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자기만의 빛깔을 가진 아티스트를 키워내는 곳

인천예술고등학교 김경훈 교장선생님과의 만남

류수연 (인하대학교 프론티어학부대학 교수)

김경훈

김경훈

1986.3 제물포중학교 음악교사를 시작으로 인천광역시교육청 장학사와
인천 남부교육지원청 중등과장과 국장을 거쳐 현 인천예술고등학교 교장역임

인천 문화예술의 미래를 일구어내는

인천예술고등학교(이하 인천예고)는 인천 유일의 문화예술 특수목적고이다. 물론 인천에는 교명에 예술고등학교라고 불리는 학교가 더러 있지만, ‘클래식’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순수예술의 유망주를 키워내는 곳은 인천예고 하나이다. 그래서일까? 감히 ‘정통’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아티스트를 키워내고 있는 학교의 전경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들어온 새 건물, 예술관부터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김경훈 교장은 인터뷰에서 처음 입에 올린 것도 바로 이 예술관이었다. 작년에 완공되었다는 예술관은 그대로 인천예고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장소였다. 무대를 꿈꾸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인천 내 그 어떤 공연장에 뒤지지 않은 최고의 시설을 갖춘 예술관을 지을 수 있었던 데는, 인천시교육청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학교 건물

학교 건물 ©김경훈

교사, 그리고 교육행정전문가

본래 전북 출신이었던 김경훈 교장은 1986년 제물포중학교 음악교사로 부임하면서 인천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평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문화예술 전공 장학사를 뽑는다는 공문을 보고 지원했다. 합격한 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과 남부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 과장 그리고 지역국장을 거치면서 문화예술과 교육행정에 관련된 일을 하였다. 그리고 인천예고에 부임하게 되었다.

교사만이 아니라 교육행정가로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교장이라는 직을 수행함에 있어서 유익한 점이 많으리라 예상되었다. 실제로 김 교장은 교육행정을 경험한 것이 학교현장, 특히 문화예술 특수목적고인 인천예고의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예고의 학생들이 경험해야 하는 교육현장은 학교만이 아니라 학교 밖 교외활동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예술고등학교의 특성을 고려할 때, 행정일을 했던 경험은 교육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부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장점일 수밖에 없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만의 빛깔을 드러내는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습니다.”

교사이자 행정가로서 김 교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생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었다. 각각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이 모인 학교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때로 상처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진로를 꿈꾸는 모든 아이들의 출발점은 아름다움의 추구 그 자체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예술가의 길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좌절을 경험한다고 한다. 노력보다 재능이 더 뚜렷하게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거나 머뭇거리는 학생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분명 예술가에게 재능은 가장 빨리 그 빛을 발하게 해주는 영역일지 모르지만, 때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뒤늦게 재능을 피우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평가로 인해 자신만의 예술을 채 피워보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바로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과 교사들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아이들이 이 찰나의 상처에 굴하지 않고 단단해지도록 힘을 주는 일. 그리하여 그 시련과 고뇌를 이겨낸 학생들이 자신만의 빛깔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일. 그것이 김 교장이 말하는 인천예고의 진정한 가치였다.

음악과

음악과 ©김경훈

인천예고를 빛내는 4요소

김경훈 교장에게 인천예고의 자랑거리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어려운 질문이라고 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얼굴로 4가지 요소로 답변했다.

첫째, 인천예고는 인천 문화예술의 미래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인천예고는 인천 유일의 문화예술 특수목적고이다. 즉, 인천에서 예술 활동을 하게 될 아티스트를 직접적으로 키우는 곳이다. 이 학교에서 얼마나 우수한 예술가를 키워내느냐가 곧 인천 문화예술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따라서 인천예고 최고의 자랑거리는 바로 학생들이다. 정말 예술이 좋아서, 그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학생들이야말로 인천예고를 빛내는 최고의 요소이다. 학생들의 재능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공연장과 실기실까지 잘 갖추어졌으니, 최고의 인프라로 더 우수한 학생들을 맞이하게 되기를 바란다.

셋째, 학생들의 열정을 키우며, 때로 상처받은 학생들의 마음까지 품어 안는 사랑으로 가득한 우수한 교사들이다. 학생들만큼이나 열정이 가득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키워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사들은 인천예고의 든든한 토대라고 한다.

넷째, 작년에 개관된 예술관이다. 현재 이곳에 있는 연주홀은 전문가들도 탐낼 만큼 최고의 사운드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최고의 시설에서 학생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으니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인천의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학생들의 현실

이에 더해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여건 속에서 비롯된 아쉬움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김 교장은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 첫 번째는 지리적 여건이었다. 인천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이지만, 수도 서울과 너무 인접한 까닭에 오히려 우수한 학생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서울에 있는 예고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리적 여건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인천이 가진 교육 환경적 여건이다. 현재 인천예고에는 음악, 미술, 무용학과가 있다. 그런데 인천에는 이들이 진학할 대학이 거의 없다. 인천을 대표하는 인하대와 인천대 모두 순수미술과 관련해서 조형예술학과 하나만 개설된 상태이다. 두 대학 모두 음악과 무용 전공이 없다.

결국 인천예고에서 우수한 인재를 키워도 결국 인천 안에서는 그들이 진학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인천예고 출신들이 결국 인천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인천에서 순수예술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대학에 진학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은, 결국 이 도시의 문화예술 발전을 발목 잡는 한계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본 문제로 계속 좌절되어 온 데다 최근에는 학령인구의 감소까지 겹치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같은 광역시인 대구와 비교해도 문화예술 교육 인프라가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인천 시민사회의 관심이 이 부분에도 좀 더 모여지길 바란다.

“인천예고 학생들에게 인천문화재단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좋겠어요.”

김경훈 교장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예고의 연계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김 교장은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인천예고의 학생들이 인천 내의 현장 예술가와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또한 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과 관련된 여러 공연에 인천예고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결국 학생들이 미래에 예술 활동을 할 무대로 인천을 선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러한 직접적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인천문화재단의 존재가 학생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김 교장은 말한다. 현장 예술가를 지원하는 이 기관의 존재 자체가 인천예고의 학생들에게는 든든한 후경이 되어 또 다른 가능성으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화도시 인천이라는 슬로건이 그저 구호가 아닌 그들의 생생한 현실임을 보여주는 것이 되리라.

문화적 상생을 바라며

인터뷰에 임하면서 들었던 뜻밖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 인터뷰를 마쳐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인천예고가 현재 지역사회의 냉대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예술관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해 예술관 위치가 바뀌면서 학교 운동장의 절반이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 인천예고 체육관 건립을 반대하며 인천예고 이전까지 요구하는 몇몇 주민들의 항의가 학생들의 등굣길을 서글프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외부인에 불과한 필자는 자세한 내막을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매일 등굣길에 자신들을 향한 냉대를 경험해야 하는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최소한 학교만큼은 여러 이해관계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원해 본다.

류수연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