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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얼리 윈터 페스티벌>로 돌아본 ‘콜라보레이션’의 힘
이태준
2023 얼리 윈터 페스티벌
찬 바람이 부는 초겨울을 맞이하여 청소년과 공연입문자를 위해 시린 마음을 위로해 줄 ‘청소년을 위한 공연 축제 <2023 얼리 윈터 페스티벌>’이 남동소래아트홀에서 12월 1일(금)부터 9일(토)까지 개최된다.
한국의 스트릿 댄스를 전 세계에 알리며 창의적인 퍼포먼스로 주목받는 애니메이션 크루의 <춤추는 미술관>(12월 1~2일)을 시작으로, 세계합창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대한민국 대표 쇼콰이어 그룹 하모나이즈의 콘서트 <더 쇼콰이어>(12월 3일), 이효석‧김유정‧오영수 등 한국 단편소설을 베이스로 민요와 한국 무용을 활용해 재치 있고 구성지게 만든 뮤지컬 <얼쑤>(12월 7~9일)에 이르기까지 한 주 동안 3개의 멋진 공연이 릴레이로 펼쳐진다.
매년 여름 시즌 8월에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썸머 페스티벌>과 겨울 시즌 12월에 다채로운 공연이 함께하는 <얼리 윈터 페스티벌>은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청소년을 위해 특별히 기획한 대표 공연 프로그램인데, 왜 올해는 남동소래아트홀에서 개최하게 된 것일까?
<얼리 윈터 페스티벌> 통합 포스터 ©남동문화재단
남동소래아트홀 전경 ©남동문화재단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운영 주체가 3번이나 바뀌었던 8년 동안 남동소래아트홀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공연기획자는 주어진 환경과 변화된 환경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처음 공연 기획 일을 시작했을 때, 이 일을 가르쳐 주는 사수도 없었고 그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꾸려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적응도 적응이지만, 가장 날 힘들게 했던 것은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아는 사람에게 낮은 비용을 주고 사정하거나, 보조금 사업에 미친 듯이 매달리거나, 공연장의 가용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후자의 경우 보통 공연장이라는 장소를 이용하는 비용과 시스템 (음향, 조명 등) 사용 비용을 이용하여 공연 단체와 수익을 분배하는 형태의 ‘공동 기획’을 많이 하게 되는데, 재단이 설립된 올해에도 어린이 체험전 <가루야 가루야>와 인천시립극단과 함께한 연극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이 이러한 방식에 해당한다.
‘공연기획자’라는 간단한 단어 안에 공연의 A~Z까지 복잡다단하게 모든 업무가 들어가 있듯이, ‘공동 기획’이라는 복합어에는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고려되어야 하는지 모른다. 그 형태도 무수히 달라지고, 요즘에는 공연 제작사가 아니라 프리젠팅 씨어터들끼리 모여 프로듀싱을 도모하는 형태가 더 많아져서 ‘공동 기획’이라는 단어보다 ‘협업’ 또는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있다.
<가루야 가루야> 재단 백일 기념 체험 ©남동문화재단
<쇼팔로비치 유랑극단> 단체사진 ©남동문화재단
콜라보레이션
‘콜라보레이션’은 일상에서도 자주 쓰는 단어로, 시사경제용어사전에서는 ‘협력’ 그리고 마케팅 및 생산적 관점에서는 ‘합작’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명명하고 있다. 단순히 ‘1+1=2’처럼 두 개 기관이 하나의 결과물을 낸다는 개념이 아니라 ‘기관과 기관이 서로의 뜻을 하나로 합쳐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포인트다.
이번 <2023 얼리 윈터 페스티벌>은 인천문화예술회관의 공연장 리모델링이라는 ‘환경 변화’와 양질의 공연을 수급하고자 하는 남동문화재단의 ‘필요’도 있었지만, 인천문화예술회관이 인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린 것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공연 기획 파트의 예산을 다른 곳에 쓰거나 야외 행사만 할 수도 있었는데, 인천 지역의 다른 공연장에 좋은 공연 프로그램을 함께할 수 있도록 스스로 유통 업무를 자처하고 나서주었기 때문이다.
