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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인천 청년들이 결혼하는 법
인천시립박물관 특별전 <1970년, 승란씨의 결혼 이야기>
양영선
오늘날 우리에게 결혼이란 어떤 의미일까. 결혼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적인 제도이다. 인류 초기부터 거슬러 올라가 서로의 약속과 인정을 통해 가족을 형성하여 사회질서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독일의 사회과학자인 막스 베버는 ‘결혼은 고도의 사회학적 행위이다’라고 말했고, 무엇보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이다.
최근 결혼 준비는 이전의 세대와 다르다. 복잡한 결혼 준비 과정에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이 있으며, 웨딩홀부터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말), 예물, 신혼여행지 등 복잡한 선택의 과정이 있다. 시대별로 결혼을 준비하는 모습과 과정은 다르나 ‘결혼’은 존재한다. ‘결혼’에 대한 다층적인 기억은 세대를 떠나 공감의 교차점을 만들고 이를 사유하게 한다.
<1970년, 승란씨의 결혼 이야기> 특별전 포스터
©인천시립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에서는 <1970년, 승란씨의 결혼 이야기>(2023.9.19. ~ 2023.12.3.)전이 열리고 있다. 1970년 인천 숭의동 동원예식장에서 결혼한 신랑 정복진, 신부 김승란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전시’로 1970년대부터 형성되어 온 한국 결혼문화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인천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실제 인물 김승란 씨가 2016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한 결혼 관련 유물을 바탕으로 전시가 마련된 것이다. 한때 결혼의 과정을 거치며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라졌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유물과 자료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전시는 평범한 연인의 만남과 결혼에 대한 추억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담았고, 결혼 이야기와 함께 과거와 현재의 결혼 문화를 비교하는 내용으로 꾸려져 있다.
전시 내용은 1. 연애, 2. 약혼 3. 웨딩마치 4. 신혼여행 총 4부로 구성하였다.
1부에서는 동료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 승란씨의 연애 스토리와 1970년대 데이트 코스를 보여주기 위해 ‘궁정경양식 극장 광고 영상’, ‘송도해수욕장 광고’, 공원, 낚시 등 야외 데이트를 그린 스케치와 ‘동아일보’ 기사가 이해를 돕고 있다. 경양식집, 극장, 유원지 등 그 시절 데이트 코스는 이름과 장소만 다를 뿐 목적을 같이하는 현시대의 장소와 같다.
1부 연애
©양영선
2부는 1970년대 결혼의 절차였던 약혼에 대하여 소개하고, 승란씨의 약혼 준비 과정과 약혼식 당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1970년대 약혼의 형식을 알 수 있는 도표는 공공장소에서 한복을 입고 주례 있는 약혼식에 양가가 참석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970년대는 지금과 다르게 약혼이 결혼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였으며, 승란씨가 약혼에 사용했던 자료는 지금은 간소화되며 사라져가고 있는 약혼 문화를 자세히 알 수 있다.
2부 약혼
©양영선
3부에서는 승란씨 결혼식 당일의 이야기와 결혼식의 진행 과정을 살펴본다. 결혼식 상황을 알 수 있는 ‘결혼식 릴테이프’, ‘결혼식 스냅사진’을 배치하고 당시 결혼식장 영상을 음성으로 틀어놓고 있어 생생한 현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청첩장’에는 결혼을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의 행사가 아니라 집안 행사로 여겨 결혼을 주관하는 집안 어른을 ‘청첩인’으로 청첩장에 기재하는 모습을 통해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의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당시 예식장 분위기를 재현한 ‘결혼식장 포토존’을 만들어 면사포와 정장자켓, 소품을 이용해 사진을 찍으면서 관람객들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동원예식장 성냥갑, 청첩장, 결혼식 릴테이프
©양영선
결혼식장 포토존
©양영선
4부는 결혼의 마지막 절차인 신혼여행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실제 승란씨 부부가 신혼여행에서 사용했던 ‘여행 가방’과 ‘카메라’를 배치하고, 신혼여행에 대한 광고와 기사를 소개하며 신혼여행이 보편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께 전시된 ‘1960~1980년대 대표적인 신혼여행지’ 도표는 지금과 다르게 부산, 제주도, 설악산, 온양온천, 경주를 신혼여행지로 손꼽았다는 흥미로운 내용을 보여준다.
2023년 9월. 현재 시점으로 돌아와 53년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정복진, 김승란 부부를 만나고, ‘승란씨의 결혼이야기 시즌2’를 기대하며 전시는 마무리된다.
4부 신혼여행
©양영선
이번 전시는 승란씨, 그녀의 추억이 우리의 역사가 되는 특별한 전시이다. 평범한 개인의 추억이 담긴 사진, 자료,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소박하며 실감 나는 전시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사용했던 유물들을 기증해 주신 기증자 김승란 님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승란씨’와 ‘복진씨’는 20세기 후반 결혼한 평범한 인천 청년을 대변하고 있다. 1970년~1990년대 인천의 일상생활은 많은 변화를 거쳤고, 그 변화는 인천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한 전시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부모님 젊은 시절의 사진 앨범을 펼쳐보며 담담하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을 준다. ‘그땐 그랬지’라며 옛 시절 결혼식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결혼’을 주제로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고 교감하는 공감의 장을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인천 사람 ‘승란씨’ 인생의 변곡점인 ‘결혼’ 과정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당시 인천의 시대상과 부모님 세대의 결혼 문화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1970년, 승란씨의 결혼 이야기>에서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양영선(梁永先, Yang Youngsun)
인천중구문화재단 영종역사관 학예연구사
<세계의 나그네, 김찬삼>, 순회전<공중용사 안창남>, <태평암의 돌부처를 찾아라!> 전시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