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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가을 하늘에 연을 날려
2023 송도 <바람의 연> 축제
박선호
학창 시절, 선생님께서는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셨다. 사자성어의 뜻과 같이 맑고 풍요롭고 활동하기 좋은 이 계절이 되면, 어릴 적 필자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마음이 들뜨곤 했었다. 9월 16일 토요일, 아침부터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니 2023년도 어느새 가을에 접어든 것이 분명했다.
필자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바람의 연> 축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부 내용은 차치하고 오직 행사의 이름을 들었을 때, 문득 유년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0대의 끝자락인 필자는 어린 시절 가을만 되면 친구들과 동네 공터에서 자주 연을 날리곤 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공터가 있었고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연을 띄우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얼레를 감았다 풀어가며 기어이 연을 높이 날려 보내면, 푸른 하늘 한가운데서 춤을 추는 듯한 연을 함께 바라보며 가을의 설렘이 배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직접 연을 날리는 모습을 보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연을 날릴만한 공간도 없거니와 그나마 넓은 공원에서조차 대부분 안전사고 방지를 이유로 연날리기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마음과 아이들에게도 과거의 내가 느꼈던 즐거움을 공유해 주고 싶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2023 <바람의 연> 축제로 향하게 되었다.
<바람의 연> 축제는 올해로 2회째를 맞는 행사로 바람이 많이 부는 송도의 특징과 세계 공통으로 꿈과 희망의 상징인 연을 결합한 글로벌 문화축제로 기획되었다. 연을 날리기 쉬운 공간적 특성과 송도국제도시의 글로벌 도시 브랜딩을 잘 결합하여 축제의 공간과 배경이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연을 날리는 아이들 및 다양한 체험 부스 ©박선호
송도달빛축제공원에 도착하니 맑은 하늘 아래 탁 트인 잔디광장에 마련된 원형의 행사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가벼운 마음으로 행사장으로 입장해 보았다. 하늘에는 매, 방패, 가오리 등 다양한 모양의 연이 이미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있었다. 중앙의 넓은 잔디 공터에는 연을 날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모두가 하늘 높이 연을 띄우는 데 성공하지는 못하였지만, 가족들과 함께 호흡했던 이 순간 자체가 분명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었으리라.
행사장의 좌·우측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다양한 체험 부스, 관람 부스, 푸드트럭들이 줄지어 배치되어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었다. 체험 부스는 시간대별로 현장 예약을 하여 이용할 수 있었는데, 단연 가족들의 발길을 가장 많이 끌었던 곳은 연 만들기와 나만의 바람개비 만들기 부스였다. 필자도 아이와 함께 바람개비 만들기 체험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너무나도 높은 열기와 긴 대기 줄에 아쉽게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근처에 마련된 아이들이 만든 바람개비로 장식된 포토존과 바람개비 꽃으로 알록달록하게 조성된 화단이 있어서 이곳에서 사진을 남기며 아이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었다.
또한 세계 연을 전시하는 부스에는 한국의 전통 연 및 세계의 각종 연 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단순히 놀이로만 생각했던 연날리기가 한국에서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오랫동안 이용되어 왔고 민중에게 놀이의 목적으로 전파된 것은 불과 300여 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 방패연의 독창적인 과학적 우수성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되어, 자녀들에게도 교육적인 측면으로 도움이 되는 부스였다.
그 옆에는 다양한 푸드트럭들이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로 연날리기를 위한 뜀박질로 인해 허기진 관람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분식, 닭강정, 커피 등 대다수가 선호하는 대중적인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격 또한 최근 타 지자체 지역 행사에서 논란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였는지 모든 메뉴가 만원 내외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세계 연 전시 부스 및 푸드트럭 ©박선호
행사장의 정면에는 주 공연장이 있었고 이곳에서는 양일간 개막식, 축하공연 등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날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개막식과 축하공연을 비를 맞으면서 관람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우비를 착용하고 열정적으로 공연에 참석하여 행사장을 빛내주었다. 초청 가수인 홍자와 정동하 님도 악천후에도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열창으로 관객들에게 화답해 주었다.
끝으로 마지막에 펼쳐진 드론 쇼는 행사의 클라이맥스였는데 가을 하늘을 불빛으로 아름답게 수놓으며 장관을 연출해 주었다. 축제의 상징인 연이 하늘을 나는 모습과,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하늘에 띄워 보내는 모습을 드론을 통해 그림으로 형상화하였는데 축제의 모든 의미를 함축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참석자 모두가 함께 환한 얼굴로 하늘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모두 저마다의 소망을 빌면서 희망적인 마음을 품었겠다고 생각하니 필자의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우중열창 정동하 님과 행사의 클라이막스 드론쇼 ©박선호
필자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평소 가족 모두의 즐거움을 만족하는 행사를 찾아가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바람의 연> 축제는 어른들에게는 추억으로의 여행을, 아이들에게는 신나게 뛰놀면서 다양한 체험 기회를 선사해 주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모두 만족할 수 있었던 축제였다. 필자는 향후에도 바람의 연 축제가 지속되어 송도를 대표하는 행사 중 하나가 되기를 기대하며, 2024년에 제3회 축제가 개최된다면 더 많은 가족이 참여하여 좋은 추억을 쌓아가실 수 있길 개인적으로 바라본다.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아이의 손을 잡고 연에 희망을 담아 하늘 높이 날려 보시라. 나만의 추억 위에 온 가족의 추억을 덧칠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선호 (朴善浩, Sunho Park)
인천 토박이 시민.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인천광역시의 다양한 면면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을 즐긴다.