인천 최초 코미디 전용 극장이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1월 KBS 공채 출신 개그맨 송필근 씨가 동료 개그맨과 홍현호, 윤승현, 이정인 씨와 함께 문을 연 ‘필근아 소극장’이다. 최근에는 유튜버 오디디까지 영입해 식구가 늘었다. 사람들이 많은 대학로나 홍대에서 시작했을 법도 하지만 송 대표는 인천, 특히 부평 문화의 거리 중심지에서 소극장 문을 열고 싶었다. 그는 “고향이 인천이다. 인구가 300만 명인 도시인 만큼 문화도 같이 발전할 때가 됐다”며 “이 공간도 발품 팔면서 알아보러 다녔다. 공간이 좁긴 하지만 많이 타협해 겨우겨우 만들어 낸 공간이라 소중하다”고 말했다.
소극장 문화가 활발하지 않은 만큼 소극장 공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이 많이 오기도 한다. 소극장 공연이나 공개 코미디 무대를 많이 봤던 관객들은 함께 소리 내서 웃고 환호하는 재미를 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소리 내서 웃고 소리 지르는 걸 옆 사람에게 민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창피하다고 생각해 웃음을 참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이런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MZ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층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연을 충분히 즐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더 다양한 공연을 꾸릴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진다.
100쇼 포스터 ©필근아 소극장
필근아 소극장의 대표 공연은 <100쇼>다. 100쇼는 웃음 정찰제 공연인데, 관객이 한 번 웃을 때마다 숫자가 올라간다. 카운트가 100을 채우면 공연이 끝난다. 처음 해 보는 방식이다 보니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언제쯤 100번을 채울지 예측도 해야 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채워지거나 늦게 채워지면 어떻게 할 건지도 고민했다. 심지어는 관객들이 억지로 웃음을 참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공연은 주로 바람잡이, 본공연인 100쇼, 여분 코너 순서로 진행된다. 바람잡이는 본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주의사항 등을 안내하고, 공연을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예열하는 단계다. 소극장 공연을 처음 보는 관객들이 많다고 느껴지면 그들이 익숙하게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바람을 길게 잡는다. 이후 본 공연이 시작된다. 개그 콩트뿐만 아니라 레이저쇼나 마술쇼, 비트박스 쇼, 관객 참여 코너도 있다. 본 공연에서 웃음 100번이 채워지면 애드리브 대결, 개인기 쇼가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커튼콜, 사진 촬영까지 완료하면 필근아 소극장의 공연을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있다.
송 대표는 “소극장을 운영하게 되면서 후배들과 공연 아이디어를 많이 의논했다”며 “물건을 광고할 때는 정확하게 그 제품을 설명해 주고 판매한다. 하지만 문화예술은 ‘재미있어요’ 수준으로 광고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웃음 정찰체 방식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KBS 공채 출신 개그맨으로 방송 공개 코미디도 경험했다. 방송 역시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자유로운 분위기는 소극장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다. 방송은 심의가 까다롭다. 선정적인 표현이나 욕설을 차치하고도 기본적인 게 걸린다. 새우깡을 새우과자라고 말하거나 초코파이를 초콜릿 과자로 바꿔 말해야 한다.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그 단어가 가진 맛을 살리는 건 생각보다 큰 부분이다. 또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코너들도 조금 더 대중성을 띤다. 10명 중 최소 6~7명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극장에서는 공연에서는 객석 관객들의 상태에 따라서 칠 수 있는 애드리브가 많아지고, 코너 배열도 달라진다. 날것의 맛이 있다. 또 관객들과 더 가까운 곳에서 같이 호흡하는 느낌은 공연하는 이들에게 힘이 된다.
필근아 소극장 공연 사진 ©필근아 소극장
소극장 문을 연 지 햇수로 5년.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자리를 잡았지만 어려웠을 때도 물론 있었다. 공연을 시작하고 처음 1년은 그 누구보다 바쁘게 달렸다. 관객이 차든 안 차든 공연도 자주 하고 길거리 홍보에도 나섰다. 온 힘을 다해 버텼더니 소극장을 채우는 관객들이 많아졌다. 이대로만 가면 되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코로나19가 터졌다. 2년 동안은 행사를 하고 월세를 내는 게 반복이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긴 터널을 지난 송 대표는 여전히 무대 위에 서 있다.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소극장 공연이 처음인 관객들에게 ‘이런 거 처음 보는데 너무 재미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다. 그냥 갈 수 없다며 선물을 사서 공연장을 재방문하는 관객들도 있다. 송 대표는 “필근아 소극장 공연을 기점으로 소극장 문화에 호감을 가졌다는 의미로 느껴진다”며 “특히 요즘 어린 학생들은 공개 코미디 무대를 모르고 자랐을 거다. 그 친구들이 ‘이런 공연도 있구나’를 느끼고 인생의 경험으로 여기는 걸 보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미디를 하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예능보다는 자신만의 소극장을 가지고 있는, 공연장에 가면 볼 수 있는 코미디언이 되는 게 목표였다. 이 목표를 향해 소극장 멤버들, 관객들과 함께 차근차근 나아가는 중이다. 어느 순간부터 공개 코미디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폐지된 개그콘서트가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개 코미디가 대세에서 물러나더라도 아예 없어지는 게 아니라 유지됐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세대들은 공개 코미디 문화를 즐기도록, 코미디의 재미를 아는 분들은 ‘코미디가 이런 재미였어’, ‘저런 맛에 코미디를 봤었어’를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수들이나 배우들이 예능은 해도 코미디는 못 한다”며 “코미디언들만 할 수 있는 문화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코미디언들이 있다. 많이 웃으러들 와 달라”고 덧붙였다.
필근아 소극장 공연 후 사진 ©필근아 소극장
인터뷰 진행/글 김샛별
경기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