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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교육도시, 지역 특색 살리자

이언지 (통영RCE세자트라숲 교육사업팀장)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지속가능발전’이다.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은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발표한 브룬트란트보고서의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이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은 현세대의 개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미래세대의 개발능력을 저해하지 않는 발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회 전 분야에서 환경, 사회·문화, 경제 3개의 영역의 조화로운 발전을 의미한다.

흔히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환경과 생태의 지속가능성을 떠올린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지속가능성 영역에서 ‘사회·문화’는 그 축을 이루는 중요한 영역이다. 사회·문화 영역의 지속가능성이란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유산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배경을 말한다. 즉 지역적 문화다양성이 해당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확산하기 위해 최초로 RCE(지속가능발전교육거점 도시)를 시작한 통영도 이러한 관점으로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통영은 삼도수군통제영 300년의 역사적 배경을 지닌 도시이며 박경리, 윤이상, 전혁림 등 걸출한 예술인을 배출한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역적 문화다양성을 어떻게 자라는 미래세대에서 잘 전달하고 그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통영은 위와 같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이어가기 위하여 청소년 교육에 집중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하여 ‘통영시인재육성기금’을 마련하여 현재 약 150억 원이 조성되어 있다. 통영시는 매년 그 기금의 이자분으로 다양한 청소년 인재육성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슈퍼옻칠스타

슈퍼옻칠스타 ©통영RCE세자트라숲

고3 대상의 문화예술교육

고3 대상의 문화예술교육 ©통영RCE세자트라숲

그 대표적인 사례로 통영RCE의 피카데미(P’cademy)와 통영청소년예술아카데미가 있다. 피카데미는 피플과 아카데미를 합성한 단어로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통영 12공방으로 일컬어지는 전통 공예 기술인 옻칠, 나전, 두석장, 통영연, 누비 등의 지역 공예장인과 청소년이 함께 만나 지역의 전통을 배우는 교육이다. 또한 대학이 없는 통영시의 특성상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지역을 한 번 떠나면 고향에 대해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에 착안하여,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영의 문화, 예술 그리고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도 마련한 바 있다.

아울러 통영청소년예술아카데미는 예술도시 통영의 맥을 이어가는 지역 청소년을 양성하기 위하여 미술, 문학 분야의 예술 아카데미 수강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학 사업이다. 또한 이렇게 지역의 문화예술인으로 성장한 학생들에게는 소정의 장학금을 주는 통영시인재육성장학사업도 함께 운영하여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와 미래세대로 지역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통영문학아카데미

통영문학아카데미 ©통영RCE세자트라숲

통영미술아카데미

통영미술아카데미 ©통영RCE세자트라숲

그렇다면 인천이 전달하고자 하는 지역의 가치는 무엇인가? 인천광역시는 지난 2007년 유엔대학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RCE 도시로 인증받았다. RCE 도시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에서 시작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도시이다. 인천만이 지닌 지역의 사회·문화적 가치는 무엇이고, 미래세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전통적 문화가치는 무엇인가?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마다 가진 특성과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 지역의 현실에 맞는 답변이 각자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정답으로 가기 위한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즉, 지역의 지속가능한 공동의 미래는 공동의 합의를 통해 도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며 이를 위해서는 열린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는 산업화가 조장하는 획일화된 문화로부터 침략받아 지역의 고유문화들이 소실되었다. 지역이 자발적인 문화도시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지역민 스스로가 우리 지역이 미래세대에 남기고 전달하고자 하는 우리 지역만의 가치를 무엇인지를 함께 공론화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싶고 또 우리의 자손들이 살았으면 하는 ‘인천’ 땅의 미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어린아이부터 지역의 노인들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의논하고 그 미래를 현실화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적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문장처럼 가장 ‘인천적인 것’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곧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그 걸음의 시작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답이 있다. 2023년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어떤 문화적 가치를 남기고 싶은가? 지속가능성의 렌즈를 통해 인천을 들여다보자. 그 속에 답이 있을 것이다.

이언지

이언지

통영RCE세자트라숲 교육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