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 예술 낮잠에 빠지다

남동문화재단 신중년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예술 마루: 낮잠>

이상명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적 능력에 집중하는 교육에 한정하지 않고 문화라는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대상의 사람들과 더 넓은 범위의 문화예술과 창조력을 함양하는 교육이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사람들은 개개인의 문화적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자기 자신의 이해를 넓힐 수 있다. 또한, 인간으로서의 자기성찰의 틀을 배운다.

결국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을 통해 한 사람의 내면을 성장과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그 초점이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데, 남동문화재단에서 지역의 신중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극단 상상이상에 지원·요청하여 남동생활문화센터에서 2023년 8월 10일부터 9월 7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예술 마루: 낮잠>을 진행하여 3명의 주 강사와 12명의 신중년이 함께하였다.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남동문화재단

신중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신중년들을 위해서는 어떤 문화예술프로그램이 필요한가. 상상이상은 50세 이상의 성인들에게 해당할 수 있는 다양한 키워드 중에 ‘인생의 후반전’과 ‘쉼’에 집중하였다. 이를 중심으로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참여자들이 무엇을 누릴 수 있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였고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다. 첫째,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둘째, 쉼을 누리는 시간을 갖기. 셋째, 일상을 잘 살아가기. 그래서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고 일상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연극적인, 상상의 이야기를 가져왔다. 줄거리는 이렇다.

‘땅에서 열심히 살아가던 하늘 아이들이, 잠깐 마루에서 낮잠을 잔다. 꿈속에서 보름달 할머니의 초대장을 받게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 하늘 아이들은 하늘로 올라가는 길에 바람, 비, 해의 나라를 만나고 마지막에는 하늘의 세상에서 보름달 할머니와 함께 무지개 잔치를 벌인다. 그리고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줄거리 속 하늘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신중년들이라 할 수 있고 보름달 할머니는 우리나라 동화에 나오는 삼신할머니 혹은 신 같은 역할이다. 참여자들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상상의 공간 ‘마루’에서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꿈속 여행을 하게 된다.

자신을 성찰하게 만들어 주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예술 마루: 낮잠>은 5회차로 구성되어 있다. 1회차 마루로의 초대, 2회차 마루에서의 낮잠, 3회차 잠꼬대 같은 고백, 4회차 슬픈 빗방울과 찬란한 햇빛, 5회차 무지개 잔치이다. 프로그램은 회차마다 참여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내가 했던 일(직업)부터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나의 슬픔과 기쁨, 세상을 떠날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까지. 문화예술프로그램답게 말뿐만 아니라 몸짓으로, 오브제를 이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참여자들 대부분 연극적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 속에서 안전함을 느끼며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꺼내셨다. 자연스레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울고 웃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참여자들은 치유를 경험하고 참여자와 참여자, 참여자와 강사 사이에는 유대감과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 더 깊이 교감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남동문화재단

문화예술과 창조력을 깨우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만약, 당신이 <예술 마루: 낮잠>에 참여하기 위해 참여 공간의 문을 열었다면, 먼저 공간에 펼쳐져 있는 연한 분홍빛의 편안한 질감을 가진 천과 바닥에 깔린 보드라운 카펫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런 다음, 상·하의 모두 하얀 실크로 된 옷을 입고 방긋 웃고 있는 세 명의 여성을 보게 될 것이다. 의자를 찾아 앉아서 숨을 고를 때에야 귓가에 ‘띵~’ 청아한 글로켄슈필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집중하고 있노라면 공간은 고요해진다. 그리고 가까이 하얀 실크 옷을 입은 한 여성이 작은 소리로 당신에게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라며 말을 건넨다. 또 다른 실크 옷은 작은 찻잔에 따뜻한 차를 권하고 당신은 차를 마시며 프로그램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적인 부분들이 자극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환경을 조성하여 참여자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작은 소품 하나도 예술성이 깃들여질 수 있도록 했는데, 작게는 참여자들의 닉네임을 적는 작은 종이를 천연물감으로 색을 직접 칠해서 만들었다.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이 이러한 분위기에 자신이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며 마음이 열렸다고 말씀하셨다. 이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인형이나 오브제를 이용한 작은 연극 보기, 음악샤워, 그림자극 만들기, 빛그림 색지를 이용한 별 만들기 등의 예술활동을 하였다. 생전 그림을 그려보지 않았던 어르신이 그림을 그려보고 어린아이들처럼 상상해서 천으로 표현해 보고, 회차마다 편안하게 누워서 음악으로 샤워하고 몸짓을 만들었다. 큰 손으로 작은 종이를 접어보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참여자분들 안에 잠재된 창조성을 깨우는 시간이었다.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남동문화재단

성장과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 참여자분들과 <예술 마루: 낮잠>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참여자분들은 ‘인생에서 다시 한번 설렘을 느꼈다’, ‘활동하는 것 자체가 기쁨이다’,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감동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빠지고 싶지 않았다’,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재밌었다’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참여자분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자신을 성찰하고 치유되는 경험을 하였다. 여기서 받은 이러한 느낌들은 앞으로 삶을 살아갈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일상의 원동력이 될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참여자분들이 한결같이 말씀하신 것은 ‘이 프로그램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였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더 많은 신중년이 <예술 마루: 낮잠> 같은 좋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문화예술을 향유했으면 좋겠다.

이상명

이상명 (李常明, Lee Sang Myoung)

극단 상상이상 단원
문화예술교육강사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