인천문화예술회관 기획 ‘협력’ 공연 프로그램은 남동문화재단뿐만 아니라 동구, 계양, 중구 등 다른 공연장에서 하반기에 지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2023 커피콘서트>는 7월부터 12월까지 동구문화체육센터에서, <찾아가는 황금토끼 예술무대>는 10월에 계양 서운체육공원 야외공연장에서, <2023 밴드데이>와 <클래식시리즈>는 11월, 12월 중구문화회관에서, <2023 얼리 윈터 페스티벌>은 12월 남동소래아트홀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서로 다른 기관이 공동으로 일을 도모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가는 일도 많다. 그럼에도 이러한 ‘협력’ 모델이 유독 인천 지역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인천문화예술회관 협력 프로그램 공연 일정표 ©인천문화예술회관
<나도 해피엔딩을 쓰고 싶어> 포스터 ©남동문화재단
협력이 활발한 인천 지역 극장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2023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문예회관, 예술단체 공연콘텐츠 공동제작·배급 프로그램」에 선정된 뮤지컬 <나도 해피엔딩을 쓰고 싶어>는 남동문화재단과 인천서구문화재단, 부평구문화재단과 인천중구문화재단,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함께 참여하여 제작한 공연으로, 인천 지역에서 공연을 마친 후 하반기에 서울 반포심산아트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동일 사업으로 2022년도에는 남동구도시관리공단(남동소래아트홀 운영)과 인천서구문화재단, 부평구문화재단과 인천문화예술회관이 공동으로 제작한 뮤직드라마 <올 더 웨이>가 있었고, 2021년도에는 인천서구문화재단, 부평구문화재단과 인천문화예술회관이 공동으로 제작한 연극 <달려라 아비>가 있었다.
즉, 3년 동안 소위 ‘인천 연합’이 지속해서 본 사업에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부산(3개 연합), 경기도(3개 연합), 충청남도(3개 연합), 강원도(4개 연합) 정도가 같은 지역으로 묶어 선정된 적은 있으나, 한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숫자를 3, 4, 5개 팀으로 늘려가며 선정된 곳은 ‘인천’밖에 없다.
이보다 더 많은 공연장들이 모였던 ‘인천 연합’이 있다. 올해 6월에 개최되었던 인천 어린이를 위한 공연예술 축제 <2023 아시테지 in 인천-공연 BOM나들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22년도 5월에 처음 개최했을 때는 인천의 10개 기관이 함께 했고, 2회를 맞이한 올해에는 9개 기관이 뜻을 모아 참여했다.
개별적으로 어린이 공연을 개최할 수도 있고, 관련된 행사를 따로 펼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왜 굳이 함께 모여 하나의 이름으로 ‘어린이 공연예술 축제’를 개최했을까? 각 공연장의 공연기획자들은 인천 지역 어린이들이 보다 쉽게 문화를 누리고 향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2024년에도 더 발전된 축제를 만들기 위해 올해 10월 첫 모임을 가졌다.
비록 전년도와 올해 진행된 축제에 많은 관객이 들진 않았지만, 우리는 ‘협력’할 때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할 수 있음을 굳건히 믿으며 나아갈 예정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어려움을 ‘협력’으로 버텨냈던 것처럼, 앞으로 모든 일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찾게 되는 것도 결국, ‘콜라보레이션’일 것이다.
인천문화예술회관 협력 프로그램 공연 일정표 ©인천문화예술회관
<나도 해피엔딩을 쓰고 싶어> 포스터 ©남동문화재단
이태준(李泰埈/Lee Tae-Jun)
前 남동구청 문화체육과 남동소래아트홀 공연‧전시 기획 담당 지방행정주사보
前 남동구도시관리공단 문화센터 남동소래아트홀 공연‧전시 기획 담당 대리
現 남동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팀 남동소래아트홀 공연‧전시 기획 담당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